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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Nov 03. 2022

파타고니아 정신

 파타고니아라는 회사가 있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회사다. 나는 사실 조금 뒤늦게 이 회사를 알았다. 회사의 역사와 철학은 전달하는 과정에서 자칫 왜곡이 일어날 수 있으니 다음 백과에 나와 있는 내용을 그대로 링크로 걸도록 하겠다.(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49XXXXXXb109) 여하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을 것이며 모르고 있는 사람들은 링크를 통해 확인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회사라고 한다. 거칠지만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환경을 생각하는 회사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지금도 간간히 이 회사의 티를 입고 다니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이 회사의 티가 유행을 한 건 기억이 맞으면 한 4~5년 전이었던 것 같다. 난 개인적으로 유행을 잘 타거나 따르는 성향은 아니다. 좋게 말하면 나만의 개성이 있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유행에 뒤 떨어지는…. 사실 유행에 뒤 떨어져도 크게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다. 4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나름의 스타일이 잡혀 있고 그 스타일이 그렇게 튀거나 부족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그럼 된 거지, 이런 스타일이 유행이다 하고 우~~~~~ 따라가는 성격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회사의 티가 유행을 한 시기를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는 이유는 4~5년 정도 전에 같이 일한 후배가 이 회사의 티를 자주 입었던 게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회사의 티가 유행할 당시에 난 이 회사의 티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최근에 이 회사를 알게 되고 이제야 아~ 이런 회사의 이런 티였구나 하고 늦어도 아주 늦게 알게 된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회사의 티는 뭐 대단하냐? 아니다. 그냥 흔해빠진 면 티일 뿐이다. 다만 환경을 생각하는 회사답게 유기농 목화에서 면을 얻어 사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 부분이 이 회사의 티가 다른 회사의 일반적인 면 티와 구분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티의 가격도 꽤 비싼 걸로 알고 있다. 정확하진 않지만 티는 비싸지만 수선을 해준다고 들었다. 대충 어떤 개념인지 감이 왔다.



 처음에 이러저러한 내용을 통해 환경을 생각하는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다 티의 가격이 비싸다는 이야기를 듣고 솔직히 ‘그럼 그렇지, 환경 팔이 하는 회사네.’ 하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속적인 수선을 통해 추가 구매를 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 간다는 내용을 듣고는 ‘음~ 괜찮은 회사군.’ 하고 다시 생각을 고쳤다. 그리고 정말 최근에 사실 이 글을 쓰기 직전에 찾아보니 어마 무시한 가격은 또 아니었다. 가격에 대한 인식은 개인차가 있으니 비싼지 아닌지는 스스로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회사는 환경을 생각한다면 우리 회사의 옷을 사지 말라는 철학을 광고에 보일 정도다. 오히려 그런 부분이 마케팅적으로 대중들에게 먹혀 더 잘 팔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기도 하다.



 자! 그렇다면 우린 이 회사의 옷을 사서 환경을 생각하는 회사의 철학과 행동을 함께 해야 되는 것일까? 아니다. 물론 이왕 옷을 산다면 환경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는 회사의 옷을 사는 게 그렇지 않은 회사의 옷을 사는 것보단 분명히 나을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도 무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환경을 생각한다면 자사의 옷을 사지 말라고 한 것처럼 안 사는 게 맞다. 물론 옷을 입지 않고 다니라는 건 아니다. 이 회사의 옷을 사기 전에 가지고 있는 옷을 한 번 더 돌아봐 꼭 사야 되는 건지 정말 필요한 건지 등을 확인하고 그렇지 않다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옷을 곱게 오래도록 잘 입으면 될 것이다.



 이 지점에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옷과 생활 용품들 몇 가지를 소개해 보려 한다. 첫 번째가 카라가 있는 반팔 티다. 20대 초반에 산 티다. 브랜드 티도 아니다. 지금은 유명무실해졌지만 당시엔 많은 청주시민들이 이용한 시내에 있는 지하상가의 한 보세 가게에서 만 원 정도 주고 산 것 같다. 그 티를 아직도 입고 있다. 물론 이젠 외출할 때 입지는 않는다. 집에서 일상복으로 입고 있다. 이런 티가 한 두 장이 아니다. 그중에 가장 오래된 티를 예로 들었을 뿐이다.

 

 전에 다른 글에서 다룬 적이 있는 찢어진 흰색 셔츠도 결국엔 다시 입기로 했다. 물론 외투를 입는 계절 한정이다. 몸 부분과 팔 부분의 이음새 부분이 조금 찢어졌다. 찢어진 형태가 조금 애매해 꿰매기도 힘들었다. 아쉬운 마음에 버리지 못하고 옷장에 걸어 두고 있었다. 그런데 계절이 바뀌면서 외투 안에 받쳐 입기엔 괜찮을 것 같아 다시 입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구두다. 정확히 기억을 하는데 2015년에 일을 시작하면서 산 구두다. 매일 신고 다녀서 뒷굽이 너무 닳았다. 기본적인 수선은 구두회사에서 해 주는데 닳은 정도가 너무 심해 결국 전문 수선업체에 3만 원 주고 수선을 맡겼다. ‘뭔 수선 값이 3만 원이나 해.’ 하면서 이왕 맡겨 보기로 한 거 한 번 속는 셈 치자 했는데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그 구두를 지금도 신고 다닌다.


 세 번째가 자동차 키링이다. 2017년 아니면 2018년, 아내와 대구에 놀러 가서 카카오프렌즈 샵에서 산 ‘후드 라이언’ 키링이다. 라이언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지금은 다 닳아서 라이언인지 눈이 없는 괴물인지 모를 지경이지만 아직도 쓰고 있다. 연결 부위의 쇠고리가 몇 번 벌어져 라이언을 잃어버릴 뻔했는데 잘 찾아 벌어진 고리 부분을 조여서 아직도 잘 쓰고 있다.


 네 번째는 운동화다. 개인적으로 ‘컨버스’ 운동화나 ‘탐스’ 같은 브랜드의 얇고 땅바닥에 붙는 슬립온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신발들이 생각보다 약하다. 특히 신발 하나를 사면 그 하나를 거의 매일 신는 성격이라 쉽게 떨어지거나 해지는 편이다. 언제 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빨간색 컨버스 운동화를 사서 신었는데 한쪽 바닥이 떨어졌다. 본드로 잘 붙을 것 같지 않아 우선 이번엔 노란색 컨버스 운동화를 다시 사서 신었다. 그런데 두 번째로 산 운동화도 무슨 장난인지 한쪽 바닥이 떨어졌다. 더 웃긴 건 빨간색과 노란색이 한쪽씩 떨어졌는데 그게 반대쪽이었다. 순간, ‘어 남아 있는 온전한 빨간색 한쪽과 노란색 한쪽을 같이 신으면 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신고 다녔다.


 물론 지금은 그 마저도 떨어져 결국엔 다른 운동화를 샀다. 그리고 이번엔 컨버스가 디자인이 괜찮긴 하지만 천 쪼가리 운동화치고 너무 비싼 거 같아 컨버스의 반값 정도 되는 다른 브랜드의 스니커즈를 샀다. 어차피 일하러 다닐 때 신는 거의 작업화 수준이기에 특별히 비싼 걸 신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브랜드를 바꿨다. 그리고 최근에 샀다고 생각을 하는(그 최근이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겠다.) 탐스 슬립온은 아직 떨어질 정도로 신고 다닌 것 같지 않은데 떨어져서 본드로 열심히 붙여 신고 다니고 있다.



 이렇게 나름 물건을 아껴 쓰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궁상맞고 옹색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만족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또 모든 물건을 이렇게 쓰는 건 아니다. 약간 성향이 양 극단으로 왔다 갔다 하는 편이다. 아끼는 부분은 극도로 아끼고 또 어떤 부분은 과소비까지는 아니지만 생각보다 펑펑 써 버린다. 아주 좋게 포장을 해 보면 아껴 쓸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아껴 쓰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과감하게 돈을 쓰는 편이다.



 궁상맞고 옹색한 내 이야기를 접고 제목에 걸맞게 다시 파타고니아 이야기, 정신으로 돌아와 본다면 파타고니아의 창립자인 이본 쉬나드 아저씨가 바란 게 ‘우리 제품을 사기 전에 쓰던 물건이 아직 쓸만한 건 아닌지 돌아봐.’ 이런 게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건이 필요하다면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제품을 샀으면 좋겠는데 그런 회사가 마땅치 않다면 우리가 그런 노력을 기울일 테니 아쉬운 대로 우리 제품을 사도록 해. 관리해 줄게.’하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아저씨, 저는 아저씨 바람대로 아저씨 회사 티를 안 살 거예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만 입어도 죽을 때까지 입을 거 같으니 최대한 아껴 잘 입겠습니다. 물론 아저씨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의 예쁘고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또 사긴 할 거예요. 왜냐하면 전 환경을 반드시 지켜야 된다는 확고한 사명까지는 가지고 있지 못한 소시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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