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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Mar 28. 2023

이야기하는 늑대 567/2461

2023년 3월 24일~26일

밀려 쓰는 일기다.

좋다.

초등시절 생각도 나고.


#5

금요일이다. 오늘은 기대가 조금 되는 날이다.

간만에 축구국가대표팀 경기가 있다.

내 삶과는 하등 관계가 없지만

최근 우리 캡틴인 흥민이가 리그에서 부진하다.

작년에 득점왕을 차지한 사실이 

백만 년 전 일 같을 정도로 부진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프로 리그는 숫자로 이야기하는 곳.

여하튼 힘든 상황이다.

마음으로 늘 응원을 하는데 

그 마음이 아프다.

내 삶이나 잘 챙기고 걱정하면 더 좋을 텐데...

사람이란 게 그렇다.

그런 흥민이가 캡틴으로 마스크를 벗고 

온전한 얼굴로 뛰게 되는 국대 경기다.


기대를 했고 

그 기대에 부흥하는 경기력을 보여 줬다.

아쉽게 무승부로 끝났지만 괜찮다.

감독도 그 유명한 클린스만이 맡았는데

괜찮은 데뷔전 같다.

무엇보다 시원한 공격축구를 선보여줘서 

보는 맛이 꽤 괜찮았다.


그리고 또 기대하는 게임 하나가 

오픈베타를 하는 날이다.

이름도 악마인 악마의 게임

[디아블로 4] 다.

금요일 밤부터 월요일까지 

3일 정도 하는 오픈베타다.

노트북이 조금 오래된 거라 

과연 게임이 돌아갈까 하는 

다소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디아블로라는 게임이

또 최적화가 은근히 잘 돼 있는 게임이다.

그래서 기대를 했고

주말 간 글 하나 안 쓰고 

간만에 오롯이 게임에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다.


저녁엔 축구를 보고 

밤엔 게임을 크~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그런데 기대와 계획은 축구까지였다.

오래된 노트북이 기어이 

게임의 규모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픽드라이버 문제라는 

아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아닌 

모르는 사람들에겐 상당히 전문분야로 인식되는

상황이 결국 발생하고 말았다.

게임은 할 수 있지만 컴맹인 나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들여 

그래픽드라이버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결국 노트북은 게임을 돌리지 못했다.


하..............................

이게 아니었는데,

이번 주말은 

세계를 지키기 위해 성역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해 악마와 싸울 계획이었는데.

축구는 사실 그저 거들뿐이었는데.


그렇게 축구를 보고 난 후의 금요일 밤을 

게임을 깔고 지우고 쌩쑈를 했다.


새벽 3시인가 4시에 

아쉬운 마음 달랠 길 없어

그동안 봐야지 하고 묵혀 놨던

드라마 [더글로리]를 보기 시작했다.


평소에 잔인한 영화나 드라마를 잘 보는 편이다.

뭐랄까 현실과 드라마나 영화 등을 

잘 구분하는 편이라고 해야 되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순간엔 집중해서 보지만

어디까지나 가상의 이야기라는

선을 잘 긋고 현실로 곧잘 빠져나온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기 사작하면서부터 

아이 혹은 학생들과 관련된 이야기는 

그 분리가 잘 안 되기 시작했다.


더글로리라는 드라마가

너무 유명해져서 보지도 않았지만 

어떤 이야기인지 알고 있었다.


학교폭력,

뼈를 부러뜨리는 폭력이 아닌

마음을 산산조각 내 버리는 학교폭력.


그런 학교폭력에 대한 복수극이라지만

초반에 주인공이 

당하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 거 같았다.

그래서 계속 묵혀두다 

게임을 하지 못하게 된 날, 

게임 속에서 악마를 때려잡지 못하게 된 날,

비로소 드라마에서 

악마를 때려 잡기 위해 

기꺼이 악마가 된 사람의 이야기를 보게 됐다.


#6

토요일이다. 

지난 금요일 밤 대상도 없는 무언가와 씨름하다

드라마를 보고 자서 그런지 몰라도

잠든 그리고 일어난 시간은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영 힘들었다.

오전에 피곤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둥 마는 둥

어영부영 보내고 

점심 이후에 일을 조금 봤다.

그리고 계절 변화에 따라 

아이가 집에서 입을 옷이 필요해 

옷을 사러 나갔다 들어왔다.

받아 둔 피자 기프티콘이 있어

오래간만에 도미노피자를 먹었다.

맛있었다.

아이를 재우고 

악마를 때려잡는 드라마를 보기보단

게임 속이지만

직접 때려잡고 싶은 마음을 놓지 못해

다시 그래픽 관련 프로그램을 

이리저리 만져 봤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결국 포기하고 

악마 때려잡는 드라마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어제 2편에 이어 시즌 1을 다 본 거 같다.

아! 중간에 아내와 함께 맥주를 마시며

짧은 영화도 한 편 봤다.

요즘 이 부분이 너무 좋다.

아내와 함께 가끔 맥주 한 잔 하는 거.

여하튼 토요일 밤은 그렇게 보냈다.


#7

일요일이다.

짜라짜라짜 짜파게티를 끓여 먹진 않고 

어제 밤새 본 드라마의 여파로 

피곤한 아침을 맞이했다.

역시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간에 

잠이 들었고 일어났지만

영상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잠들면 

이렇게 힘들다.

그걸 알면서도 한 번 꽂히면 

멈추질 않는다. 문제다.

많이 피곤해 예민해졌는지

아무것도 아닌 일로 아내와 부딪혔다.

일 보고 나서 산책을 가야 되는데 

한 판 붙었다.

뭐 부부라는 게 그렇다.

일을 보고 들어 와 

아침에 싸운 듯 아닌 듯한

뭐 딱히 정리할 것도 뭣도 없는 마음을

그래도 정리하고 아이 그리고 아내와 산책을 나갔다.

원래 계획은 아파트 주변을 가볍게 도는 거였다.

그런데 들어오는 길에 보니 

아파트 주변 산책로에 

이미 꽃들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걸 봤다.

청주도 나름 유명한 벚꽃 거리가 있다.

바로 청주를 관통하는 무심천변 도로가 

청주의 대표적인 벚꽃 거리다.

보통은 4월 초에 만개를 한다.

그래서 다음 주 정도에 나가 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들어오는 길에 떨어진 꽃들을 보니

왠지 불안했다.

그렇다. 이번 봄은 유난히 따뜻했다.

가볍게 걸어 나가기로 한 산책을 

차를 끌고 나가 무심천을 확인하는 걸로 변경했다.

차를 탄 채로 둘러보고 

아직 만개하지 않았으면 

다음 주에 다시 와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웬걸

시내에 가까워질수록

(지금은 구도심 소리를 듣지만 

여하튼 아직까지 청주에서 전통적으로

가장 오래된 번화가인 시내는 성안길이고

그 성안길 옆을 무심첨을 품은 벚꽃 거리가 지나간다.)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시내가 원래 그렇지 뭐 하는 생각을 했지만

아니었다.

이례적으로 따뜻한 봄날에 의해 

전국적으로 개화시기가 

빠르면 열흘 정도 앞 당겨진다는

기사를 얼핏 본 거 같은데 

청주도 그랬나 보다.

꽉 막히는 차들 사이로

만개한 벚꽃이 보였다.

다음 주 정도로 생각하고 놓칠 뻔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예상치 못한 만개로 막히는 도로에

들어서 불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꾸역꾸역 움직이는 차들 사이에서 

나 역시 꾸역꾸역 차를 몰아 

적당한 곳에 차를 주차했다.

그리곤 

꽃과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온도는 낮지 않은데 바람이 불어 

다소 쌀쌀한 봄날이었다.

이 정도 쌀쌀함은 별 거 아니라는 듯 

많은 사람들이 꽃을 보고 연신 사진을 찍어 댔다.

나도 찍었다.

꽃도 찍고, 사람들도 찍고, 거리도 찍었다.

토끼 조형물에 앉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도 찍고 

아내도 찍어주려 했지만 

꽃이 만개해 그야말로 꽃구경을 할 거라고 

생각지 못해 너무 편하게 나왔다고 

됐다고 해 알았다고 했다.

나야 뭐 사진 찍는 걸 딱히 좋아하지 않으니.

그래도 아내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찍어 줬다.

한 바퀴 정도 돌고 저녁 먹을 시간이 돼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올해 벚꽃을 예상치 못하게 봤다.

저녁을 먹고 아이를 씻기고 

해야 될 것들을 하고 

다시 보던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어쩜 저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건지

글을 써 보겠다고 꼴값을 떠는 입장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를 생각하며 혹은 감탄하며 

드라마를 마저 봤다.

늘 그렇듯 잠든 시간은 새벽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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