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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Apr 28. 2023

관계의 학문

‘논술하면 떠오르는 과목은 무엇인가?’     

 

 아마도 십중팔구 국어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논술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자. 대충 무슨 뜻인지는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이게 또 사전적 의미를 확인해 보는 건 나름 의미가 있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세하고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논술論述이란 ‘자기의 의견이나 주장을 논리적이고 조리 있게 서술함 또는 논리적이고 조리 있게 서술되다.’라고 다음 백과사전에 나와 있다. 이번에는 사전에 설명되어 있는 내용 중에 ‘논리적’이란 단어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과목은 무엇인가?



 역시 아마도 십중팔구는 수학을 떠올렸을 것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고 충분히 예외적인 답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데 논술하면 국어라는 과목을 논리적이라고 하면 수학이라는 과목을 대체적으로 많이 떠올릴 것이다. 답을 정하고 물어보는 행태를 보이는 것 같아 조금 그렇긴 하지만 그렇게 억지스러운 주장은 아닌 거 같아 이야기를 예정대로 풀어 보도록 하겠다.



 눈치챈 사람들도 있겠지만 두 가지의 과목이 묘하게 엮이는 지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국어 공부 혹은 과목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는 논술은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보통 글로 풀어 가는 과정을 말한다. 그런데 또한 가장 논리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과목은 수학이다. 별로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어 이해하기도 쉬운 표현을 빌어보면 문과와 이과는 보통 상극이다. 해당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의 성향이나 배우는 과목 자체가 아예 반대적 성격을 띠고 있고 이 부분을 희화화해서 농담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런 문과와 이과를 대표하는 각각의 과목인 국어와 수학이 논리라는 단어로 연결되어 있다. 학생들과 수학 수업을 하다 보면 수학을 단순한 계산, 학년이 조금 올라가면 복잡한 계산 정도로 치부하는 아이들이 상당수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뭐랄까 수학을 지금은 거론되지도 않는 구시대적인 과목 이름인 산수로 착각하는 학생들이 대다수라는 이야기다.



 사실 산수나 수학이나 대충 업어 치고 매치면 거기서 거기긴 하다. 하지만 언제나 항상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수학 아닌가? 가장 논리적이고 이치에 맞아야 하는 과목! 그런 과목을 대하는데 대충 적당히 넘어가려 하는 거 자체가 문제다. 이런 지점도 추후에 한 번 다뤄 보겠다. 가장 정확해야 할 과목인 수학 공부를 우리 학생들이 얼마나 대충대충 하는지...



 여하튼 필자도 고명한 수학자는 아니라 정확하진 않지만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과외 선생 수준으로 조금 거칠게 이야기를 해 보면 산수는 계산이고 수학은 관계를 다룬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과목 이름이 명백히 수학, 그러니까 관계를 다루는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단순 계산에 급급한 산수 정도로만 생각하고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예가 적절할지 모르겠다. 망치질을 잘한다고, 못을 잘 박는다고 집을 잘 짓는다고 직접적으로 연결 지어 이야기할 수는 없다. 물론 집을 짓는데 제대로 된 망치질을 통해 정확하게 못을 박는 건 상당히 중요하다. 하지만 집이라는 게 그런 망치질 하나만으로 지어지는 건 절대 아니다. 분명히 중요한 요소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렇게도 비유를 해 볼 수 있다. 수학 문제를 푸는 학생들을 보면 늘 언제나 항상 경주마가 생각난다. 경주마를 직접 본 적도 없고 경마장에 가 본 적도 없지만 듣기로는 말이 한 눈 팔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릴 수 있게 눈 옆에 검은색 작은 판자를 붙인다고 들었다. 그야말로 죽어라 앞만 보고 달리는 건데 우리 아이들의 문제 푸는 모습이 딱 그렇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수학은 관계를 설명하는 학문이다. 그러니 문제도 당연히 주어진 상황의 관계를 묻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하나의 방향으로 한 가지 방법으로만 죽어라 문제를 풀어 나간다. 수학 문제는 어려울수록 많은 개념을 다양하게 엮어 출제하게 되고 학생들의 과제는 바로 실타래처럼 얽힌 복잡한 관계를 풀어 가는 건데 그게 앞이든 뒤든 혹은 옆이든 주구장창 한 방향만 보고 달린다.



 그러니 문제가 제대로 풀릴 리가 없고 더 안타까운 건 그런 과정 자체를 통해 스스로가 수학 공부를 상당히 열심히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열심히 하는 건 맞는데 옆을 좀 봐야 되는데 수학은 관계를 묻는 건데 관계 따위의 단어는 이 세상에 없는 것처럼 독불장군이 돼 버린다.



 이런 관계지향적인 학문인 수학의 학습 방법 중에 상당히 유용한 방법이 있다. 바로 유형별 문제 풀이다. 즉, 비슷한 개념을 활용한 문제들끼리 묶어서 공부를 하는 것이다. 실제로 대다수의 문제집들이 유형별로 문제를 풀 수 있게 구성돼 있다. 다수의 비슷한 문제끼리 묶어 같이 공부하다 보면 그 속에서 비슷한 지점을 발견하고 이 지점을 말 그대로 관계로 이해하길 바라는 건데 여기서 또 웃기지도 않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바로 이런 질문을 할 때다. ‘선생님, 이런 유형은 다 이렇게 풀면 되는 거죠?’... 유형이란 무엇인가? 공통된 무언가가 있는 것들끼리 묶어 놓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통된 것들이 있다는 것이지 100% 같다는 게 절대 아니다. ‘비슷한’ 유형이란 부연적인 단어를 통해 설명을 해 줌에도 불구하고 유형별 문제는 복사 붙이기 한 것처럼 다 같기를 바란다.



 유연하게 생각을 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왜들 그렇게 고착화시키려고 하는 건지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그렇게 가르친 어른들 잘못도 크지만 모든 것이 너무 편해진 세상 탓(그게 세상 탓인지는 모르겠지만)에 귀찮은 걸 생각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학생들의 자세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수학 문제가 쉬우면 푸는 방법도 쉽고 단편적이다. 그에 반해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푸는 방법이 다양해진다. 즉, 문제 푸는 과정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형국이 되는 건데 그 길이 정말 다양하다. 목적지는 결국 서울이고 어느 길로 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효율적 일지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자세가 바로 수학이 원하는 바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다양한 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묻고 따지면서 보다 나은 방향을 찾아가길 바라는 것이다.



 수학에서 배우는 개념 혹은 실질적인 단원 중에 관계를 대 놓고 묻는 분야가 있다. 바로 ‘함수’다. 우리 아이들이 정말 싫어하고 어려워하는 함수.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그리고 고등학교 3년 총 12년 간 수학이라는 과목에서 정말 많은 개념을 배우는 데 가장 중요한 개념은 누가 뭐라고 해도 함수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고등수학을 열심히 해야 한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지만 초등과 중등 과정은 궁극적으로 고등과정을 위해 순차적으로 달려온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초중등의 수학은 고등수학을 받치는 기초공사 정도가 된다. 그런 기초공사를 통해 고등수학에서 쌓아 올려야 되는 건물은 바로 함수다.



 고등 수학 과목을 고등수학(상, 하), 수학(1, 2),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 정도로 볼 수 있는데 확률과 통계와 기하의 일정 부분을 제외하면 이름만 다르지 그냥 다 함수라고 봐도 무방하다. 고등수학(상)에선 중등 과정에서 배운 이차함수를 필두로 한 내용을 조금 더 확장하는 데 그친다고 할 수 있다. 즉, 주요 내용이 이차함수와 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이차방정식 그리고 이차부등식 정도가 되고 나머지는 앞의 내용을 위한 소소한 재료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고등수학(상)에선 이차함수와 이차방정식 그리고 이차부등식 간의 관계를 정리하는 게 주목적이라고 보면 된다. 고등수학(하)에선 중학교에선 조금 부족했던 함수의 근본적인 의미와 유리/무리 함수가 주된 내용이다.



 수학 1은 어떤가? 지수, 로그, 삼각함수에 대해 주로 배우게 된다. 후반에 수열이 있지만 수열 역시 큰 틀에서 자연수와 실수 사이의 관계를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본 함수가 맞다. 수학 1은 그야말로 다양한 함수의 종류를 소개하는 과목이다. 수학 2는 일, 이차 함수를 기반으로 함수의 극한과 연속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삼, 사차 함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미적분 기본을 배운다. 미적분이라는 과목은 앞에서 설명한 수학(1, 2)의 활용 및 응용 과목 정도로 보면 된다.



 어떤가? 이거 뭐 단어만 다르지 그냥 다 함수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관계를 이야기하는 학문인 수학에서 관계를 대놓고 설명하는 개념 혹은 단원이 함수라고 했다. 어찌 수학을 공부하는 데 있어 관계를 중요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그 관계를 이야기한다는 함수는 무엇이냐? 정말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두 집단 사이의 관계를 수식을 통해 표현하고 필요하다면 그 수식을 좌표평면에 그래프로 옮기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이 지점에서 웃기지도 않게 저 앞에서 이야기한 국어와 수학이라는 일면 전혀 다를 거 같은 과목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즉,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함수가 두 집단 사이의 관계인데 그 관계를 글이나 말로 설명하면 국어가 될 것이요, 수식이나 그래프로 설명하면 수학이 되는 것이다.



 학생들과 수학 수업을 하면 할수록 ‘국어가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수업 도중에 농담처럼 아이들에게 ‘선생님하고 국어 공부할래?’하고 묻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면 아이들은 무슨 소리하냐는 듯이 피식 웃고 마는데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같이 웃긴 하지만 속은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채로 말라비틀어져 가고 있다. 그렇다고 책이나 가끔 읽는 주제에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답답한 이내 마음을 국어 선생님들에게 하소연해야 되는 건지 늘 궁금할 따름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국어 과목이 수학 못지않은 주요 과목이라 학생들이 국어 공부를 등한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안타까운 건 국어라고, 우리말과 글이라고 믿는 구석이 있는 건지 매번 60점 밖에 못 맞으면서도 영어만큼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어 듣기 평가는 다 맞아야 된다는 각오를 국어에도 조금만 나눠주면 어떨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도 해 본다. 아... 내 코가 석자라고 수학 성적이 50점도 안 나오는 학생들의 국어 성적을 걱정할 때가 아닌데 걱정을 해야 되는 이 아름다운 상황에 마음은 저기 안드로메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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