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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Mar 06. 2023

그냥, 하세요!

 학생들을 만나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수학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과목을 떠나 학생들이 바라는 바가 있습니다. 공부를 잘 하건 못 하건 공부를 잘하고 싶다 혹은 잘해보고 싶다 하는 바람입니다. 공부를 못 하는 학생들 중에 정말 공부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런 학생들은 정말 기본적인 소양으로서의 공부라는 관점에서 채워줘야 될 일정 부분을 제외하고 반드시 다른 길을 찾아 주고 열어 줘야 합니다. 그런 친구들이 아니라면 공부를 못하거나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할지라도 속내는 공부를 잘해보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여러 공부법들을 찾아봅니다. 책도 읽어 보고 영상도 찾아보고 강의도 들어 봅니다. 그런 그들의 수요에 걸맞게 공신(공부의 신)들이 적절한 공급을 해 주는 시장도 형성이 돼 있습니다. 공신들의 공부법을 들어보면 정말 그럴듯합니다. 그럴듯한 게 아니라 그대로만 따라 하면 나도 서울대를 갈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같은 게 아니라 정말 진정으로 그대로 따라 하면 서울대를 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러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공신들이 알려주는 방법은 그들에게 특화된 지극히 개인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다 다릅니다.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태어나기를 다르게 태어났습니다. 태어난 환경도 다릅니다. 자라온 환경 역시 다를 것입니다. 성격이나 성향도 다릅니다. 그러니 너무나도 당연하게 다른 사람의 학습법이 나에게 맞을 수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다른 사람이 몇 년에 걸쳐 자기 몸에 딱 맞춰 입어 온 옷을 내가 입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옷이 맞을 리가 없습니다. 너무 크거나 너무 작거나 맞긴 맞는 거 같은데 뭔가 모를 불편함이 있을 겁니다.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적응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상관없습니다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공부법을 따르는 것이 효과적이진 않을 것입니다. 아마 대다수일 건데 그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방법을 참고하면 됩니다. 참고해서 그냥 하기만 하면 됩니다. 무엇을 하기만 하면 되느냐, 공부를 잘하고 싶으면 그냥 공부를 하면 됩니다. 국어를 잘하고 싶으면 책을 많이 읽으면 되고, 영어를 잘하고 싶으면 단어를 외우고 어렵지 않은 기본 문법학습을 하면 됩니다. 수학은 더 간단합니다. 문제 많이 풀면 됩니다.



 그걸 누가 모르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럼 다시 반문해 봅니다. 국어 공부를 위해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영어 공부를 위해 단어는 얼마나 외웠고 최소한 중등문법은 완벽하게 익혔는지, 수학문제는 하루에 몇 문제나 푸는지? 보통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거나 해 봤는데 잘 안 되더라는 대답을 합니다. 다시 물어봅니다. 해 봤다고 했는데 얼마만큼 해 봤는지 물어보면 가관입니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하는 걸 바라는 건 사치일 정도입니다. 이거 끄적 저거 끄적하면서 책상정리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사회탐구 분야 일타강사인 이지영 강사에게 누가 물어봤습니다. 서울대 가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고? 대답은 두 가지였습니다. 서울대 갈 만한 머리를 갖고 태어나거나 서울대 갈 만큼 공부를 하거나...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만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능을 태생적으로 갖고 있거나 그런 게 없다면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필요한 노력이건 시간이건 돈이건 뭐건 간에 집어넣으면 됩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원인과 결과 그대로입니다. 집어넣으면 나오는 겁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고,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오는 겁니다. 쓰레기 같은 노력과 시도를 집어넣고 서울대 같은 결과를 바라는 건 그냥 양아치입니다.



 세부적인 방법에 대한 조언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부적이라고 하는 건 일반적인 방법을 충분히 시도해 본 사람들이 찾아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일반적인 뻔한 과정조차 시도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세부적인 부분을 들이대 봐야 알아듣지도 못하고 써먹지도 못합니다. 공신들의 디테일하고도 디테일한 학습법이 만년 꼴찌인 학생 혹은 공부를 해 보지 않은 학생에게 과연 효과적일까요? 그런 학생들은 우선 본인이 가지고 있는 교과서부터 보고 학교 수업부터 잘 듣기 시작하면 됩니다. 시작만 하면 됩니다.



 가장 먼저 떠 올리는 흔해빠지다 못해 진부해 거들떠보지도 않는 방법을 지금 당장 그냥 하면 됩니다. 그런데 책을 많이 읽어라 하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요? 얼마나 많이 읽어야 하나요? 언제 읽어야 하나요? 이런 되지도 않는 질문들이 튀어나옵니다. 본인이 관심 가고 재미있어하는 주제의 책을 읽으면 됩니다. 그런 책조차 찾아내지 못한다? 나이가 몇 살이건 지금까지 뭘 하고 살았는지 묻고 싶습니다. 백번 양보해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럼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 가서 눈에 걸리는 겉표지만 보고 선택해도 됩니다. 그리고 읽을 수 있을 만큼 시간이 나는 대로 혹은 시간을 정해서 읽으면 됩니다. 얼마나 많이 읽어야 하나요라는 질문 자체가 얼마나 바보 같은 질문인지... 돈을 얼마나 많이 벌어야 되나요 와 같은 질문입니다.



 쓸데없이 길게 이야기했습니다만 그냥 하면 됩니다. 학생뿐만이 아닙니다. 성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일을 열심히 하거나 투자를 하거나 돈을 벌 수 있는 필요한 공부를 하거나 뭐든 하면 됩니다. 움직이면 됩니다. 살을 빼고 싶으면 먹는 양을 줄이고 운동을 하면 그만입니다. 그냥 하면 됩니다. 열심히 할 필요도 없고 제대로 할 필요도 없습니다. 부족한 방법이라고 해도 그냥 하기만 하면 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누구나 다 아는 흔한 방법은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하기만 하면 일단 그 사람들보다 조금은 앞서 나가는 겁니다.



 돈을 많이 벌건 그렇지 못하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있을 겁니다. 우선 그 일을 열심히 하면 됩니다.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어서 뭐 같건 일단 열심히 하면 됩니다. 아니다 싶은 부분이 있으면 목소리를 내거나 그게 두려우면 정리하고 나오면 됩니다. 그리고 다른 일자리를 찾으면 됩니다. 다른 일자리를 찾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부담스럽다면 일을 하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올리기 위한 공부를 할 수도 있고 부업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한 방법들이 누구나 다 아는 방법이라고, 너무 흔한 방법이라고, 그런 방법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가치가 낮고 의미가 없다고, 그래서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고, 나만 모르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 거라고, 이거 한 방이면 오랜 시간 동안 힘든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을 거라고, 묘수 혹은 요령 뭐가 됐든 고통스러운 반복의 시간을 건너뛸 방법이 있을 거라고... 할 시간에 어쩌면 바보 같은 누군가는 당신이 무시한 그 방법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을 겁니다.



 그냥 하세요. 열심히 할 필요도 없습니다. 제대로 할 필요도 없습니다. 마음먹고 시작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하기만 하면 됩니다.



 글이 쓰기 싫은 저 스스로에게 그냥 글 쓰라고 일기라도 쓰라고 내뱉는 글이었습니다.


https://groro.co.kr/story/2513

그로로 동시 게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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