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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Jan 21. 2023

[드라마 리뷰] 재벌집 막내아들

 대단한 리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영화 보는 걸 좋아하고 자주 보는 편이다. 보고 난 이후에 나름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해 본다. 하지만 깔려 있는 복선 등을 파악해서 설명할 재주는 없다. 뿌려진 떡밥이 어떻게 회수가 됐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대단한 리뷰를 하려는 건 아니고 그럴 능력도 없고 해서 그냥 느낀 점? 감상문 정도를 써 보려 한다. 드라마 혹은 소설을 위시한 도서에 대한 리뷰도 마찬가지다. 이 전에 영화와 도서 리뷰를 한 두어 번 해 본 적 있는데 그때도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에 그쳤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길고 긴 16부작 드라마를 보면서 크게 3가지 정도로 정리가 됐다.     

 

 첫 번째, 인생 2회 차도 드럽게 빡시구나…

다들 알겠지만 이 드라마는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소위 회귀물이다. 회귀물은 주인공이 다양한 상황과 이유에 의해 환생 혹은 전생의 삶 또는 다른 세계의 삶을 다시 살게 되는 이야기다. 디테일한 설정은 다를 수 있으나 보통 공통적인 설정은 삶을 다시 살게 되면서 인생 1회 차인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사실들을 바탕으로 대단한 성공을 한다든가 통쾌한 복수를 한다든가(보통은 인생 2회 차를 살기 전 1회 차 인생에서 억울한 죽임을 당하게 된다.)하는 이야기다. 이 원작과 드라마도 큰 틀은 다르지 않다.      


 제목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고 기본적인 설정은 이미 많은 미디어와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로 재벌집 막내아들로 환생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을 다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재벌 자체를 상대하게 되는데 이미 벌어진 그래서 주인공은 알고 있는 하지만 시간상 아직 오지 않은 굵직한 역사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거대한 조직인 재벌을 멋들어지게 상대한다. 이 지점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재미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상당히 똑똑한 점에 더해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는 다른 존재도 아닌 주인공 앞에 정말 다양한 변수들이 등장하게 되면서 사건들을 해결해 가는 과정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주인공이 이루려는 목표와 상대가 보통이 아닌 점을 감안하면(설정 상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인 삼성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 2회 차인데 참 힘들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보면서 나 같으면 가장 많은 당첨금이 지급된 로또 번호나 하나 외워 가면 만족하고 살겠다 싶었다. 물론 그렇게 되면 드라마가 나올 일도 없겠지만…     


 결론적으로 똑똑한 머리에 더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2회 차 인생임에도 만만치 않은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허무맹랑한 드라마지만 보면서 아무것도 모르고 또 그렇게 똑똑하지도 못하면서 인생 1회 차를 살고 있는 내가 그리고 현실의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대단하게 느껴졌다. 거대 기업을 상대한다지만 모든 걸 알고 2회 차 인생을 사는 사람과 아무것도 모르고 오늘도 힘겨운 몸을 끌고 삶의 현장으로 뛰어드는 소시민 중에 과연 어느 쪽이 더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생각하기 나름일 것 같다.     



 두 번째, 삶을 초연하게 바라보고 대응할 수 있으면 참 좋겠구나.

앞에서 계속 이야기했지만 주인공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다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일어나는 일의 경중을 떠나 딱히 놀라거나 흥분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하나의 재미요소이기도 하다. 이야기한 대로 주인공이 초연할 수 있는 주요한 이유는 일어나는 사건들이 언제 어떤 규모로 일어나는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주인공도 인생 2회 차가 아니라면 분명 많은 일들에 대해 놀라거나 흥분했을 것이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렇게 반응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주인공의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 정말 세상사 다 겪어 본 듯한 극한의 초연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생 2회 차이기 때문에 알고 있다는 되지도 않는 이유가 아니라 나름 상황을 분석해서 예측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주인공이 하는데 생각해 보면 충분히 파악할 수 있고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인생 2회 차를 사는 초능력 비슷한 무언 갈 바라는 게 아니라는 거다. 그런 일은 현실에서 명백하게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바란다고 될 일이 아니다. 다만 한 가지 나름 배울 수 있는 부분은 주인공은 모든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반응했겠지만 인생 1회 차를 살아가는 우리 평범한 사람들도 놀랄만한 일을 겪게 됐을 때 심호흡을 우선 하고 말을 줄이는 게 도움이 될 거라는 느낌은 받았다.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은 모든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난리가 나도 그저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기만 한다. 그리고 정말 필요할 때만 이야기를 한다. 정말 쉽지 않겠지만 평범한 우리도 의지를 갖고 연습을 한다면 심호흡을 하고 말을 줄이며 상황을 우선 냉정하게 지켜보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앞으로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세 번째, 송중기는 잘 생겼다.

송중기라는 배우를 모르고 있지는 않았다. 대한민국의 정상급 배우인데 사실 모르는 게 더 힘들다. 그럼에도 송중기가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이 거의 없다. 설령 봤다 해도 송중기 때문이라기 보단 내용이나 다른 배우 때문에 봤는데 송중기가 나오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송중기가 잘 생긴 괜찮은 배우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 번에 확실히 알게 됐다.     


 잘 생겼다. 뭐랄까?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참 뽀얀 얼굴이 소위 만화를 찢고 나온 것처럼 잘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다. 흘려듣기로는 이 부분에 있어 보정 논란도 있었다고 하는데 원판 불변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보정을 통해 괜찮아 보일래도 원판이 괜찮아야 MSG를 조금 쳤을 때 시너지가 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느꼈다. 배우는 정말 잘 생기거나 미친 듯이 연기를 잘하면 관객 혹은 시청자를 분명히 몰입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결말에 대해 논란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드라마를 보기 전에 결말에 대한 논란부터 들었다. 자세한 내용을 아는 건 아니었고 원작과 다른 결말, 그래서 원작 팬들이 실망한다 뭐 대충 이 정도의 정보를 알면서 드라마를 봤다. 그래서 계속 이상한 기대를 하면서 봤다. 결말이 어떻게 나기에 그렇게 실망스럽다고 하는 걸까?      


 결론적으로 난 그렇게 실망스럽지 않았다. 잊을만하면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요 내용 중에 하나인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라는 설정을 지키면서 나름 잘 마무리한 거 같다. 살짝 억지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 정도는 드라마라는 부분 그리고 마지막을 수습한다는 점에서 큰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을 보면 결국엔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 예상됐다.     


 물론 나는 원작을 보지 않았기에 원작과의 괴리가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른다. 원작을 본 사람들 입장에야 원작대로 가길 바라는 게 보통이지만(나 역시 그렇다. 내가 원작을 본 소설 등을 영상화했을 때 원작과 다르면 분명히 아쉽다.) 이게 또 원작 그대로 갈 거면 굳이 다른 매체를 통해 만들어 낼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들 알고 있듯이 텍스트로 돼 있는 원작을 영상화하는 과정에서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원작과 적잖은 부분이 바뀌고 이 부분으로 논란이 되는 건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고 크게 보면 딱히 문제랄 것도 없다.     



 쓸데없이 길게 썼는데 시간 되면 보세요. 킬링타임용은 충분히 됩니다. 연휴 보내기에 좋은 드라마 중에 하나 정도는 될 거 같습니다.


https://groro.co.kr/story/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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