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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Sep 09. 2022

왜 숙제를 안 하니?

>>숙제를 안 했네?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지만 숙제를 ‘또’ 안 했네. 아니지. 숙제를 한 적이 없지. 그게 맞는 이야기지. 왜 숙제를 안 하니? 숙제를 안 하는 이유가 뭐니? 이야기를 좀 해 봐.     



>>이유가 사실 없지. 그냥 하기 싫은 거지. 귀찮은 거고. 맞아, 그럴 거야. 숙제를 안 하는 이유가 특별히 있겠어. 그냥 하기 싫으니까, 귀찮으니까 안 하는 건데 어른들은 이유가 없는 이유를 찾아 조언이랍시고 떠드니까 너희들이 숙제를 더 안 하지. 어른들이 아무리 그럴싸한 이유를 들먹이며 이래서 저래서 숙제를 해야 한다고 떠들어 봐야 너희들은 그냥 하기 싫은 건데, 귀찮은 건데 선생님이 엄빠가 뭐라는 거지? 딱 이런 느낌일 거야. 맞지. 소귀에 경 읽기도 이런 경 읽기가 없을 거야.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없듯이 학생이 숙제를 하기 싫어하는 이유는 없어. 그냥 싫은 거야. 그런데 어른들은 목표니 동기부여니 어쩌고 저쩌고 떠들면서 학습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둥, 코칭을 받자는 둥 아주 그냥 쌩 난리가 나. 조금 다른 질문을 해 보자. 숙제를 안 하면 큰일이 날까?     



>>큰일이 안나. 큰일이라고 하는 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보통은 경제적으로 큰 위기에 직면한다든지 혹은 누가 많이 아프거나 더 나아가 죽거나 그런 경우일 거야. 너희가 숙제를 안 하면 너희 집에 경제적인 크나큰 위기가 올까? 숙제를 안 하면 너희 가족 중에 누가 많이 아플까?(아! 엄마 속은 문드러지긴 하겠다.) 더 나아가 숙제를 안 한다고 너희 가족이 죽는 일은 없겠지.(엄마 속은 타 죽을지도 몰라. 그것도 죽는 거라면 뭐가 하나 죽긴 죽는 거네.) 그러니까 숙제를 안 해도 돼. 그런데 또 해야 돼. 그래서 숙제가 하기 어려운 거야.     



>>당장 하지 않아도 큰일이 안 나는데 해야 되는... 진상 맞지. 이거랑 비슷할까? 달고 짠 음식 맛있잖아. 그래서 달고 짠 음식만 먹고 싶잖아. 그런데 매일 그런 음식만 먹으면 어떻게 될까? 큰일이 날까? 아니 그것도 딱히 큰일은 안나. 물론 건강이 안 좋아지긴 하겠지. 살도 많이 찔 것이고. 분명히 문제가 생길 거야. 그런데 오늘 밥 대신 과자를 먹었다고, 초콜릿을 먹었다고, 치킨을 먹었다고 내일 당장 건강이 악화되거나 죽지는 않을 거야. 그래서 우리는 분명히 별로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오늘 당장 치킨을 시켜 먹는 거야.     



>>숙제도 마찬가지야. 너희들도 해야 되는 건 알아. 숙제를 열심히 하면 배운 걸 연습할 수 있고 그걸 바탕으로 개념을 내 것으로 이해할 수 있고 결과적으론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아. 그래서 아마 너희들도 누구나 마음속에 숙제를 해야 되는 거라고 인식은 하고 있을 거야. 그런데 하기가 싫지. 일단 하기 싫은 것 자체가 근본적인 이유고 너무 귀찮으니까. 오늘 하루 숙제 안 한다고 성적이 막 곤두박질치고 내가 막 똥멍청이가 되고 그러진 않으니까. 내일 해야지 하면서 게임을 하는 거야.     



>>게임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게임도 매일 하면 큰일이 날까? 아니 역시 큰일은 안나. 물론 세월아 네월아 게임만 하면 백수라고 하는 아주 좋은 직업을 가질 수도 있어. 보다 괜찮은 프로게이머가 될 수도 있고. 그런데 사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은 조금 막연하고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아무나 페이커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야. 숙제하기 싫어서 하루에 한 두어 시간 즐기는 게임이라면 정말 재미있어 미치겠지만 프로게이머가 된다는 건 하루 24시간 중에 밥 먹고 자고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고 14시간 이상 게임만 하는 거야.



>>그래서 너희들은 프로게이머에 대한 동경을 갖고 숙제를 피해 도피처로 게임을 하게 되지. 해도 괜찮아. 게임을 매일 한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너희들은 태어나서부터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배운 영상세대이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게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거야. 그러니까 어른들이 말하는 우리 때는 밖으로 놀러 다니기는 했어도 이렇게 방구석에 처 박혀 게임만 하지는 않았다 하는데, 당연하지 그때는 스마트폰도 뭐도 게임도 아무것도 없던 시절이니까 밖으로 나가 놀 수밖에 없었던 거야. 만약에 그때 게임이 있었다면 지금의 어른들은 게임을 안 했을까? 아니 너희랑 똑같았을 거야. 지금 게임의 수준엔 한 참 못 미치지만 그때도 오락실이라는 곳에서 게임을 했는데 언제나 항상 학생들로 가득 찼었거든.     



>>그러니까 너희들이 게임을 하는 건 죄가 아니야. 적당히만 하면 돼. 그 게임 역시 매일 하면 큰일은 안 나지만 매일 하면 조금 그렇다는 거 너희들도 알잖아.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매일 게임만 하게 되는 뭐 그런 거랑 비슷한 거야. 달고 짠 음식을 매일 먹으면 큰일은 안 나지만 매일 먹으면 안 되는 걸 알지만 또 매일 먹고 싶은 마음. 게임을 매일 한다고 역시 큰일은 안 나지만 매일 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매일 하고 싶은 마음. 숙제를 안 하면 큰일은 안 나지만 매일 해야 되는 걸 알지만 하기 싫은 마음. 딱 그런 거야.     



>>그런 상황을 누가 뭘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겠어. 그러니까 달고 짠 음식을 매일 먹고 싶지만 적당히 조절하는, 게임을 매일 하고 싶지만 역시 적당히 조절하는 그 마음으로 숙제는 매일 하고 싶지 않지만 할 건 적당히 해야 되는 그럼 마음으로



제발 좀 숙제 좀 해라!!!!!!!!!!!!!!!!!!!!!!!!!!!!!!!!!!!!!!!!!!!!!!!!!!!!!!!!!!!!!!!!!!!!!!

이 인간들아!!!!!!!!!!!!!!!!!!!!!!!!!!!!




대화 내용을 그대로 옮긴듯한 느낌으로 쓴 내용이라 두서가 없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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