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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Apr 30. 2023

그로로? 꽃길?!

 여러 글에서 밝힌 바 있지만 글을 쓰기 시작한 지 2년을 넘어 3년이 다 돼 가고 있다. 글을 쓰겠다고 처음 마음먹었을 때는 왜 글을 쓰고자 했는지 그 이유가 나름 명확했던 것 같다. 아주 간결하게 정리하면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고 싶지가 않다. 하지만 현실은 무시할 수 없어 일은 해야 한다. 일을 하면서 다음, 그러니까 소위 제2의 인생을 준비해 보자. 무엇을 할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세상에서의 나의 쓰임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를 알아야 하는데, 그 방법이 무엇일까? 우선 나를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그 유명한 표현처럼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등의 어쩌면 지극히 근원적인 물음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나를 알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나를 들여다본다고 했는데 그게 가능하긴 한가? 생각을 바꿔 보자. 안에 있는 걸 들여다보기 힘들면 쏟아내 보는 건 어떨까? 그냥 쏟아내면 배설물에 지나지 않으니 쏟아낸 것들을 잘 정리해서 확인해 보자. 그래! 정리하는 방법으로 글을 써 보자. 또 아는가? 사람 일 모른다고 그럴듯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지...’와 같은 행복회로를 돌려 글을 그야말로 가열 차게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보다는 왜 하필이면 ‘글’이었을까? 하는 강렬한 의문만 들뿐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글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조금 적극적인 일기를 꾸준히 써 왔기 때문에 그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여하튼 글이라는 걸 계속 쓰고 있다. 그래 맞다! 적극적인 일기다. 돌고 돌아 시간이 흘러 여기까지 올 거였으면 초등시절부터 일기를 잘 썼으면 혹시라도 괜찮은 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주 그럴듯한 망상도 해 본다.



 혼자 노트북에 정말 말 그대로 일기를 쓰다 지역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모임을 통해 조금 더 글을 쓰는 것 같은 그럴듯한 모습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모습이 그럴듯하다고 했지 글이 그럴듯하다고 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글쓰기 모임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다. 시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무료로 운영하는 과정이었고 2년 차까지 지원이 가능했지만 1년 차만 하고 정리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설명하기엔 이유라는 게 너무 자잘하고 그냥 그렇게 됐다. 다시 혼자가 됐다. 글을 쓴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는 다른 누군가와 함께 하지 못함이 아쉽긴 했으나 딱 그 정도였다.



 확실히 함께 하는 누군가가 없다 보니 글쓰기에 대한 동력은 점차 사그라져 갔다. 애초에 혼자 해 보겠다고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여차저차 사람들과 함께 하다 다시 혼자가 되니 영 심심했다. 다행인 건 글쓰기 모임이 시작되고 3개월 정도가 지났을 무렵 우연히 알게 된 글쓰기 플랫폼(브런치)에도 글을 올리고 있었다. 다시 혼자가 됐을 때 플랫폼이 많은 의지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얼굴은 볼 수 없지만 거의 동일한 목적과 목표인 글쓰기 혹은 책 출간 등을 하고 있고 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가상의 공간이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우리들만의 공간에서 서로의 글을 읽고 공감할 수 있어 다소 외롭지만 힘이 됐다.



 그럼에도 너무 의지가 박약한 사람인지라 플랫폼에서의 활동도 어느 순간부터 뜸해졌다. 글쓰기는 이제 그만 접으려나, 또 한 번 불다 만 바람 같은 건가? 싶을 때 해당 플랫폼에서 글쓰기모임을 하게 됐다. 의욕적으로 시작해 흐지부지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이번에도 그렇게 되나 싶을 때 마침 구원처럼 글쓰기모임 모집 글을 보고 그야말로 부랴부랴 지원을 했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더 고무적인 건 그 모임을 통해 웃기지도 않게 지금의 ‘그로로’를 만나게 됐다.



 어느 날, 모임을 함께 하는 한 분이 ‘브런치 말고 여기도 글을 쓰는 플랫폼 같아요. 글 하나 써 올리면 커피 기프티콘도 준다고 하니 관심 있으면 한 번 알아보세요.’라는 한 마디에 지체 없이 바로 그로로에 글을 올렸다. 지극히 세속적인 이유, 기프티콘 하나 때문이었다. 솔직히 처음엔 이름도 이상했다. ‘그로로가 뭐지? 이웃집 토토로야 뭐야? 아니면 개구리중사 토로로! 여하튼 뭐지, 이상한데?’ 딱 이 정도였다. 옆집 브런치에서 넘어온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지만 브런치는 그나마 조금은 느지막이 먹는 브런치 같은 일상을 담아 보자 뭐 이런 식으로 대충 이해가 되기라도 했다. 그로로, 이건 뭔 의미를 담고 있는 건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만들어진 단어인 듯한데 스펠을 보아하니 뭘 키우겠다는 건가(grow) 싶은 생각은 얼핏 들었다.



 이름도 이름인데 결정적으로 더 이상했던 건 그로로의 운영 방침이었다. 바로 이야기해 보자. 여기는 왜 작가도 뭐도 아닌 사람들에게 글 좀 써 올렸다고 돈을 줄까? 많이 쓰는 표현인 ‘소정의 원고료’ 같은 건데 왜 굳이 프로 작가도 아닌 사람들에게(물론 프로작가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더욱이 요즘엔 프로와 아마를 구분하기도 애매하다. 지금도 각 신문/출판사가 진행하고 있지만 예전엔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사람들을 프로작가로 인정해 줬고 주로 그들만 책을 냈다. 하지만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사회 인식부터 시작해서 글을 쓸 수 있는 여러 도구 혹은 공간 등을 통해 이제 누구나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 설령 신춘문예 등을 통한 등단이 아니라고 해도 책 출간을 해 봤고 나름 좋은 성과를 거둔 분들도 많다.) 돈을 주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순수한 궁금증을 가슴에 품고 이성적인 의구심을 머리에 담으며 그로로 홈페이지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한 가지 특징과 또 한 가지 의외의 점을 발견했다. 결과론적으로 앞에 이야기한 특징과 의외의 점은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우선 특징을 이야기해 보자면 다들 알고 있듯이 그로로는 풀밭이다. 그래서 이름이 그로로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글 중에 식물이야기가 상당히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기프티콘이나 하나 얻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처음에 그로로에 글을 올렸고 이후에 소정의 원고료에 혹해 계속 글을 쓰기로 했는데 식물이야기가 너무 많아 내가 잘못 왔나 싶기도 했다.



 바로 이어 의외의 점을 이야기해 보면 홈페이지 가장 하단에 보면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그야말로 대기업의 이름이 떡하니 박혀 있다. 어! 그로로를 여기서 이런 대기업에서 운영을 한다고? 아하!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기업 홍보를 위한 거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기업 홍보를 위한 거라면 조금은 과하건 자연스럽게 묻어나건 기업의 이름이나 이미지 등이 여기저기 보여야 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찾은 것처럼 조금만 관심을 갖고 둘러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긴 한데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홍보를 하는 게 맞는 건가 싶었다. 홍보에 ‘ㅎ’도 모르지만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았다. 현대자동차가 고급브랜드로 ‘제네시스’를 홍보할 때 현대의 기존 이미지와 분리시키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제네시스가 현대의 브랜드라는 걸... 이미지를 가리고 분리시키지만 어느 정도지 이렇게 까지 가릴 일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론 현대의 제니시스는 사활을 거는 브랜드지만 글쓰기 플랫폼이 대기업에서 사활을 걸만한 아이템인가 하는 원론적인 의문도 들었다. 아마 아닐 것이다. 앞에서 발견한 특징과 의외의 점이 결과론적으론 연결이 된다고 했다. 물론 나의 ‘뇌피셜’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맞을 것 같아 이야기해 본다. 그로로엔 식물이야기가 많다. 그리고 그로로를 자회사의 형태로 운영하는 것 같은 대기업은 식물과 관련된 정확히는 식물을 키우는 키트 개념의 전자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조금 더 찾아보니 그로로는 애초에 식물을 키우는 소위 ‘식집사’들의 플렌테리어 공유 커뮤니티였다.(확실하진 않다. 성의가 부족해 대충 찾아봤다.)



 연결이 되지 않는가? 식물을 키우는 이상한 전자제품을 만들어 파는 대기업이 있고 그걸 산 사람들 혹은 그냥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공유 공간인 이름도 ‘키우다’라는 단어의 일부를 차용한 그로로가 있는데 홈페이지에 해당 대기업이 이름이 눈을 씻고 찾아봐야 되지만 분명히 박혀 있다. 그렇게 자기들만의 세상을 나름 구축하다 그 세상의 경계를 확장시키고 있다. 그것도 돈까지 줘 가면서 확장하고 있다. 브런치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브런치에서 근 2년간 글을 썼지만 1원도 받은 적이 없다. 그로로에선 활동기간이 6개월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나름의 원고료를 받았다.



 왜 확장시키는 것일까? 왜 돈을 주는 것일까? 식물 키우는 이상한 제품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팔아먹으려고? 아닌 거 같다. 우선 난 그 제품을 살 일이 없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내가 여기저기 찾아봐서 그렇지 그로로에선 그런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해당 기업이 추후에 글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텃밭을 다지는 걸까? 하는 생각도 해 봤다. 문화예술사업이라는 게 다소 뜬구름 잡는 거 같기도 하지만 터지면 또 그만한 대박도 없다. 그런 걸 준비하는 걸까? 그런 걸 준비하는 과정이 맞고 껴준다면 열과 성을 다해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하고 싶다.



 그런데 사실 이것도 아닌 것 같다. 보통 기업이 아닌데 정말 문화예술사업에 손을 대고 키워 보고 싶다면 그 기업의 규모 등을 생각하면 보다 대대적으로 더 많은 돈을 들이고 더 많은 전문적이면서 실력 있는 사람들을 끌어 모아 진행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는 합리적인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어쩌면 이 회사가 다른 전자제품 회사는 보통 생각하지 않는 그러니까 일반적이거나 대중적이지 않은 제품을 간간히 만들어 내는데, 이것도 그런 약간은 이상한 취향에 기반을 두고 아이디어 회의에서 나온 장난(?) 같은 프로젝트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봤다.



 결론은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글을 써 보겠다고, 글로 제2의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다짐한 무지렁이 같은 나에게 그들 입장에선 껌 값만도 못한 돈이지만 내 가치가 됐건 뭐가 됐건 간에 손톱만큼의 무어라도 인정해 주고 돈을 줬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글을 통해 장미 빛 미래를 보고 싶은 내 마음에 꽃길을 놔주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혹은 그런 꽃길을 다지는 과정 속에 제일 앞에 서서 불필요한 것들을 같이 치워 나가기 위한 선봉대 정도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뭐가 됐든 좋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3년을 향해가는 이 시점에 정말 ‘소정의, 소정의’ 원고료인지 수수료인지 모를 돈을 받았다. 그리고 그냥 받은 것도 아니다. 해당 플랫폼에서 다른 작가들과 나름 경쟁해서 받은 돈이다.



 바르게?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바르게 혹은 제대로의 의미가 뭔지 잘 모르겠다. 어차피 상대적일 테니 크게 상관은 없다.) 글을 쓸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간이 있고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 중에 하나인 금전적인 보상이 함께 하니 당분간은 함께 꽃길이건 뭐건 같이 만들어 나갈 만할 것 같다. 쓰다 보니 의도치 않게 그로로를 찬양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긍정적으로 소개 아닌 소개를 한 것 같다. 그로로의 직원도 뭐도 아니고 지분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글을 쓰기 위한 도구로서의 기능도 별로라서 그로로에 대한 내 솔직한 마음은 그냥 그렇다 정도라는 걸 이해해 주길 바라는 바다.



 딱히 좋아하는 친구는 아닌데 뭐 또 그렇다고 싫지도 않은 그런데 함께 일을 해 보자고 하니 같이 잘해 보지 뭐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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