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하는 늑대 Jan 15. 2023

2023년 1월 14일

날씨는 겨울답지 않은 부슬 비

 2023년도 벌써 보름이 지나가고 있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가는 거 같다.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흘러간다. 이런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늘 언제나 항상 바보 같이 시간이 그리고 자신의 삶이 영원할 것처럼 시간을 허비한다. 내가 그렇고 오늘이 그랬다. 뭐 이런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니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데 그래서 더 문제다. 대수롭게 생각을 해야 되는데…



 드라마를 봤다. 내가 이래서 드라마 보는 걸 꺼려한다. 영화 드라마 등등 이야기는 참 재미있다. 영화나 드라마 이전에 인간들이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라 할 수 있는 소설이 있다. 소설은 제공할 수 없는 영상과 음향을 통해 말 그대로 시청각을 후려치니 영화나 드라마의 재미는 소설의 재미를 훨씬 능가한다. 소설이 재미없다는 건 아니지만 영화나 드라마가 더 재미있는 건 어쩔 수 없다.



 여하튼 재미있는 이야기인 소설도 읽고 영화도 보고… 드라마는 잘 안 본다. 이게 무슨 소린가? 소설을 읽다 빠져 들어 날밤을 샌 경우가 몇 번 있긴 한데 어릴 적 이야기다. 영화도 어쩌다 두 편 정도를 한 번에 보는 경우가 있다. 그래봐야 5시간 남짓이다.(이것도 정상은 아닌데…) 그런데 드라마는… 한 드라마의 모든 편을 다 본다고 하면 짧은 경우가 5~6시간이다.



 하루에 한 편씩만 보면 별 문제가 없는데 이게 잘 안 된다. 재미없는 드라마라면 하루에 한 편 이상 보기 힘들지만 재미없는 드라마는 애초에 볼 일이 없어서 문제가 안 된다. 소설, 영화 그리고 드라마 뭐가 됐건 간에 이야기를 읽고 본다는 건 재미있는 것들만 본다는 소린데 재미있는 드라마를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소위 정주행의 늪에 빠져 버린다.



 이런 부분을 통제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너무 잘 알기에 드라마는 웬만하면 미루고 미뤄서 보는 편이다. 예전 같으면(언제 적 이야기인지) 월화, 수목, 주말드라마 이렇게 공중파의 드라마를 기다리면서 볼 수밖에 없어 이런 경우가 드물었지만 세상이 좋아져 60부작 대하드라마도 한 방에 몰아볼 수 있는 시대가 돼 통제하기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재미있는 드라마는 보기마련이고 오늘 정확히는 어젯밤이 그랬다. 한 편만 더 보고 자야지 자야지 하다 결국 새벽 6시가 돼 버렸다. 이제 그만 보고 자자 그나마 내일 그러니까 오늘이 토요일이니 괜찮다 이러면서 자려했는데 아이가 깼다. 아이는 최근 코에 염증이 생기고 중이염 등이 동시에 와서 특히 밤에 자다 코가 막혀 깨는 경우가 종종 있다.



 코가 막혀 숨쉬기가 불편하면 깨는 건데 막혀 있는 코의 콧물을 인위적으로 빼줘야 하는 부분이 보통 고역이 아니다. 아내가 아이를 붙잡고 내가 콧물을 빨아들이는데 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아이의 콧물이 내 입으로 직접 들어오진 않는다. 설령 들어온다 해도 아이가 불편한 부분을 해소해 주는 부분이니 충분히 참아야 될 것이고 참을 만할 것이다.



 이런 부분이 힘든 게 아니라 콧물을 흡입하는 그 과정을 죽는 것처럼 반응하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흡입하는 게 너무 힘들다. 아이는 병원엘 자주 간다. 특히 환절기엔 더 자주 간다. 그리고 아이가 병원에 가는 여러 가지 경우 중에 열이 나서 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열만 직접적으로 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증상에 열이 수반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래서 아이들은 병원에 가면 우선 열부터 잰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이 코로나 시대라는 점이다. 열이 있으면 무조건적인 코로나 검사를 한다. 코로나 검사를 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코에 면봉 비슷한 걸 깊숙이 찔러 넣는데 어른들도 순간 참기 힘든 고통이 따르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는 트라우마가 생긴 거 같다. 코에 손을 댈 수가 없다. 코 근처에 뭐가 묻은 거 같아 때주려 해도 얼굴을 돌리고 엄마 아빠의 손을 밀어 버린다.



 그런 마당에 콧물을 흡입하겠다고 도구를 대는 걸 가만히 있을 아이가 아니다. 대는 순간 기겁을 하고 울기 시작한다. 힘은 또 얼마나 좋은지 붙잡고 있는 엄마가 버거워할 정도다. 그런 아이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콧물을 흡입할라치면 애 잡는 거 같아 정말 죽을 맛이다. 정말 많이 아픈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 마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 순간의 아이의 눈빛을 바라보는 건 너무 마음이 아프다.



 드라마를 보다 새벽 6시가 다 돼 그만 자야지 했는데 아이가 깨 아이를 챙기다 아내와 나 그리고 아이 모두 기절하듯이 잠들어 10시 정도에 일어났다. 피곤하지만 잡아 놓은 일정이 있어서 나갈 준비를 했다. 잠을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미리 잡아 놓은 일정이라 미룰 수 없었다. 특별한 건 아니고 점심 외식을 하기로 했다. 다음 주에 아내 생일이 있어서 아내가 먹고 싶은 걸 먹기로 했다.



 근처에 일인샤브샤브 집이 생겼는데 전에 가 보려다 못 갔다고 가자고 했다. 나도 샤브샤브는 간만이라 가보자 했다. 일인샤브샤브라는데 일인이 도대체 무슨 뜻인가 싶었는데 단어 그대로였다. 샤브샤브는 보통 하나의 큰 냄비에 야채며 고기 등을 익혀 여럿이서 덜어 먹게 되는데 이 집은 작은 냄비와 야채나 고기 등이 기본적으로 일인 기준으로 따로 제공이 됐다. 조금 더 본인의 기호에 맞게 먹을 수 있는 부분이 요즘 시대에 어울리는 것 같았다. 맛은 뭐 그냥저냥 먹을 만했고 포털에 리뷰 적어주면 음료 하나 준다고 해서 리뷰도 하나 적어 줬다.(자본주의는 아름답다니까)


 아내는 상당히 만족스러워하는 거 같았다. 그럼 됐다. 아이도 고기, 야채 그리고 추가 주문한 튀김 등을 아주 잘 먹었다. 이제 두 번째 일정을 향해 차에 시동을 걸었다. 시에서 운영하는 장난감 대여센터가 있는데 센터 내에 놀이공간이 있다. 장난감이 많이 있고 베이비 카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이가 놀기엔 충분해 가끔 가곤 했다. 오늘은 주말이고 비도 오고 해서 사람이 많지 않아 우리가 거의 전체 공간을 다 빌린 것처럼 여유 있게 놀았다. 중간에 나는 너무 졸려 바닥에 누워 잠깐 잠이 들었다.



 어느 정도 놀고 아쉬워하는 아이를 끌어안고 다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오늘 저녁에 치킨과 맥주를 마시기로 해서 마트에 들러 맥주와 몇 가지 물건을 사기로 했다. 졸리고 힘들지만 맥주를 사러 가는 길이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운전을 했다. 아쉬워하는 아이를 마트 구경하고 놀자 하며 달랬는데 아이도 피곤했는지 마트에서 영 기운이 없어 보였다. 맥주와 사야 될 몇 가지 물건을 빠르게 사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어쩌다 보니 피곤해 죽을 것 같은 날이었는데 사야 될 것도 많은 날이었다. 그리고 그 물건들이 모두 다 다른 가게를 들러야 했다. 다음 물건은 빵이었다. 예전에 업무 때문에 대구에 들러 먹었던 옥수수빵이 있었다. 이후에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에 대구에 여행을 갔다 또 우연히 들러 먹은 기억도 있는 빵이다. 그 빵을 파는 가게가 동네 인근에 오픈한 걸 얼마 전에 지나가다 우연히 봤다. 그걸 오늘 사기로 했다.



 다른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바로 옆에 생겼는데 건물구조 설명이 상당히 힘들지만 아마 거의 확실히 카페 사장이 같이 운영하는 느낌이 드는 구조로 빵집이 들어섰다. 그 카페 주차장은 원래 조금 여유가 있는 편이었는데 이 빵집으로 인해 꽉 찬 거 같았다. 비도 오고 주차 자리도 없고 짜증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지만 대충 차를 대고 후다닥 빵만 사서 나왔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빵이 제법 잘 팔리는 거 같았다.


 다음은 케이크를 사러 가야 했다. 다음 주에 있을 아내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케이크였다. 아내가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를 샀다. 점심 외식부터 시작해 장난감 센터, 마트, 옥수수빵집 그리고 케이크를 사기 위해 들른 카페까지 피곤한 날 정말 많은 걸 했다. 집에 들어오기 전에 즉석복권과 로또까지 샀다. 산 것들을 바리바리 싸 들고 집에 들어왔더니 어머님께서 가래떡 뽑아 놓은 걸 두고 가셨다. 이제 막 뽑힌 가래떡의 그 자태를 보고 있자니 오늘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다.


 이제 치킨을 시키면 되는데 쿠폰 받은 게 있어 쿠폰을 이용해 시키려니 배달비만 4천 원이었다. 치킨 값은 쿠폰을 통해 공짜로 시킬 수 있었으나 배달비가 아까웠다. 치킨 집이 집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어 포장을 해 오기로 했고 나는 다시 옷을 입고 나갔다. 부자가 되려면 시간을 아끼고 돈을 써야 되는데 매번 늘 이렇게 돈을 아끼고 시간을 쓰는 구나하는 자조 섞인 마음으로 치킨을 찾으러 갔다.



 아내와 나는 치킨과 맥주를 먹고 마셨고 아이는 사 온 옥수수 빵을 먹으며 오늘 하루를 정리했다. 아이는 두 돌을 지나면서 먹는 음식의 종류를 넓혀 가고 있는 중이다. 옥수수를 좋아하는 아이인데 옥수수를 다 빼내고 빵만 먹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아이가 즐겨 먹는 쫄깃하고 꾸덕한 식감이 아닌 아삭한 식감을 가지고 있는 종의 옥수수였다. 식감이 어색한지 다 빼고 먹은 거 같다. 조금 부족할 듯하여 밥에 김을 싸서 마저 먹였다.


 아내 생일의 축하와 후식의 개념으로 케이크에 촛불도 켜고 노래도 부르고 먹으려 했으나 아내와 나 모두 너무 배불러서 케이크의 초는 내일 밝히기로 했다. 이제 오늘 할 일은 다 했다. 이제 잘 일만 남았다. 아니 자야 됐다. 너무 졸린 날 이거 저거 너무 많은 걸 했다. 아이부터 씻기고 아내와 나도 샤워 후 빠르게 잘 준비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전에 아이가 해야 될 의식 같은 놀이들이 몇 있었다. 그 놀이를 다 하고 난 이후에 우리 가족은 기절하듯이 다시 잠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2022년 3월 마음정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