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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Nov 02. 2022

세종에 있는 국립수목원

2022년 10월 10일

 10월 초의 나름 황금연휴의 마지막 날, 어딜 갈까 고민한 끝에 세종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가기로 했다. 세종수목원이 개원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건가? 여하튼 열리기 전에 청주에서 수목원 하면 미동산 수목원을 찾곤 했다.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혹은 연애하면서 결혼하고 난 뒤에도 간간히 마땅히 갈 만한 곳이 없을 경우에 산책하듯이 가곤 했다. 무료였기에 차를 끌고 청주 외곽으로 조금 빠져나가야 하는 수고 정도만 들이면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최근엔 유료로 바뀌었다. 유료로 바뀐 뒤에는 가보지 않았지만 일정 수준의 돈을 받더라도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유료로 바뀌는 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찾아보니 미동산 수목원은 충청북도 산림환경연구소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즉, 미동산 수목원은 지자체인 ‘도’에서 운영을 하는 곳이다. 이 이야기를 갑자기 하는 이유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측면도 있지만 이 이야기의 장소인 세종수목원은 정확한 명칭인 ‘국립세종수목원’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도에서 운영하는 곳을 폄하하고자 함이 아닌 운영주체의 규모에 따라 그 대상의 규모 역시 달라짐을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미동산 수목원은 한 3~4번 정도 가 본 것 같다. 세종수목원은 2020년인가 가오픈했을 때 한 번 가 보고 이 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가오픈 당시엔 무료였고 지금은 입장료를 받고 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관이라 그런 건지 금액이 그렇게 비싸진 않은 편이다. 성인 기준 5천 원 정도 수준이다. 상황에 따라 5천 원도 비쌀 수 있는 금액이겠지만 가 본 사람들은 5천 원이라는 금액이 그리 비싼 금액이 아니라는 걸 수목원의 규모를 통해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주로 갔던 그러니까 세종수목원이 개원하기 전에 갔던 미동산 수목원과 세종수목원 전체 부지 넓이를 정확하게 비교해 보진 못했지만 체감 상 세종수목원이 월등히 넓은 것 같다. 세종수목원은 관람안내 분류에 의하면 25개 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가오픈 시기에 갔을 땐 실내 관람구역은 가 보질 못하고(많은 구역이 공사 중이었다.) 실외만 전체적으로 돌아봤다면 이 번엔 실내 관람구역 중에 하나인 ‘사계절 전시온실’만 둘러봤다.



 개인적으로 실외는 다양한 컨셉으로 구분을 잘해 놓은 것 같긴 한데 아직 오픈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넓이에 비해 조금은 휑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 이유로 실내 관람구역인 사계절 전시온실만 둘러본 건 아니다. 연이틀 비가 오락가락해서 아이와 함께 넓고도 넓은 실외 부지를 돌아보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어 우선 실내공간을 둘러보고 날이 좋으면 실외도 돌아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출발하는 순간엔 날이 좋았다. 세종 자체가 청주에서 멀지 않은 곳이기에 30여분 정도 달린 후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는 순간까지도 날은 꽤 화창했다. 하늘에 구름이 있었지만 하얀 구름이었기에 비는 올 것 같지 않았다. 그럼에도 혹시 몰라 우산은 챙겼다. 우산은 비가 올 경우뿐만 아니라 햇빛이 너무 강렬할 때도 나름 효용가치가 있는 물건이다. 유모차를 내리고 아이를 카시트에서 안아 올리고 바람도 조금 불고 약간은 정신이 없는 상황 속에 수목원 입구까지 걸어갔다.


 입구에 도착해서 입장권을 사고 주변을 둘러보다 ‘와! 저기 봐. 비가 올 경우를 대비해서 우산까지 다 구비해 놨네.’하는 대화를 아내와 나누었다. 그 순간 챙기기로 한 우산을 차에서 꺼낸 채로 주차장에 그냥 두고 온 게 생각이 났다. 입장 전에 점심시간이 다 된 시간이라 밥을 먼저 먹기로 해서 아내에게 우선 식당에 자리를 잡고 있으라고 한 뒤에 우산을 찾으러 후다닥 달려갔다. 달려가는 와중에 혼자 살던 시절에 아들 챙기겠다고 찾아온 엄마와 밖에 같이 나가는 길에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났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가야 하는데 집 열쇠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그냥 문 닫고 나가자고 훔쳐갈 것도 없는 집인데 잠깐 나갔다 오는 길에 뭔 일 있겠냐고 했더니 엄마가 가져갈 거 없는 집이라도 문단속은 하는 거라고 했던 일이 생각이 났다. 그런 가르침(?) 때문인지 카페에 노트북을 두고 다녀도 훔쳐가지 않는 나라지만 하찮아도 내 물건은 챙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우산은 내려놓은 곳에 그대로 얌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날은 계속 화창했기에 우산을 다시 차에 넣어두며 비가 오면 입구에 구비된 우산을 빌려 쓰자 하면서 다시 식당으로 달려갔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식당엔 사람이 많았다. 사람이 많아서 자리를 못 잡았나 하며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저쪽에서 팔을 흔들고 있는 아내를 발견했다. 메뉴는 자연스럽게 아이를 위한 돈가스 하나와 밥 한 종류, 면 한 종류를 시킨 것 같았다. 메뉴가 나올 즈음 식당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밖을 보니 화창했던 하늘은 온데간데없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너도 나도 구비돼 있는 우산을 쓰고 있었고 수목원 관람 후에 늦은 점심을 먹자고 생각한 사람들 중에 꽤 많은 사람들이 비도 피할 겸 우선 밥부터 먹자 하고 우르르 들어왔다.



 밥을 먹으면서 우리도 슬슬 걱정이 됐다. 우산이야 구비돼 있는 걸 쓰면 되지만 비 오는 자체가 별로였다. 바로 전날에 독립기념관에 갔을 때도 비가 와서 아이를 안고 다니는 일이 보통 고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밥을 먹는 내내 창밖을 보며 비가 그치나 안 그치나 계속 확인했다. 밥을 다 먹고 우선 나가보자 해서 나갔는데 다행인지 비가 잦아들었다. 한두 방울씩 떨어지긴 했지만 우산 없이도 다닐 만한 수준이었다. 그래도 몰라 수목원에 입장한 후에(식당은 수목원 입구 직전에 있다.) 우산을 챙겼다.


 수목원답게 입장하자마자 밝은 꽃들이 반겨 줬다. 바로 왼쪽으로 돌면 사계절 전시온실이 있다. 비가 계속 오락가락할 분위기여서 계획대로 실내부터 가기로 했다. 가는 거리가 생각보다 있는 편이었다. 당장은 비가 그쳤지만 언제 또 비가 올지 모를 분위기였기 때문에 부랴부랴 걸어갔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비슷했는지 온실에 들어서니 사람들로 북적였다. 가운데를 기점으로 세 방향으로 뻗어있는 방사형으로 돼 있는데 가운데는 카페와 편의점 등이 있었다. 그 외에도 사람들이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공간도 많이 마련돼 있었다.


 처음으로 본 전시실은 지중해 온실이었다. 지중해 온실은 들어서면 다양한 지중해 지역의 식물을 볼 수 있으며 건물 밖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 갖춰져 있다. 이어서 본 전시실은 열대온실이었다. 다양한 열대 지역의 식물을 볼 수 있으며 커다란 돔 형태의 온실 안에 복층 형태로 데크길이 조성돼 있는데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정말 열대우림을 위에서 바라보는 듯 한 느낌이 든다. 마지막으로 본 전시실이 특별전시온실이었다. 특별전시온실은 나름의 컨셉을 잡아 식물들로 꾸며 놓은 공간이었다. 방문했을 당시의 컨셉은 식물원에서 보는 아쿠아리움이라는 컨셉이었던 것 같다.


 전시실을 나오면 편의점 앞에서 다양한 공연도 하는 것 같았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통기타 밴드가 공연하는 모습을 편의점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쉬면서 과자나 음료 등을 먹어가며 자연스레 볼 수 있었다. 공연을 보기 위해 자리에 앉아 있기보다는 전시실에 들어가 식물도 보고 나와 쉬면서 간식도 먹고 라디오를 틀어 놓은 것처럼 들려오는 공연의 음악소리가 기분 좋은 자유로움을 주기도 했다.


 수목원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추천코스 세 가지가 나온다. 각 코스별 관람 예상 시간도 나오는데 1~3시간 정도로 표현돼 있다. 그런데 우린 사계절 전시온실 한 곳만 봤음에도 근 2시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슬슬 집에 갈까 아니면 실외도 구경을 할까 고민을 하면서 밖을 보니 햇빛은 내리쬐는데 바람도 쌩쌩 불고 비가 오고 있었다. 여우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여우비가 쏟아지던 날~ 하이얀 하이얀 우산 속으로~’하는 제목도 모르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비가 계속 오려는지 어쩌려는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건물 앞에는 기본적으로 수목원에서 마련한 우산 거치대가 있었는데 비가 오고 있어서 남아 있는 우산이 하나도 없었다. 아까 들어오는 길에 입구에서 빌렸던 우산을 거치대에 꽂아 두었는데 이름을 쓴다거나 일정 금액을 내고 빌린 우산이 아니기에 내가 빌려 쓴 우산이지만 꽂아 두면 다른 누군가가 언제든지 다시 빌려갈 수 있는 우산이었다. 비가 그쳐 가는 시점에 들어온 터라 우산을 챙겨 오지 못한 사람들이 먼저 나가면서 들고 갔겠구나 하면서 여우비가 내리는 이상한 분위기의 하늘을 야속하게 바라봤다.


 다행히 오래지 않아 비는 그쳤다. 다시 비가 오기 전에 움직이자고 아내와 이야기하면서 온실 밖으로 나왔다. 비는 그쳤고 해는 말갛게 떠 있었지만 바람이 가을바람치곤 꽤 강하게 불어 닥치고 있었다. 어른들인 우리도 조금 부담스러운 그런 바람이었다. 그래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바람을 막을 요량으로 방수포도 덧씌우고 아쉽지만 실외 구경은 다음으로 미루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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