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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Nov 04. 2022

[유튜브 영상 추천] 좋아하는 노래 Vol. 1

 음악 듣는 걸 좋아한다. 노래 따라 부르는 것도 좋아한다. 수준은 동네 노래방 가수 중에서도 하수 정도에 속하지만 가수가 꿈이기도 했다. 대중음악을 듣기 시작한 건 중학교 때고 노래를 본격적으로 따라 부르기(정확히는 비 맞은 중처럼 시도 때도 없이 흥얼거리기) 시작한 때가 고등학교 2학년 때다. 옆의 여학교와 미팅을 했는데 나를 제외한 모든 녀석들이 노래방에서 한 곡씩은 멋들어지게 뽑아내는 게 아닌가? 약간의 충격을 받고 그때부터 노래를 따라 부르기, 그러니까 나름 연습을 시작했다.



 아빠가 노래를 조금 한다. 피는 어디 가지 않는다고 모르고 있었던 손톱만큼의 재능이지만 연습을 하니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 뒤로 가수가 돼 보겠다고 까불기도 하고 여기저기 장기자랑도 나가 보고 지인들과 노래방에 가면 그 누구보다도 많은 노래를 불렀다.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없는 나만의 애창곡도 몇 곡 있다.



 지금은 그저 노래를 많이 듣고 있다. 음악 자체를 듣는 걸 좋아한다. 특별히 장르를 가리지는 않는다. 가요, 팝, 트롯, 국악, 클래식 다 좋아한다. 고등 시절에 잠시 메탈에 관심도 생겨서 ‘메탈리카’ 음악을 한창 듣기도 했다. 차를 타고 다니면서 가끔 클래식도 라디오를 통해 듣는다. 그럼에도 굳이 장르를 선택하라고 하면 재즈 계열 음악을 다 좋아한다.



 간혹 음악 듣기에 꽂히면 날이 새는지도 모르고 음악을 듣는다. 안 그래도 늦게 자는 편인데 이런 날이면 새벽 5~6시 까지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음악을 듣곤 한다. 그런데 음악을 듣는 것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보기도 한다. 음악을 듣기 위해 고가의 장비 등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그냥 노트북이나 스마트 폰에 이어폰 정도 꽂고 듣는 편이다. 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본다니?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유튜브 등을 통해 보고 듣는다는 이야기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에 유료 가입도 했는데 잘 쓰지 않고 유튜브 등을 통해 영상과 함께 듣는 걸 선호하는 것 같다. 눈을 감을 것 까지는 없지만 청력에 기대 듣는 것에 최대한 집중해서 음악을 듣는 것도 좋지만 음악은 그리고 노래는 어쩌면 아주 작고 짧은 하나의 영화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영상이 뒷받침되면 그 감정이 배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간혹 날밤을 샐 때 꼭 보게 되는 노래 영상 몇 개를 소개해 보려 한다. 특별한 기준이나 장르 그리고 선호는 없다. 물론 소개되는 영상을 통해 어느 정도의 선호는 파악되겠지만 특별히 그런 선호를 바탕으로 고른 건 아니다. 그럼 맥락 없는 영상을 나열해 보도록 하겠다.     




# Ave Maria - 박정현

아는 사람은 아는 그 유명한 스님이 듣다가 회개 혹은 개종을 할 뻔했다는 노래다. 세계를 돌며 버스킹을 하는 한 예능 프로에서 부른 노래다. 난 종교가 없지만 처음 들었을 때 정말 말 그대로 성령이 충만해지는 것 같았다. 노래를 부른 장소가 이탈리아의 어느 광장인데 그 풍광도 한몫한다. 이런 부분이 귀로만 음악을 듣는 것보다 조금 더 나은 경험을 준다.(물론 귀로 제대로 듣는다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도 있다.) 아내는 천주교 신자다. 이 노래를 듣다 보면 가끔 나중에 혹여라도 아내와 함께 성당에 다니게 되면 내가 이 노래를 연습해서 미사 때 한 번 불러볼 수 있을까 하는 말도 안 되지만 기분 좋은 상상을 하기도 한다.     

[DJ티비씨] 박정현(Lena Park) - Ave Maria ♬ #비긴어게인 3 #DJ티비씨 - YouTube



# My way - 박정현

박정현이란 가수는 흔히 요정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노래하는 요정, 노래를 너무 잘하는 요정. 이 가수가 좋은 이유는 노래를 한 두 해 한 것도 아니고 정말 잘하는 가수인데도 불구하고 무대에서 첫 곡 등을 부를 때 언제나 긴장감을 있는 그대로 몸으로 표출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그런 모습에서 묘한 설렘을 항상 받는 것 같다. 이런 박정현이 부르는 My way 라… 남자의 그것도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 황혼을 향해 가는 남자의 전유물 같은 노래를 요정이 부른다니 이질감이 일수도 있는데 아저씨들이 주는 무던한 덤덤함과는 또 다른 담담함을 준다. 가사를 잘 알지도 못하지만 몇 단어를 흥얼거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노래다. 아직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젊은 놈이 뭐 그리 회한이 많은 건지… 덜 열심히 살아서 그런 것 같다. 보다 열심히 살아서 나중에 내 방식대로 잘 살았다고 허허 웃으면서 불러 볼 날을 기대해 본다.     

[DJ티비씨] 박정현(Lena Park) - My Way ♬ #비긴어게인 3 #DJ티비씨 - YouTube


이 외에도 ‘Adele’보다 잘 불렀다는 ‘Someone Like You’도 있고 ‘썩 들 리에’를 찾다 보면 만나게 되는 ‘Chandelier’도 있다. 뭐 사실 한 두 곡이 아니다.     




# 나 가거 든 - 이수현

아이라고 하면 조금 건방진 표현일까? 나이 먹었다고 위세를 떨고 싶은 게 아니라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아이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우리들의 감성을 목소리로 달래 주고 있다. 있는 그대로 정말 솔직하게 표현하면 이수현이란 가수는 못 생겼는데 예쁘다. ‘못 생겼다’와 ‘예쁘다’가 하나의 대상을 표현하는데 동시에 쓸 수 있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이수현을 보면 늘 그런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론 너무 예쁘다. 목소리가 예쁘고 사람이 예쁘고 그저 맑다. 아이 같은 몽골의 초원을 뛰어놀았던 아이 같은 정말 티 없는 감수성을 목소리에 그대로 담아 표현하는 가수라고 생각한다. 그런 가수가 우리 역사의 가슴 아픈 일을 담은 노래를 불렀다. 노래 속의 주인공의 역사적인 평가는 차치하고 우리의 한 시대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일제의 칼 아래 무참하게 스러져간 일이다. 많은 가수들에 의해 많은 무대에서 불려진 노래다. 그 어떤 무대보다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람들이 떠나간 조금은 남루해 보이는 시장 한 복판에 무대를 펴고 노래를 부른다. 가사에 나오듯이 쓸쓸한 달이 시장을 비추는데 그 처연함이 배가 된다. 실력 있는 연주자와 무용수에 의해 무대의 수준은 최고치에 다다른다. 영상 중간중간 나오는 시장을 지키고 있는 허리 굽은 노인들의 모습과 세월에 의해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진 할머니의 발을 보는 순간 감정은 극대화된다.

� 애절함의 끝을 보여주는 이수현(Lee Su-hyun)의 ′If I Leave(나 가거든)′♬ 〈비긴어게인 코리아(beginagainkorea)〉 8회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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