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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Apr 30. 2023

2022년 7월 마음정산

 학교 강의를 본격적으로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노래도 부르고 싶고 글도 쓰고 싶고 책도 내고 싶은데 더해서 강사로 강의도 해 보고 싶다. 능력은 부족한데 욕심 하나만큼은 참 많다. 늦은 나이에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 들어왔을 때 회사의 선택 이유 중에 하나가 강사로서의 비전이었다. 회사 혹은 사회에서 비전이라는 건 누군가 쥐어 주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들어 가는 거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뛰어놀 수 있는 판은 있어야 하는 거니까 그런 최소한의 기대를 당시에 했던 거 같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일을 시작하면서 강의와 관련된 건 돈이 되건 안 되건 그냥 달려들어했던 거 같다. 그런데 조금 아쉬운 건 나름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참여한 건 맞는데 대부분이 참여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적극적으로 달려들기는 했는데 보다 직접적이면서 결정적인 부분에선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처음의 적극성을 그런 상황으로 까지 유지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돌이켜 생각해 보면 스스로가 일정 수준의 벽을 세우고 늘 그 앞에서 멈춰 왔던 거 같다.



 더 이상 미룰 수 없겠다고 판단하고 어쩌면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할 수도 있다. 사실 처음의 강사로서의 장밋빛 미래 뭐 이딴 걸로 움직였다기보다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뭐라도 해야 되는 상황에 몰렸는데 마침 예전 강사로서의 비전이란 게 떠올랐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우선 정강사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요건이 필요했다. 특별한 건 아니고 기존의 정강사 강의를 따라다니며 진행되는 강의를 직접 보면서 허드렛일을 도와주며 배우는 형태였다. 그런 과정이 일정 시간을 채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마침 시기도 일선 학교로 나가는 강의답게 여름방학을 앞둔 시점이라 상당히 많이 진행됐다.



 강의를 직접 보면서 정강사를 조금 도와주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강의가 진행되는 학교까지 가는 게 고역이었다. 내가 사는 곳은 청주인데(그나마 청주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보통 강의가 진행되는 학교는 경기도나 서울에 있었다. 청주에서 경기도 혹은 서울까지의 거리가 엄청나게 먼 건 아니었지만 새벽부터 일어나 150km 남짓한 거리를 직접 운전을 해서 왔다 갔다 하는 건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었다. 더해서 강의만 따라다니는 거였으면 그나마 조금 나았을 텐데 오전에 강의가 끝나면 오후엔 다시 청주로 내려와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아이들 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강의 전날 수업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씻고 어~하다 보면 그냥 새벽 1시가 된다. 다음 날 강의가 있는 지역까지 강의 시간에 맞춰 가야 하기 때문에 바로 잠을 잔다. 아직 대부분이 자고 있을 시간인 새벽 5시 전후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출발한다. 2시간 정도를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고 강의를 보고 듣고 도와주고 오후 12시나 1시 정도에 끝나면 청주로 출발해 4시 전후로 도착해 수업을 시작한다.



 더 일찍 올 수도 있지만 청주로 내려오는 오후 시간대가 사실 평소에 집에 있으면 아이와 함께 낮잠을 자는 시간이다. 안 그래도 무료하고 나른한 운전인데 시간대도 점심 이후의 시간인 데다 강의가 없는 날엔 보통 아이와 함께 낮잠을 자는 시간대다 보니 졸음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운전하다 죽지 않으려면 중간에 어쩔 수 없이 차 안에서 낮잠을 청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이 너무 힘들어 강의가 하고 싶다는 이상을 향한 마음을 접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가 아쉬운 건지 그래도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뭐가 남긴 남는 건지 아직도 꾸역꾸역 따라다니고 있다. 지금은 정강사 자격은 되는데 이게 또 돈을 받고 강의를 나가는 거다 보니 원래 그런 성격은 아닌데 은근히 책임감이라는 압박에 선뜻 나서질 못하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 앞에 서서 떠드는 걸 좋아하고 딱히 두려워하지도 않는데 강사라는 타이틀을 걸고 돈을 받고 강의를 하려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더 배울 필요가 있다고 표현을 하고 있는데 사실 뭉그적거리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그런 뭉그적거림도 올여름이면 끝날 거 같긴 한데 여하튼 머지않은 미래에 강의를 나가긴 나갈 거 같다.


https://groro.co.kr/story/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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