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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Jul 08. 2022

브런치 작가

 ‘브런치 작가가 되는 법’이란 제목을 쓰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렇다 할 방법적인 부분을 제시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같은 주제로 이 전에 글을 한 번 썼었다. 당연히 브런치에 게시도 했다. 그때 글의 제목을 뭐라고 썼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찾아보면 되는데 귀찮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이쯤에서 전에 스스로가 같은 주제로 글을 썼는데 또 쓰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신다면 자기 복제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스스로의 저작권을 스스로가 무시하는 처사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내가 내 살 깎아 먹겠다는데 딱히 할 말들은 없으리라. 뭐라 해도 사실 크게 상관은 없고 또한 뭐라 할 만한 관심을 받을 정도의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니 역시 상관이 없어 다시 한번 써 본다.



 세상사 모든 것은 흐름과 유행이라는 것이 있다. 브런치라는 공간에선 브런치 작가가 되는 법이란 주제는 책으로 따지면 스테디셀러 급이다. 그도 그럴 것이 브런치는 누구에게나 글을 쓸 수 있게 문을 열어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문이 엄청나게 견고한 문은 아니지만 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브런치와 가장 비교되는 것이 블로그인데 다들 알고 있듯이 블로그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문을 열어 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에 반해 브런치는 예전 시골의 싸리문 정도는 있기에 어찌 됐든 열고 들어와야 한다. 싸리로 얼기설기 엉성하게 엮은 문이지만 분명히 문이기에 닫혀 있다면 함부로 열고 들어갈 수는 없는 것이다.



 문이 있지만 열려 있다면 또 조심스럽게 주인을 부르며 들어가 볼 수도 있지만 브런치라는 집의 싸리문은 여하튼 닫혀 있다. 들어가려면 주인을 불러야 하고 주인에게 내가 왜 찾아왔는지 어느 정도 설명은 해야 한다. 주인의 마음이 그리 팍팍하지 않아 보통은 들여보내 주는데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많으면 어쩔 수 없이 주인만의 우선순위를 바탕으로 미안하지만 객을 고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객들이 브런치라는 집의 문을 두드리기에 명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주인이 말을 해주질 않으니….) 때에 따라서는 주인만의 우선순위에서 내가 밀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때 그 주인의 마음을 얻어 이미 그 집에 들어간 다른 객들이 방법을 알려준다는 데 혹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 집의 벽엔 언제나 항상 주인의 마음을 얻어 집에 들어오는 법에 대한 글이 나 붙는다.



 그 벽 어디 구석탱이에 이미 글을 하나 써 붙였지만 그 위에 누가 다른 글을 붙였는지 다시 그 위에 글을 써 붙이려 한다. 미안할 건 없다. 시작은 그쪽이었으니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다. 그리고 당연히 또 누군가가 내 글 위에 다른 글을 써 붙일 거기에 사실 딱히 미안하지도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브런치 작가가 되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보다 정확히는 특별한 어떤 방법을 이야기해 줄 것이 없다. 나는 한 방에 주인의 마음을 잡아끌었기에 어? 이렇게 그냥 들여보내 준다고 하면서 들어갔기에 방법적인 부분을 정리할 겨를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이마저도 글의 소재가 되기에 그냥 쓰는 거다.



 그러니 뭔가 대단한 비법을 기대하고 글을 읽고 계신 ‘호랑이 입’ 같은 독자가 있다면 이만 뒤로 가기를 누르기를 추천한다. 그럼에도 이왕 여기까지 읽은 거 이 인간이 뭔 헛소리를 얼마나 나불대는지 그리고 그 헛소리에 걸맞게 어떤 욕을 퍼부어줄지 스스로의 전투력이 기대가 되는 분들은 마저 읽어 주면 감사하겠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만으로 1년 하고 1개월 그리고 열흘 정도 된 것 같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브런치라는 걸 알게 됐고, 글을 쓰는 공간인데 아무나 쓸 수는 없고, 어느 정도의 심사를 거쳐 ‘브런치 작가’가 되어야지만 글을 쓸 수 있다기에 써 놓은 글 하나를 냈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가 됐다. 끝!!!



 죄송합니다. 여기에서 여러분들이 한 가지 주의해서 봐야 할 부분이 있다. 위 문단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써 놓은’ 글 하나를 냈다는 점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이미 써 놓은 글을 냈다는 점이다. 즉, 우연히 브런치라는 걸 발견하기 이 전부터 글을 썼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려는 아주 약간의 노력 전에 이미 글을 쓰고 있었다. 일기 같은 글이었지만 중요한 건 ‘쓰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이미 전에 비슷한 주제로 썼던 글에 나오는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 온 거 염치없지만 그 글까지 찾는 수고를 통해 읽어 주면 감사할 것 같다. 귀찮아 할 수도 있으니 다시 쓰도록 하겠다. 친절하지 않은가? 이쯤에서 욕을 하고 싶으면 해도 된다. 어차피 들리지도 않으니 그저 내가 오래 사는데 도움만 될 뿐이다.



 흐트러지는 정신 부여잡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브런치가 뭔지도 모르던 어느 순간부터 글을 썼다는 것이다. 아주 근본으로 돌아간다면 초등시절 일기부터 시작할 수 있겠지만 그건 글이 아니라 숙제니까 넘어가고 글을 쓰자하고 마음먹고 쓰기 시작한 시점부터 이야기를 해 보자면 브런치 작가가 되기 10개월 정도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직 인생의 전반부 끄트머리에 있지만 전반부가 끝나가는 시점에 후반부를 같은 방식으로 살고 싶지 않아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지만 글쓰기를 선택했다. 그때의 마음은 대단했다. 몇 년 글 쓰면 번드르르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것 같았다. 그럼 지긋지긋한 일 때려치우고 폼 나게 커피나 마시면서 글 쓰고 사는 거야 이랬으니까 말이다. 뭐 물론 공상을 넘어 망상에 가까운 그 생각은 딱 1 개월 만에 깨지긴 했다.



 대견하게도 망상에선 깨어났지만 시작은 했으니 그래도 몇 개월은 더 해 봐야지 하면서 글을 조금씩 썼다. 처음 목표는 하루에 한글문서 A4 기준 한 페이지를 채우는 것이었다. 어떤 내용이 돼도 좋으니 무조건 쓰기로 했다. 쓸 내용이 없거나 쓰기 싫으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횡설수설 헛소리라도 썼다.



 그마저도 한 달 정도 되니 쓰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쓰다가 결국엔 매일이 3일에 한 번이 되고 일주일에 한 번으로 간격이 벌어지더니 결국엔 이 한글문서 뭐야 지워야지 하다가 아 맞다! 글쓰기 한답시고 나댄 흔적이구나 하면서 일단은 두자 하면서 넘어가는 지경까지 가게 됐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흐르다 하는 일에 집중을 하면서(먹고 살아야 하니까) 공교롭게도 다시 글쓰기가 떠올랐다. 집중을 하니 뇌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뇌가 움직이니 뇌 어디쯤에 흔적처럼 묻어 있던 글쓰기에 대한 마음도 다시 일게 됐다. 그런데 같지도 않은 글 1~2개월 쓰다 그마저도 손을 놓은 지 3~4개월이 흐른 시점이라 마음은 일었는데 실행은 되지 않는 그런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때 지역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모임을 발견했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원했다. 감사하게도 지원하는 모든 사람을 받아 주는 그런 모임이었기에 함께 할 수 있었다. 그 모임을 통해 일주일에 필수적으로 한 편 씩의 글을 썼고 함께 하는 회원들과 서로의 글을 품평하면서 글쓰기의 기능적인 부분들 중에 필요하다면 개선점을 찾아가고 격려도 하는 그런 시간을 갖게 됐다.



 그때 동시에 진행되는 모임이 몇 개가 더 있었는데 모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 백일장 비슷한 걸 했다. 내 기준에서 나름 잘 쓴 글을 내기도 했다. 물론 상을 받지는 못 했다. 그리고 얼마 뒤 브런치를 만났고 그때 백일장에 낸 글을 다시 한번 써먹었는데 바로 합격해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메일을 받고 바로 또 그 글을 내 브런치 1번 글로 게시했다. 하나의 글을 재탕을 넘어 삼탕을 했다.



 이후로 난 당당한 브런치 작가로 3개월간 매일 글을 써 올렸다. 딱 3개월이었다. 살아온 삶이 그리 짧지는 않은데 3개월 간 매일 글을 쏟아 내니 더 이상 쓸 이야기가 없었다. 그리고 글도 점점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가 되는 것 같아 다시 한번 이번엔 나름 글럼프다운 감성을 느끼면서 글을 쓰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마저도 길게 쓰는 게 싫어서 한 문장 정도만 써 올리다 최근에 다시 글쓰기 모임을 만나 이 번엔 짧은 글을 일주일에 두 편씩 쓰고 있다.



 여기까지 그지(표준어는 ‘거지’지만 그지라고 써야 느낌이 산다. 이런 걸 쓰면 농담이 농담이 아니게 되는데 이게 또 꼴에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나름 표준어 표현에 은근히 민감해서 사족 같은 부연 설명을 한다.) 같은 글 읽어주느라 고생하신 분들에게 선물 같은 팁 하나를 드디어 드리려 한다.



 이미 눈치챈 분들도 있겠지만 ‘그냥 꾸준히 글을 쓰면 브런치 작가가 됩니다.’ 거의 천기누설 급에 해당하는 팁이다. 받아 적을 필요는 없다. 브런치에 들어오면 내 글은 언제나 항상 있을 테니 잊을 만하면 들어와 조회수도 올려 주고 다시 한번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나도 양심은 있으니 굳이 라이킷 까지 누를 필요는 없다.)



 그렇다. 맞다. 틀린 말이 아니다. 주제 혹은 소재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냥 쓰는 거다. 여러분도 다 알고 있는 거다. 누구나 다 들어 봤을 거다. ‘다독, 다상량, 다작’ 글을 써 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조금 더 나아가 작가가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진 사람들 중에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미 우린 방법을 다 알고 있다.



 다만 실천이 다소 부족할 뿐이다. 아니면 그 실천과정이 생각보다 지루해 조금이라도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 요행, 묘수 등을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우린 인간이니까. 그런 마음을 갖는 걸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너무나도 명확한 커다란 줄기 같은 방법이 있는데 요사스럽고 간사한 내 마음에 너무 치우쳐 자꾸 곁가지만 보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그렇다.



 나 역시 표면적으론 한 번에 브런치 작가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전에 이미 부족하지만 ‘다작’이라는 연습의 시간이 있었던 것이다. 한 여름에 종족보존을 위해 그렇게 시끄럽게 울기까지 매미가 땅 속에서 7년을 기다리듯이, 대나무가 시원한 줄기를 뻗어 내기 위해 땅 속에서 뿌리내리는 데만 몇 년을 힘을 쏟듯이. 아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여하튼 중요한 건 글을 쓴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나처럼 합격하기 전의 과정이 안 보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다 보이면서 몇 번에 걸쳐 떨어진 후에 합격하기도 하고 그런 겁니다. 그래야 합니다. 그래야 이 길고 긴 쓰레기 같은 글이 조금이나마 가치가 있는 글이 될 겁니다. 블로그나 인스타를 운영하는 부분이 도움이 된다거나 이런 주제나 소재로 글을 쓰면 된다거나 다 맞는 말일 겁니다. 그런데 결국 곁가지일 뿐입니다. 줄기는 그냥 쓰는 겁니다.



 여러분 마지막으로 물어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원래 꿈은 고작(?) 브런치에 합격하는 것입니까? 아니잖아요. 글 쓰는 작가가 되는 거잖아요. 그럼 그냥 쓰면 됩니다. 브런치에 합격하고 안 하고도 곁가지일 뿐입니다. 빨리 합격하면 합격한 대로 글을 계속 쓰는 과정을 거치면서 브런치에 글을 올릴 것이고 늦게 합격하면 하는 대로 나 혼자만의 싸움일 수 있지만 역시 계속 글쓰기 연습을 하는 겁니다. 어느 쪽이든 작가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인 ‘다작’을 하는 겁니다.



 현란하고 화려한 곁가지에 휘둘리지 말고 바보 같이 답답하게 때론 무식해 보일지라도 그냥 묵묵히 쓰면 됩니다. 그렇게 글쓰기에 인이 박히면 브런치 따위가 문제가 아니라 글 같은 글을 쓰는 진정한 작가가 될 겁니다. 언젠가는…. 뭐 한 5만 년 뒤 ㅋ



 그냥 쓰세요. 이 한마디 하려고 이렇게 돌고 돌아오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일 텐데 참 쓰잘데기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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