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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Jan 01. 2023

3 * 2 = 6 - 1

 하루를 이틀처럼, 이틀 같은 하루. 어떤 표현이 됐든 지난 월, 화, 수요일 하루하루를 이틀처럼 그러니까 3일인데 6일처럼 보냈다. 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나는 과외선생이다. 아직도 내가 왜 과외를 하고 있는지 조금 어이가 없지만 여하튼 난 과외선생이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과외선생은 보통의 직장인들과 하루를 조금 다르게 산다. 특별한 건 아니고 시간의 흐름이 조금 다르다.



 일을 하는 대다수의 성인들은 아침에 출근을 하고 저녁에 퇴근을 한다. 보다 정확한 시간은 사람마다 업종 혹은 직종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아침에 출근 저녁에 퇴근은 대체적으로 통용되는 부분이다. 이에 반해 과외를 하는 나는 출근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작이 늦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아이들이 학교에 다녀온 뒤에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간혹 특이하게 학교에 가기 전에 과외 수업을 받고 가는 아주 열성적인 학생들이 있긴 한데 특이한 경우고 보통은 학교를 다녀와서 과외 수업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나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다. 빠르면 오후 3시 정도에 시작해서 늦으면 자정 정도에 수업이 끝난다. 물론 3시에 첫 수업이라고 해서 2시에 일어나진 않는다. 혼자 살 때는 거의 그랬다. 나름 합리적인 이유를 들이대면 전날 늦은 수업을 마치고 들어와 씻고 자리에 앉으면 밤 12시나 1시 정도가 된다. 마저 업무적인 처리를 조금 하고 TV나 유튜브를 보고 게임도 하고 책도 읽고 어~ 하다 보면 그냥 3시 정도가 된다.(혼자 살 때는 글을 쓰던 시절이 아니었다.) 이때 feel 받아 영화 하나를 봐 버리면 바로 새벽 5시다.



 이렇게 잠들어 낮 1~2시에 일어나는 일상은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상당히 게을러 보이지만 일반적으로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사람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일상이다. 다만 그 시작점이 아침 8시냐? 오후 3시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저녁 형 인간을 넘어 올빼미 형에 가까운 내 성향과 맞닿은 부분도 있다. 개인적으로 새벽 4시 전후의 고요함을 좋아하는 걸 넘어 사랑한다.



 이런 삶을 지내다 결혼을 했다. 결혼이라는 건 내 삶 속에 그리고 상대의 삶 속에 서로를 어찌 보면 욱여넣는 과정이기에 많은 변화가 따른다. 그래서 변했다. 아내와 함께 하다 보니 내 시간표를 그대로 고집할 수는 없었다.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혼자 살 때보다는 조금 일찍 잤고 또 조금 일찍 일어났다. 그럼에도 아내보다는 늦게 자는 편이어서 아내가 자고 있고 나 혼자만 깨어 있는 고요한 새벽의 시간은 역시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나를 믿고 자는 사람 그리고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주는 그 느낌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를 줬다.



 이런 삶에 아주 큰 변화가 일게 되는데 바로 아이의 출생이다. 이건 뭐 변화가 아니라 그냥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경험이다. 결혼이라는 건 그래도 말이 통하는 성인들끼리 관계를 맺는 부분이기에 부부임에도 어느 정도는 서로의 삶의 패턴이라든지 성향 등을 존중해주고 이해해 준다. 하지만 아이는 그딴 게 없다. 우선 태어난 순간 너무 연약한 존재이기에 그 연약함을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로 바꿔 주기 위해 부모로서 책임을 갖고 돌봐줘야 한다.



 한 가지 명백한 점은 원해서 태어난 아이는 없다는 것이다. 오롯이 부모에 의해 부모들의 선택에 의해 태어남을 당한 것이다. 그러니 일차적인 책임은 너무나도 적확하게 부모에게 있다. 아이의 허락도 없이 연약한 존재로서 세상에 내어 놓았으니 일단 기존의 부모 개인의 삶은 중요하지가 않다. 책임을 지고 볼 일이다. 그 일련의 과정에 의해 삶에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나 역시 그 변화를 비껴갈 수는 없었다. 돌아보면 그 와중에도 내가 살아온 삶의 패턴 등을 지키려고 무단히 애를 쓰기도 한 것 같다. 피곤함과 스트레스의 수반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였다. 여하튼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이 전에 해 오던 과외선생의 일을 계속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큰 틀에서 내가 하루를 보내는 시간은 변화가 없는데 아이라고 하는 너무나도 사랑스럽지만 또한 엄청난 책임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들어섰기에 일정 부분은 내려놓아야 했다.



 나는 잠을 내려놓기로 했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수업을 마치고 늦은 시간에 들어와 이거 저거 하다 늦은 새벽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건지 이른 새벽이라고 해야 되는 게 맞는 건지 모를 시간에 잠들어 수업을 하기 직전이라고 할 수 있는 점심 나절에 일어났던 삶에서 강제적으로 아침에 일어나기로 했다.(일어나게 됐다. 딸아이라는 알람은 아빠가 전날 밤 12시에 잤건 새벽 5시에 잤건 아침 8~9시에 깨운다.)



 그렇게 일어나 아침을 먹이고 같이 놀고 점심을 먹고 가족 모두가 낮잠을 잔다. 1시간 정도 낮잠을 잔 뒤에 아이는 일어나 엄마와 다시 놀기 시작하며 저녁을 준비하고 나는 수업을 하기 위해 나간다. 수업을 마치고 들어와 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이게 내 삶의 하루다. 그런데 가끔 이런 일상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때가 있다. 바로 학교 강의를 나갈 때다. 강의는 보통 서울 경기 권 학교에서 진행이 된다. 내가 사는 곳에서 보통 150Km 내외 떨어진 곳이다. 이런 곳에 아침 9시 정도에 시작하는 강의를 참여하려면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한다.



 이때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앞에서 몇 번 이야기를 했지만 내 삶의 일반적인 하루는 새벽 4~5시에 잠이 드는 걸로 마무리가 된다. 그리고 혼자 살 때는 점심 나절에 일어남으로써 시작했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이후엔 아침 9시 정도에 시작을 한다. 즉, 마무리를 해야 하는 시간에 시작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마음 같으면 늘 하던 대로 새벽 5시까지 놀다가 잠을 자는 대신 바로 강의를 하러 가고 싶지만 기계가 아닌 다음에야 그럴 수가 없다. 기계도 그렇게 돌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혹시 갖고 싶은 초능력이 뭐냐고 물어보면 스파이더맨의 능력을 갖고 싶다고 종종 이야기하곤 했다.(아! 누가 물어본 건 아니고 자문자답이다.) 스파이더맨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거미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초인이지만 그 이면에 어마무시한 체력을 바탕에 두고 있기도 하다. 바람은 바람일 뿐 현실은 그럴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내 삶의 하루 시간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강의 일정이 잡히면 전 날 어쩔 수 없이 밤 12시나 1시에 바로 자서 5시에 일어나는 패턴을 만든다. 5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나가면 보통 5:30분에 출발하게 된다. 강의 지역에 따라 30분 정도는 앞뒤로 조정이 된다. 그렇게 출발해서 보통 2시간을 조금 넘는 시간을 달려 강의 학교에 도착해 아침 강의를 3~4시간 정도하고 다시 2시간을 조금 넘는 시간을 달려 내가 사는 곳으로 온다. 이렇게 하루가 끝나면 참 좋겠지만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과외로 다시 아이들을 만나러 가야 한다.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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