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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Nov 07. 2023

미리 메리 크리스트마스!!!

https://groro.co.kr/story/6482



 대도시는 아니지만 준수한 크기의 도시인 청주에 살고 있다. 도시에 살고 있다는 점이 겨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무언가 할 게 없다는 걸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농어촌 또는 산촌에 사는 것보단 준비할 무언가가 상대적으로 적은 건 사실일 것이다. 보통은 날이 바뀌어 가고 달력이 넘어가면서 겨울을 준비하는 주변 혹은 변해가는 모습을 볼 뿐이다.



 대상이 뭐가 됐든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설명하는 변화는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다만 올해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다소 생소한 장소에서 인식했다. 34개월의 딸아이를 아내와 아옹다옹 키우고 있다.(아이를 키우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에요!!!) 어느 정도 개월이 찼지만 아직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질 않고 있다. 대단할 건 없지만 아내와 나의 육아방침에 의한 결정이었다.



 사실 아내보다는 내가 조금 더 욕심을 부린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기간이란 측면에서 아내와 큰 차이가 나진 않았지만 내가 조금 더 아이와 함께 있기를 바랐다. 원래 계획은 24개월을 꽉 채우고 보내려 했으나 어~하다 보니 36개월을 목전에 두고 있다. 다시 한번 아내와 나 스스로를 격려해 주고 싶다. 많이 바쁘진 않지만 일을 하러 나가는 시간에 온전히 아이와 함께 해 준 아내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더 같이 있어 볼까 하는 생각을 아내와 나 모두 아직은 조금 더 해보곤 하지만 잠정적인 결론은 내년 3월엔 유치원에 보내기로 했다. 집 주변 갈만한 유치원 여기저기를 알아보고 있기도 하다. 내가 조금 더 젊었을 적엔 아이를 언제 키울지 이렇다 할 명확한 계획이 없었음에도 아이는 사회성 등을 고려해 다른 아이들과 함께 해야 된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단체 속에서 어렵게 맺어가는 관계와 다소 외롭지만 가족과 함께 보내는 부분을 저울질하고 있다. 내 성향이 점진적으로 자발적인 ‘아싸’로 변해가서 그런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는 부분도 한몫한 거 같다. 아아아!!! 이 부분을 깊게 파면 사회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돼서 이쯤 하고 여하튼 내년엔 가급적이면 유치원에 보낼 계획이다.



 중요한 건 이 이야기가 아닌데 또 삼천포로 빠져 버렸다. 그래서! 지금 아이가 사회성을 나름 키워가는 유일한 경로는 백화점에서 진행하는 문화센터에 참여하는 거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한 18개월 정도부터 문화센터에 다니기 시작한 거 같다. 특별히 백화점 문화센터를 이용하게 된 계기는 백화점이 집에서 가까워서다. 그야말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다. 엎어지면 코가 닿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실제로 걸어가지도 않지만 차를 끌고 나가 주차하고 백화점 건물 6층 문화센터에 올라가는 데 10분이면 족했다.



 일주일에 한 번 40여분 정도 참여하는 일정인데 나름 장난감도 잘 챙겨주고 선생님들의 수준도 괜찮은 거 같아 시작한 이래로 계속 참여 중에 있다. 처음 만난 선생님은 꿀꿀이 선생님이고 두 번째 만난 선생님은 딩동댕 선생님이고 세 번째 선생님은 꽃송이 선생님이었다. 지금은 꿀꿀이 선생님을 만날 수 없고 딩동댕 선생님과 꽃송이 선생님의 프로그램에 따라 아이와 상의 후 결정해서 참여하고 있다.



 일정이 있는 날 세 가족 모두 함께 가는데 아내와 아이는 교육에 참여했고 난 6층 라운지에서 밤새 날아 들어온 스마트폰의 잡스러운 알람 등을 지우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기엔 다소 이른 시간이라 번잡하지 않게 나름 쉬는 시간이기도 했다. 주변엔 특별히 볼 게 없는데 지난주엔 계절을 상징하는 그것도 다가오는 계절을 상징하는 트리,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되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순간 너무나도 당연히 10월을 지나 11월로 넘어가는 시점이었기에 조만간 왔는지도 모르게 가을이 스쳐가고 겨울이 올 거란 걸 알고 있었지만 그 당연하고도 당면할 사실을 생각지 않은 상황과 장소에서 보게 된 것이다. 와~ 트리다, 크리스마스트리다. 겨울이 오긴 오는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바로 이어지는 생각은 조금 뒤에 교육이 끝나면 아이랑 사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렇다. 크리스마스 트리고 계절 변화고 나발이고 간에 아이가 우선이다. 사실 아이가 없었다면 평일 그 시간에 백화점에 갈 일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고 생각해 보니 다가 올 겨울을 맞이해 제일 먼저 한 것도 아이와 함께 독감예방 주사를 맞는 일이었다. 독감예방 주사 역시 원래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아내와 결혼 전에 맞아 본 적이 없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 혹은 학창 시절에 일괄적으로 맞은 적은 있겠지만 성인이 돼서 자발적으로 맞은 적은 없었다.



 아이가 있으니까 아이를 챙겨야 되고 아이만 맞으면 뭐 하나? 아이를 케어하는 엄마아빠가 아프면 안 되니 역시 맞아야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크리스마스트리를 보고 있는데 교육이 끝났고 아이와 아내가 나왔다. 바로 이쪽으로 오라고 해서 사진을 같이 찍었다. 우리 가족의 올해 겨울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참고로 제목에 ‘크리스트마스’라는 표현은 학창 시절에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외울 때 발음에서 빠지는 ‘t’를 빼먹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는데 재미 삼아 그대로 활용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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