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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Dec 28. 2023

학원을 왜 보내는 거야?

 전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교육열이 뜨거운 나라, 대한민국.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 만해도 사회나 이러저러한 수업시간에 지겹게 들은 이야기. 아무것도 없는 나라. 자원도 없고 나라도 반쪽이 나서 작은 나라. 가진 거라곤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 조금 똑똑하고 독하다는 거 하나. 그러니 그 사람들을 달굴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그리고 대한민국이 수립되기 전까지 이어오던 일본에 털리긴 했지만 조선시대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고 사士, 그러니까 선비를 공부하는 사람을 숭상하는 나라였는데 그 인식이 이어져 내려와서 그런 건지 공부를 잘해서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이 많은 나라, 대한민국. 이제 그마저도 먼저 자리를 잡은 기득권들이 사다리를 걷어차서 더 이상 쉽지 않지만 그래서 더 관성처럼 미친 듯이 공부하는 나라, 대한민국. 그래서 문제도 부작용도 참 많은 나라, 대한민국.


 그런데 뭐 어쩌겠나? 이러저러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현실은 오늘도 학교에 가서 혹은 아이들을 학교로 등 떠밀어 보내 공부를 하고 하게 만든다. 그런 대한민국은 이상하게 공교육이 무너졌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렇게 공부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회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상하게 공교육이 무너졌다. 그 틈을 메우기 위한 건지 그 틈조차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으로 인식한 이리나 늑대 떼들이 자리를 잡은 건지 여하튼 결과론적으로 무너진 공교육의 한 기둥을 사교육이 떠받들고 있다.


 아! 이렇게 쓰긴 했지만 난 소위 사교육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아니다. 우선 내가 그 사교육 시장에서 일을 하고 먹고살고 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고, 이런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을 감안하고 감안해도 이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는 양대 산맥의 하나로서 사교육의 역할은 그 의미와 가치가 차고 넘친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과 부모들은 신나게 정말 열심히 학원을 가고 보낸다. 어느 정도로 학원을 보내는가 하면 만약 국가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의 학원 비를 100% 지원해 준다면 방과 후 돌봄을 기반으로 한 맞벌이 부부들의 모든 걱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 정도다.


 다시 말해 웬만한 학생들은 학교를 마치고 다 학원을 간다는 이야기다. 월수금은 영어, 화목은 수학, 집에 와선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영어나 수학을 과외를 통해 또 만나고 우리말과 글이지만 이상하게 어려운 국어도 시간을 내서 인강을 듣거나 주말을 이용해 역시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추가적인 학습을 하는 형식이다. 더해서 다른 과목도 학생 상황에 맞게 필요하다면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아주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웬만한 아이들은 학원에 간다. 학원이나 과외라는 게 부족한 학습을 보완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진행하는 건데 이게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진행하다 보니 웃기지도 않게 보완의 개념이 아닌 학교 수업의 연장이 돼 버렸다. 난 그렇게 믿고 싶지 않지만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이러저러 부족한 건 학원에 가서 좀 배우고 오라고 하는 지경이라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다시 한번 믿고 싶지 않고 일부 선생님에 국한된 이야기겠지만 이쯤 되면 이게 공교육이 무너진 건지 아니면 공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이 스스로 무너뜨린 건지 헷갈릴 정도다.


 이 글에서 공교육이 무너진 원인을 찾고자 한 건 아니니 일단 많은 학생들이 아니 거의 전부가 학원에 가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앞에도 이야기한 것처럼 학교의 연장, 일부 학생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함 개념이 아닌 학교 2부, 이런 맥락이라면 학교 2부를 마치고 다시 학교 3부를 가야 되는 아주 웃기지도 않은 상황이 연출되고 안 그래도 이미 벌써 학교 3부를 넘어 4부까지 가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다.


 그러다 보니 학교와 아주 똑같은 상황 그러니까 공부를 하는 학생들만 공부를 하는, 소위 학교에서 밑밥을 깔아 주는 학생들은 학원에 가서도 안타깝게 똑같이 밑밥을 깔아주는 뭐랄까 학원에 돈을 갖다 바치려고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에 다른 글에 쓴 적도 있지만 공부는 사실 아무나 다 열심히 하면 되는 거 같지만 공부를 비롯해서 세상 모든 일은 다 자기 나름의 재능이 필요하다.


 즉, 공부도 공부를 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하는 게 맞는데 이 놈의 나라는 앞에도 대충 언급한 여러 이유로 인해 모두가 공부를 한다. 모두가 열심히 머리 박고 공부를 하면 다 서울대를 갈 수 있을 줄 알고 정말 죽어라 공부를 한다. 개 중에 재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차고 넘치는 미친 듯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노력을 통해 공부를 잘해 유수의 대학을 갈 수 있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마지못해 정말 죽지 못해 공부를 그냥 해야 되는 거니까 하라고 하니까 안 하면 사람 취급 못 받을 거 같으니까 하는 학생들이 대다수다. 그런 학생들이 학원을 가 봐야 미안하지만 별다른 게 있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대안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떠든 내용과 양에 비해 뻔뻔할 정도로 없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무슨 방법이 있는가 말이다. 다른 글에도 이야기를 했고 지금 글에도 대충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공부도 공부를 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해야 그나마 빛을 보는데 그냥 뭐라도 되겠지, 열심히 하면 되겠지 하는 어쩌면 정말 막연한 생각으로 자기 머리만 어딘가에 숙여 박으면 자기 몸을 숨겼다고 생각하는 타조처럼 머리를 박고 듣지도 않고 보지도 않은 채 깜깜한 상태로 공부를 하는 세상인데 설령 방법이 있다한들 찾을 수가 없다.(타조가 위험에 처하면 정말 그렇게 하는지 확인하지는 않았다. 그저 어딘가에서 주워 들었는데 대충 그런 이미지로 대다수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거 같아 비유해 봤다. 적당히 어떤 의미인지는 전달될 거 같다.)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그 방법이라는 게 너무 원론적이고 뻔한 방법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해 봐야 씨알도 안 먹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떠들어 봐야 별 의미도 없다. 그래도 이야기를 해 본다면 스스로가 뭘 잘할 수 있는지 그야말로 재능을 찾아야 한다. 그 재능을 바탕으로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그러니까 쏟아내면 성과를 볼 수 있는 영역을 찾아야 한다. 되나 가나 다 국영수 공부만 하고 있으니 학교에서도 안 되고 학원에 가서도 안 되는 거다.


 내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나만의 재능을 찾는 게 어려운 건 알고 있다. 그래서 일단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반적인 의미로 사회에서 그래도 일정 부분 받아 주는 공부나 열심히 하자! 아니 해 보자! 뭐가 될지 모르니, 이런 생각으로 공부를 하는 건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런 지점이 일정 부분 재능을 찾아가는 하나의 과정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안일하게 공부에만 집중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너도 나도 모두가 하고 있는 공부니까 일단 해야 되고 그 속에서 나름 다른 사람들에게 뒤처지지 않는다 혹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하는 안정감에 취해 안일해진 건 아닌가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쩌면 튀는 행동일 수 있는 공부가 아닌 나만의 재능이 무엇인가 찾는 과정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아마 거의 확실하게 어떠한 형태로든 정을 뚜드려 맞을 것이다. 그게 두려워 역시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일단 공부나 해 보자 하는 건데 결과론적으론 지속적인 악순환의 연속일 뿐이다.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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