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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Jul 24. 2022

김호연 작가님에게 질문을 합니다.

 ‘2022년 7월 23일’

작가가 진행하는 강의에 참여하려고 한다. 강연이라고 해야 되나? 잘 모르겠다. 강의든 강연이든 태어나서 처음으로 작가가 진행하는 무언가에 참여를 해 보려는 날이다. 글쓰기를 하겠다고, 작가가 돼 보겠다고 나대지 않았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지는 날이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내가 작가로서 책을 펴내는 역시 현재로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길 바라면서 오늘 강의를 참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김호연 작가님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사실 누구인지 몰랐다. 일단 작가인 줄도 몰랐다. 그러니 어떤 작품을 냈는지 알 길도 없고 딱히 관심도 없었다. 같이 글쓰기 하는 분들의 추천으로 알게 됐고, 고민 끝에 강의를 들어 보려 오늘의 여러 일정들 중에 선택을 했을 뿐이다. 이 정도면 누구인지 찾아볼 법도 한데 그냥 귀찮았다. 작가로서의 삶을 있는 그대로 현실적으로 이야기해주는 작가라는 점 정도가 구미를 당겼을 뿐이다. 찾아본 건지 지나치면서 본 건지 국문학과 출신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갔다.



 내가 사는 곳은 청주고 강의는 대전의 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진행이 됐다. 청주에서 대전이라고 하면 옆 동네 느낌이 들만큼 가까워서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곳이기에 강의를 들어 보겠다고 선택한 걸 수도 있다. 조금 더 멀었다면 아마도 다른 일정에 참여하려 했을 것이다.



 아내와 아이가 같이 가기로 했다. 아내는 아이와 함께 친정에 갈까 말까, 그냥 집에 있을까 고민하다 휴가 시작일이기도 하고 마실 나가는 마음으로 같이 가기로 했다. 같이 강의를 들을 필요는 없고 내가 강의를 듣는 동안 백화점 한 두어 바퀴 돌면 시간이 딱 맞을 것 같아서 같이 가기로 했다.



 가는 길을 실수로 시작했다. 대전까지의 길이 초행도 아니고 그리 먼 거리도 아니지만 여유 있게 가기 위해 예상되는 이동 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출발했다. 대전까지 가는 건 문제가 없지만 백화점까지는 정확한 길을 몰랐기에 네비를 켜고 출발했다. 처음 검색되는 경로는 고속도로를 타는 경로였다. 대전까지 가는데 굳이 고속도로를 탈 필요는 없기에 설정을 무료도로로 잡고 다시 검색을 했다. 고속도로 경로보다 10분 정도 더 걸린다고 네비가 안내를 해 줬다.



 이런 순간이 고민이다. 고속도로를 타면 조금 더 일찍 갈 수 있는데 불과 1~2천 원  정도지만 톨게이트 비용이 든다. 몇 천 원 내고 시간을 사느냐, 그냥 시간을 조금 더 쓰느냐 부자라면 혹은 부자가 될 사람이라면 아마도 돈을 내고 시간을 살 것이다. 그런데 난 그러질 못한다. 그래서 아직 부자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거 몇 천 원 고민하는 나 자신이 싫은데 그게 잘 안 된다. 무료도로를 이용해 가는 거리가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거리보다 짧아서 나름 이상적인 선택을 한 거라고 되지도 않는 합리화를 하는 복잡한 심경 때문이었는지 네비를 켰음에도 불구하고 길을 잘못 들어 유턴을 하고 또 하면서 결국엔 무료도로를 선택해 대전을 향했다.



 몇 천 원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느 한쪽(보통은 돈이 안 드는 쪽)을 선택하면서 스스로 합리화할 때의 이 거지 같은 기분 수습하면서 겉으론 아무렇지 않게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아! 이 길 전에 가보려 했던 어떤 카페 가는 길이네 이러면서 가고 있었다.



 아이가 찡찡대기 시작했다. 요즘 부쩍 커서 자기의 의사와 의지를 아주 적극적으로 내비치는 중이다. 그런 의지로 카시트에 앉는 걸 거부하려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안전을 위해 부모로서 아이가 찡찡거려도 어쩔 수 없이 달래 가며 가곤 한다. 시간대가 아이 낮잠 잘 시간이라 조금 있으면 잠들겠지 하면서 과자를 줘 달래 가며 가고 있었다. 그런데 쉽게 달래지지 앉았고 울음소리가 커지더니 출발 전에 먹은 점심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어떠한 이유와 상황이건 아이가 먹은 걸 게워내면 드는 그 죄책감을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마 알 것이다. 뭘 잘못 먹였을까, 너무 많이 먹였나? 아니 평소와 다름이 없었는데 오만 생각을 하면서 게운 걸 수습했다. 차는 잠시 세운 상태였고 어쩔 수 없이 카시트에서 안아 올려 엄마가 품에 안았다. 집으로 차를 돌려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출발했다. 조금 여유 있게 출발했지만 차를 두어 번 돌린 상황이라 딱 맞게 도착할 상황이었는데 아이가 게운 걸 수습하느라 잠시 차를 세웠기에 속도를 조금 올렸다.



 아이는 엄마 품에서 잠들었다. 점심을 먹은 뒤에 먹은 망고가 문제였는지, 카시트에 앉기 싫어서 떼를 쓰다 보니 열이 올랐는지, 낮잠을 잘 시간인데 자기가 싫어하는 카시트에 묶여 있다 보니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엄마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위해 다시 카시트에 앉혀야 하지만 상황이 그냥 그래 엄마가 안고 나는 운전에 최대한 집중했다.



 예상 시간보다 10분 일찍 출발했는데 결국엔 10분 늦게 도착했다. 다행히 아이는 거짓말처럼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유모차에 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처음 와 보는 곳을 두리번거렸다. 그런 아이와 엄마랑 인사를 하고 부랴부랴 강의실에 들어갔다. 20여 명 정도가 강의를 듣고 있었고, 김호연 작가님은 막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본인이 작가로서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결과물들을 냈는지 스토리텔러답게 스토리텔링을 이용해 이야기를 해 줬다. 그리고 질문시간이 됐다. 작가가 되겠다고 나름 집중하고 있고 그 과정으로 이런 강의도 참여하게 됐으니 질문을 준비해 갔다. 우선 다른 사람들의 질문을 먼저 들었다. 한 명, 그리고 또 한 명 이제 내가 질문해야지 하는데 마무리를 하는 거다. 분명히 질문을 더 받아 줄 시간적인 틈도 있었고 그보다 내가 제일 먼저 질문을 했으면 될 일이었는데 결국엔 질문을 못 했다.



 이어서 소소한 사인회가 진행됐고 난 사인받을 책을 준비해 가지 않았기에 그냥 멀뚱히 앉아 있었다. 사인회가 끝나면 살짝 가서 물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사진 찍을 분들은 나오라고 해서 우선은 나갔다. 나름 고생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질문은 못해도 사진이라도 남겨야지 하면서 나갔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단체사진을 찍었다.



 순간, 물밀 듯이 밀려 들어오는 현타.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이 분들은 누구지? 내가 이 사람들하고 왜 사진을 찍고 있는 거지? 내 휴대폰으로 찍는 것도 아니라 사진을 받을 수도 없는데 뭐 하는 거지? 그 사진 받겠다고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 가서 쭈뼛쭈뼛 저 사진 좀 보내주실 수 있으세요? 이러고 싶지는 않은데….’ 그래도 찍자. 이런 행동이라도 해야지 오늘 여기 온 목적과 동기가 나름 정당화될 것 같았다.



 사진까지 다 찍고 이제 나갈 일만 남았는데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질문을 해야 되는데 이미 강의는 끝났고, 강의라는 게 시간에 맞는 돈을 받고 진행하는 거니 강의 후의 시간에 질문을 하는 건 자본주의에 근거하여 예의가 아닌 거 같았다. 그럼에도 질문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커 나도 모르게 스토커처럼 강의실 밖을 나서는 작가 뒤를 따랐다.



 지금이라도 해야 되는데 도무지 할 수가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고 어쩔 수 없니 떠나보내는 그럼 심정을 달래듯이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섰다. ‘괜찮아, 어차피 답은 다 알고 있는 거야. 그냥 확인받고 싶은 거야.’ 실제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에게 갔다. 아무것도 못한 남편이지만 그런 남편과 아빠를 기다리고 있을 아내와 딸아이에게 갔다. 아이는 아까 차에서 게워낸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 보였다.



 백화점 한 두어 바퀴 돌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고 한다. 속이 탄 나도 아이스크림을 하나 시켜 먹었다. 유기농 아이스크림이라고 해서 아이에게도 처음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여 봤다. 처음엔 뭔가 싶어 찡그리더니 이내 잘 먹었다. 그럼 그렇지. 아이스크림인데 안 먹을 수가 없을 거야.



 작가님, 이제야 질문을 합니다.

우선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정말 오랜 시간 고생도 많이 하셨을 텐데 별일 아닌 듯이 담담하게 풀어내 준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작가님은 대학교 과도 국문학과를 나오시고 거의 바로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시면서 나름 규모 있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신 거 같습니다. ‘이중간첩’이라는 영화를 본 거 같습니다. 이렇다 할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여하튼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시면서 출판사 일도 했고 이렇게 저렇게 삶을 꾸려 가신 거 같습니다. 그리고 나이 마흔에 소설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망원동 브라더스’의 나름 성공이야기도 잘 들었습니다. 이후에 자신 있게(?) 내놓으신 소설이 잘 안 되다 힘을 빼고 부담 없이 쓴 ‘불편한 편의점’이 대박이 나면서 이제야 비로소 소설가로서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뭐 이렇게 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글을 쓰는 걸 가르치는 문예창작과는 아니지만 관련이 상당히 깊다 할 수 있는 국문학과를 나오시고 계속 관련 업계에 종사하셨음에도 근 30여 년 만에 만족할 만한 성취를 이뤄낸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글을 써 보겠다고 다짐하고 쓰기 시작한 지 이제 2년 정도가 됐습니다. 물론 그 이전엔 글은 전혀 써 보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일기를 쓰는 수준이고 깨작거리는 정도지만 할 수 있는 게 이런 거밖에 없어 우선 글을 쓰고 있습니다. 2년 동안 정말 꾸준히 열심히 매일 글을 쓴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느낀 부분은 글을 계속 써야 된다. 그런데 혼자는 잘 안 되니 어딘가에 좀 구속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현재 글쓰기 모임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너무 막연합니다. 그리고 그 막연함이 오늘 강의를 통해 더 강해졌습니다. 저렇게 관련과도 나오고 관련 업계에 계속 종사한 사람도 몇십 년이 걸려서야 비로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낸 거 같은데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꼴에 꿈은 멋진 판타지 소설 한 번 써 보고 싶은 건데 과연 가능한 일인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늦은 나이에 글 한 번 써 보겠다고 여기까지 왔고 오늘 강의도 참여할 만큼의 열정도 있으니 계속 쓰면 뭐가 되긴 될까요? 일만 시간의 법칙 뭐 이딴 걸 들먹일 필요도 없이 일정 시간을 지속적으로 들이면 분명히 뭐가 나오긴 할 텐데 또 그 방향성이 바르지 않다면 결국 특별한 무언가 되지는 않는 거 같습니다.



 나름의 바른 방향과 약간의 조언 부탁드립니다. 뭐 답을 안 주셔도 제가 누구인지도 모르실 테니 아마 안 주시겠지만 상관없습니다. 오늘 이 일을 소재삼아 글로 쓸 정도의 의지와 열정은 아직 있으니 답을 안 주셔도 막연해도 글은 쓸 겁니다. 그래도 뭐라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ㅎ





 대문 사진은 강의 끝나고 나와 엄마와 아이가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을 때 엄마랑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이제 막 먹고 난 잔해(?)입니다. 테이블 위의 상황이 그때의 딱 내 마음 같아 찍어 이번 글의 대문으로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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