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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Jan 01. 2023

3 * 2 = 6 - 2

 강의가 있는 날은 이렇게 하루를 이틀처럼 산다. 물리적인 시간으로만 계산을 해 봐도 새벽 5시에 시작해서 밤 12시에 끝나는 하루니 19시간이다. 충분히 이틀의 삶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렇게 이틀 같은 하루를 보내고 나면 다음 날은 보통 골골 거린다. 고맙게도 타고나기를 체력이 조금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들어가는 나이에 의한 체력의 소진 속도는 무시할 수가 없었다. 더 정확히는 소진되는 속도는 적당히 버틸 수가 있는데 다시 채워지는 속도가 더뎌도 너무 더뎠다.



 개인적으로 나이가 드는 부분을 싫어하지 않는다. 20대보다 30대가 됐을 때 아주 조금이나마 성숙했음을 느꼈고 그 성숙함은 나름의 여유로 연결이 됐다. 이 부분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30대에서 40대가 됐을 때는 그 여유로움의 크기가 한결 커져 40대의 마음으로 20~30대를 돌아보면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을 피식피식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정도까지 됐다. 물론 현실적인 여러 가지 부분이 어렵고 불안하기도 한데 그건 또 다른 이야기니 이 글에서 논할 부분은 아니다.



 들어가는 나이의 속도에 비례해 체력이 채워지는 속도가 더뎌지다 보니 강의가 있는 날 다시 돌아오는 길이 영 힘들다. 갈 때와 비슷한 시간이 걸려서 본 업무인 과외를 시작하기까지는 도착하고 난 이후에도 30분 정도 여유가 있다. 30분 정도 여유를 만들기 위해 일정을 짜고 움직인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런데 보통 이 여유 시간은 절대 여유 시간으로 남지 않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 올라가는 길엔 비몽사몽간에 그리고 어찌 됐든 막 일어나 움직이는 거라서 상대적으로 덜 졸린 편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은 상황이 다르다. 아침에 부산스럽게 올라가서 강의를 하고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린 상태가 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점심시간에 출발을 하거나 점심시간을 막 지나 출발하게 된다. 점심을 먹건 그렇지 않건 졸리기 마련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고속도로를 탄다. 돌아가야 할 명확한 이유,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달리기 시작한 지 30분 정도가 지나면 여지없이 졸리기 시작한다. 어지간하면 참고 달려가고 싶은데 도무지 참을 수가 없는 졸음이 밀려온다. 일단은 버틴다. 이때 주전부리를 입에 달고 달린다. 배고프기도 하고 졸리기도 하니 입으로 뭐라도 씹어야 한다.



 강의에 참여했다 다시 수업을 하기까지의 여유 시간을 보통 30분 정도만 두고 있기 때문에 자리를 잡고 밥을 먹을 수는 없다. 밥을 느리게 먹지는 않지만 또 그렇게 푸닥푸닥 먹고 싶지는 않기에 보통 차를 달리면서 차 안에서 달달한 과자나 빵 등으로 때우는 편이다. 약간의 죄책감이 따르긴 하는데 시간도 마땅치 않고 졸음을 쫓는다는 그럴듯한 핑계로 적당히 넘어간다.



 그렇게 식사 혹은 주전부리 그리고 졸음퇴치용으로 군것질거리를 먹으며 버티고 버티지만 결국엔 한계점에 다다라 이러다 죽겠다 싶은 순간이 온다. 혼자여도 죽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있기 때문에 더 죽을 수는 없다. 결국 졸음쉼터나 휴게소에 차를 대고 잠시 눈을 붙인다. 얼마나 졸렸는지 주차를 하고 시동을 끄고 좌석을 조금 뒤로 젖혀 자세를 잡고 눈을 감으면 거의 바로 기절해 버린다.



 그리고 눈을 뜨면 30분이 조금 넘게 지나 있는 게 보통이다. 그럼 또 부랴부랴 다시 시동을 켜고 출발한다. 쉬고 싶어도 쉴 틈이 없고 쉴 수도 없다. 죽지 않기 위해 잠시 눈을 붙이는 걸 쉰다고 할 수는 없다. 물론 매일 이런 삶을 사는 건 아니다. 그리고 할 만하니까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하는 거지 누가 등 떠민 건 아니다.



 12월에 총 5번의 강의가 잡혀 있었는데 2번은 강의 전 날과 당일 새벽에 눈이 너무 와 무서워서 가는 걸 포기했고 나머지 3번을 간 건데 그 3번이 마침 연이어 있어서 강의 참여 신청을 할 때도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막상 닥치니 꾸역꾸역 치러내긴 했으나 예상을 상회하는 피곤함을 끌어안아야 했다.



 지나고 글을 쓰기 위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정리하다 보니 공교롭게도 3일간 자리를 깔고 누워 잔 시간과 돌아오는 길에 죽지 않기 위해 차에서 잔 시간이 15시간 정도였는데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 운전을 한 시간도 15시간 정도였다. 월요일엔 서울 위에 김포까지 왕복 350Km 정도, 화요일엔 서울 옆에 부천까지 왕복 300Km 정도, 그리고 수요일엔 방향을 반대로 틀어 전라도 광주로 역시 왕복 400Km 정도를 달렸다. 그리고 제대로 된 밥은 마지막 날인 수요일에 집에 들어와 밤 12시 정도에 먹은 한 끼가 전부였다.



 이쯤 되면 가장으로서의 어마무시한 책임감 등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개인적인 목표와 성취도 상당히 큰 동기로 작용한다. 다시 말해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만으로 이렇게 움직인다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강의가 있기 전 날 이런 부분을 다 잡기 위해 스스로 되묻곤 한다.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내가 좋아서 하는 거야. 그러니까 잠을 좀 적게 자도 괜찮아.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이런 힘든 부분은 감내해야지. 늘 늦게 자다 갑자기 시간을 잡아끌어야 하니 잠이 안 올 수도 있지만 괜찮아. 잠이 안 온다면 그냥 편하게 누워 쉰다는 생각으로 4~5시간 정도 보내고 출발하는 거야. 긍정이고 부정이고 나발이고 간에 내가 좋아서 선택했고 그렇게 하겠다고 다른 사람들과 약속했으니 일단 진행하는 거야. 자자. 아니 눈을 감자.’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우듯이 잠을 청한다.



 그리고 일어나면 자기 전에 했던 다짐이 무색할 정도로 언제나 항상 현타가 씨게 온다. ‘하… 죽을 것 같아. 너무 일어나기 싫다. 이 시간에 잠을 자기 시작하는 게 정상인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지랄인가.’ 지난밤의 긍정적이라면 긍정적일 수 있는 다짐과 이른 아침에 홀로 서 있는 당면한 불안과 부정이라고 하는 양립할 수 없는 상황을 품어 내려 몸부림을 친다. 이렇게 아마 다음 강의도 나갈 것이다. 그래도 앞으로 연달아 강의를 잡는 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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