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하는 늑대 Nov 03. 2023

2. 글쓰기

https://groro.co.kr/story/6455



 글을 쓰기 시작한 지 3년이 넘었다. 쓰다 말다 한 적도 있었다. 시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모임에 1년 정도 참여한 적도 있다. 중간에 브런치를 알게 돼 브런치 작가로 활동한 지는 2년 5개월 여가 지나가고 있다. 지금은 브런치 작가, 그로로 메이커, 투비 작가, 헤드라잇 창작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럿이지만 하나다. 하나의 글을 4곳의 플랫폼에 그대로 복사붙이기해서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성향에 의해 이쪽에 올린 걸 저쪽에 올리기엔 조금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있어 100% 동일한 글을 올린다고 할 수는 없지만 거의 같은 글을 올리고 있다. 지금은 반쯤 포기해 버렸지만 얼마 전 까지는 같은 방식으로 네이버 블로그와 다음 티스토리에도 동일하게 글을 올렸었다. 그 외에 유튜브, 팟캐스트 등도 깨작거렸는데 글쓰기 플랫폼에 비하면 활동이 미미하기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사실 시작은 글쓰기가 아니라 유튜브였다. 밑도 끝도 없이 유튜브를 시작한 건 아니고 요즘 직장인이라면 기본적으로 마음속에 품고 있는 현생 탈출을 위한 파이프라인의 일환으로 하고 있는 일을 정리하고 유튜브로 먹고살아 볼까 하는 되지도 않는 망상에 사로잡혀 우선 유튜브를 시작했다. 하지만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거꾸로 이야기하면 ‘안’ 될성부른 나무 역시 떡잎부터 알아보기 쉬운 법이라 한 달 정도 불같이 달려들어 영상을 올리다 어! 이거 아니다 싶어 바로 접어 버렸다.(채널이 살아 있긴 하고 아직 포기하진 않았다...)



 하지만 일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이미 활활 타오르고 있어 유튜브를 접었다는 ‘물’로는 끌 수가 없었다. 어쩌나 하고 곰곰이 생각하다 아! 허접하더라도 영상 하나를 만들어 올리려면 대본이 필요한데 그 대본은 기본적으로 글로 쓰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 역시 대본을 글로 우선 썼었다.



 그렇다면! 글이나 한 번 써 볼까? 어차피 이거나 저거나 짓는 만들어 내는 창작자, 크리에이터, 작가 뭐 이딴 거 아닌가 싶었다. 크리에이터로 통칭되는 유튜버로 성공을 하는 경우나 글을 써 책을 팔아먹는 작가의 근본은 같다는 생각에 역시 다시 한번 주제도 모르고 가열 차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한 나름 의미도 부여했다.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내 속에 있는 것들을 글로 쏟아 내는 과정을 통해 나를 알아 가자! 뭐 이런 거창한 누구에게 말해도 그럴듯한 이유를 기치삼아 포기한 유튜버의 길은 은근슬쩍 덮어 버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일단 쉬웠다. 상대적으로 쉬웠다. 어떤 내용을 만들지 구상하고 대본 쓰고 영상 찍고 뭐라도 건드리는 편집을 거쳐 영상을 올리는 과정에 비해 글을 쓰는 과정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쉽고 편했다. 하루 이틀 생각 좀 정리하고 한글문서를 열고 타자만 두닥닥닥 두드리기만 하면 됐다. 그 속도감에 당장 몇 개월, 늦어도 1년 안에 책 한 권 내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줄 알았다. 아 하하하하하하하, 자연스럽게 일을 때려치우고 그야말로 전업 작가로 후리하게! 좋아하는 커피나 마시면서 글을 쓰는 장밋빛 미래를 상상했다.



 아 하하하하하하하, 그렇게 3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일은 아직 하고 있고 책 출간은 고사하고 예쁘장한 포장지이긴 했지만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의 거창하고 고상한 의미조차 퇴색됐다. 그저 일주일에 두 세 꼭지 정도의 글, 아니 적극적인 일기를 겨우 쓰고 있다. 책 출간을 포기한 건 아닌데 생각하면 할수록 할 수 있는 건가? 아니 해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글을 써 책을 출간해 먹고살려면 한 달에 몇 권의 책을 팔아야 될까? 아주 아주 세속적인 계산을 해 봤다. 주워듣기로는 보통 작가에게 떨어지는 인세가 10% 내외라고 했다. 2만 원짜리 책이라면 2천 원 정도가 들어온다. 300만 원 정도를 벌려면 1,500권을 팔아야 했다. 하... 이게 가능한 일일까? 아니 책을 내는 건 그렇다 치고 과연 내 책을 내가 떠드는 이야기를 한 달에 1,500명이나 사주고 들어주겠느냐 이 말이다. 냉정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대답은 그냥 ‘No’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또 은근히 관성이 생겨 버렸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는 이야기를 해 주신 안중근 의사도 아닌데 묘하게 매일 글을 쓰지 않거나 글감을 생각해서 정리하지 않거나 하면 은근히 불편하고 화장실 갔다가 그냥 나온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매일같이 글을 쓰는 건 아니다. 그냥 마음이 그렇다는 거다. 3년 넘게 글을 써 오는 동안 매일 글을 써 플랫폼에 올린 적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간이 압도적으로 길다.



 여하튼 매일 글을 쓰건 그렇지 않건 간에 확실한 건 글을 쓰는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매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결과로 일주일에 최소한 두 세 꼭지의 글은 쓰는 거 같다. 그렇게 그냥 쓰고 있다. 지금은 그게 전부다. 책을 내보고 싶은 생각도 품고 있고 실질적인 행동을 미미하게나마 아니 정확히는 민망하게나마 하고 있긴 하지만 자꾸 미루게 되고 그냥 글, 아니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적극적인 일기를 쓰고 있다. 매일 쓰는 건 아니라서 일기라고 하기엔 조금 그렇지만 그냥 대충 눙치고 넘어가 본다.



 지금으로선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글을 써 나갈 거 같다.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책을 내서 조금 팔린다고 하면 더 열심히 쓸 수도 있겠지만 설령 그렇지 못한다 한들 정말 입에 가시가 돋는 건 아니지만 글을 쓰는 일련의 행위, 과정 그리고 생각 등을 매일 하지 않으면 불편한 건 사실이니 지극히 원초적인 동인이라고 할 수 있는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글을 계속 쓸 거 같다. 그럴 일 없겠지만 하늘에서 평생 먹고살 돈이나 왕창 떨어지면 조금 더 적극적인 개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저기 부담 없이 떠벌릴 수 있겠구나 하면서 쓸데없는 생각을 정리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개혁(feat. 가지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