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담을 쌓아 왔던 게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창의성' 혹은 '창의력'.
뭐 비슷한 말인데 창의성은 그런 성향을 의미할 테고
창의력은 창의를 발휘하는 힘을 말하는 거라고
구분 지어 보면 조금은 다르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분류가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난! 이런 창의와 관련이 없는 삶을 살아왔다.
학창 시절에도 암기과목은 기똥차게 잘했지만
국어를 제외하고 나머지 이해 과목은
그냥저냥 했던 것 같다.
암기과목을 정말 잘했는지 졸업한 이후에
시간이 한 참 흘러 다들 취업으로 힘들어할 때
고등학교 동창 녀석이
'야, 너 공무원이나 준비해. 너 암기 드럽게 잘하잖아.'
하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물론 시도를 해 보려다 말았지만
그만큼 암기를 잘하는 그러니까
창의와는 별로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난센스 같은 문제 정말 못 푸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인간이!
글을 쓰겠다고 한다.
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미친 것 같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는 거다.
모름지기 작가라 함은
있는 이야기든 없는 이야기든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
있는 이야기를 잘 그러 모아 구성하는 것도 창의요,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건 그야말로 창의다.
그런데 별스럽지 않은 난센스 문제 하나
제대로 풀지도 못하는 놈이
그런 작가를 하겠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미친 게 맞는 것 같다.
지금 이 나이에 이게
살자고 하는 짓인지, 죽자고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문득 존경해 마지않는
구국의 영웅, 성스러운 영웅
성웅 이순신 장군의 그 유명한 말이 떠 오른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순서가 맞는지 조금 헷갈리지만
여하튼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님 말을 따르면
죽고자 하는 길을 선택해서
죽을 각오로 하면
살 수도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순신 장군님을 생각하니
자연스레 아픈 역사지만
전쟁 생각이 났고
전쟁 도중엔 진법을 펼쳐
적과 싸우기도 한다는 걸 들어 본 것 같다.
물론 그 시대를 살아 본 것도 아니고
뭐도 아니어서 진법이 정말 무엇인지
자세히 모르겠지만
대충 들은 바에 의하면
진법이라는 게 사문死門이 있고
생문生門이 있다고 한다.
진법을 펼쳐 적을 오도 가도 못하게 하면서
몰아가는 그런 방법일 텐데
그런 진법을 깨겠다고
사문으로 잘못 들어서면 오히려 죽게 되고
생문을 찾아들어 가야 살아날 수 있다.
뭐 이런 내용일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생문으로 들어서야겠지만
세상사 마음같이 안 되니
혹여 실수로라도 사문으로 들어섰을 때
그 사문을 버텨내면
결국 열리는 건 생문이 아닐까 한다.
창의와는 담을 쌓고 살아온 내가
글을 쓴다고 마음먹은 건
그야말로 사문을 향해 돌진하는 건데
또 아는가?
버텨낼지
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환장하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