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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Dec 28. 2023

학원에 왜 보내는 거야!

1부에서 이어집니다.



 그런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아주 단단하게 동여매는 행동이 바로 학원에 가는 거다. 내가 뭘 잘하는지도 모르고 누구나 다 가는 학교에 가서 정말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고 아니 애초에 관심도 없는 이야기를 듣고 해내야만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와 어쩌면 억압에 의해 엉덩이와 허리가 쑤실 정도로 앉아 있는데 그걸 또 돈을 내고 2차로 다시 가야 하니 얼마나 죽을 맛이겠는가?


 그런 상황에서 어찌 됐든 학생들 스스로가 바라고 그런 학생을 둔 부모들이 간절히 바라는 성적의 향상은 사실 상당히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학생들이나 부모들이 모르는 바는 아닐 거다. 어쩌면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마땅하면서 명확한 방법이 없으니 애써 덮고 학교에 이어 학원에 가는 게 아닌가 한다. 그래서 결국 성적이 안 나오면 근원적인 문제인 내가 혹은 내 아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찾는 어쩌면 피와 살이 터지고 뼈를 깎아 내야 하는 과정은 외면한 채 이 학원 저 학원을 쳇바퀴 돌 듯 도는 것 같다.


 이런 상황 속에도 길은 있다고 일부 부모님들은 극약처방을 통해 난관을 뚫고 나가는 경우도 있다. 나도 들은 이야기다. 그것도 한참 전 일이다. 정말 그랬는지 그렇게 이야기를 만들어 냈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어느 쪽이든 이 나라의 학생과 부모가 그만큼 사교육에 많은 걸 걸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학원 비는 천차만별이다. 지역마다 다르고 과목마다 다르며 학생상황에 따라 다르기도 하다. 역으로 사교육을 제공하는 제공자의 수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여하튼 정말 많은 학생과 부모들이 제공을 받고 또 그에 상응하게 정말 많은 사교육 시장의 교사들이 이른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그 형태와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적인 학원 비를 이야기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지만 대충 거칠게 후려치면 보통 한 과목을 일주일에 2~3번 정도 가서 2시간 내외로 수업을 듣고 오는 경우 30~50만 원 선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다.


 즉, 공부에 대한 재능도 없고 재능 여부를 떠나 공부에 별 관심도 없고 학교에서와 마찬가지로 공부에 대한 재능과 의지가 있는 학생들의 밑밥을 깔아 주는 학생들은 매달 저 엄청난 비용을 그냥 가져다 버리는 거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학원에 가서 나름 공부를 여하튼 하고 있다는 착각이건 오해건 뭐건 간에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고 학원에서 친구들과 교우관계(?)를 보다 돈독히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긍정적인 의미를 위해서 지불하는 금액치곤 조금 과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아니 과하다.)


 그 과하고 과한 학원 비를 학원이 아닌 학생에게 용돈 이외의 소득(?)으로 챙겨주는 거다. 단, 전제조건은 있다. 그 돈을 받기 위해선 학원을 다니는 방법을 제와하고 즉, 학원 비가 추가로 들어가는 방법을 제외하고 무슨 수를 쓰든 성적을 올려 내는 거다. 학원을 가는 궁극적인 이유는 성적향상인데 작금의 상황은 성적이 오르든 그렇지 않든 일단 보내고 보는데 극단적으로 말해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대신 일단 학원 비로 때려 막고 있는데 그러니까 어차피 쓸 돈인데 학생이 무엇이든 스스로의 방법을 통해 성적을 올려 낸다면 기꺼이 줄 수 있는 거 아닌가?


 학생의 입장에서도 잘 사는 집안의 학생들이라면 별 의미가 없겠지만 일반적인 평범한 집안의 학생들이라면 용돈 이외의 소득으로 몇십만 원이 손에 들어온다면 상식적으론 일단 최소한 한 번만큼은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들지 않을까 한다. 물론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 이런 방법이 과연 옳은 방법인가 하는 의구심은 들 것이다. 그렇다면 되묻고 싶다. 지금처럼 묻지 마 식으로 학원을 보내는 상황은 과연 옳은 것인가? 진짜 있는 일인지 그냥 사교육 현장을 바라보는 학생과 부모의 입장에서 들이는 노력과 비용에 비해 성적을 올리는 게 정말 힘들다는 이야기를 우스갯소리로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근원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하지 않는 이상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이라도 써야 겨우 성적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조가 엿 보인다.


 사실 학교 공부라는 게 관점에 따라 사회가 요구하는 적당한 틀에 사람을 맞추는 게 주요 목표라고 볼 수도 있다. 보다 숭고한 목적과 의미가 있겠지만 현실적으론 그렇다. 적당히 말 잘 듣고 적당히 일 잘할 수 있는 그래서 이 사회를 군말 않고 적당히 굴러가게 하는데 필요한 인간을 만들어 내는 거다. 그러니 그런 교육의 결과로 특출 나게 튀는 인간이 다시 말해 주도적인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인간이 나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사회가 요구하고 보여주는 적당한 삶이 주는 안정감이란 껍데기는 너무 매력적이다.


 그래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그 틀에 학생들 스스로 혹은 부모들이 자신들의 아이를 짜 맞추려고 한다. 그리고 그게 잘 안 되면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를 시킨다. 그런데 애초에 맞지 않는 무언가를 짜 맞추려는 과정이다 보니 잘 될 리가 없다. 백번 양보해 여하튼 현실적으로 학교에서의 성적이 필요해 부득이하게 학원을 가야 하는 점을 인정해 준다고 해도 일차적으론 학원에 갈 필요가 없다.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라 진부하지만 학교 수업 잘 듣고 복습과 예습 철저히 하면 된다.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집에서 여러 도구를 활용해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 된다. 무료 강의도 많고 유료 강의도 많다. 무료 강의로 대표되는 게 바로 EBS다. 심지어 EBS는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그 수준이 상당하다. EBS선생님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과목에 따라 소위 대한민국 일타강사분들도 많고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그에 준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무료다! 일부 강의는 유료인 걸로 알고 있지만 기본적으론 무료다. EBS가 아닌 다른 유료 강의라 할지라도 그 금액은 학원이나 과외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 뿐만인가? 만인의 방송국인 유튜브를 찾아보면 얼마든지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물론 학생들과 부모들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 구속력이라고 해야 되나? 이런 부분이 약하니 별 수 없이 학원을 보낸다고 한다. 그리고 여하튼 학원을 보내거나 과외를 하게 되면 일대다나 일대일의 형태로 선생님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으니 보다 학생 상황에 맞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기대를 갖고 보내는 건 인정한다. 그런데 그런 모든 부분을 감안해도 일주일이란 시간을 놓고 보면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에 비해 짧을 수밖에 없다.(짐 싸들고 들어가 공부하는 기숙학원도 있지만 학교를 다니는 학기에 갈 수 있는 일반적인 형태의 학원은 아니니 제외하고 이야기하겠다.)


 다시 말해 집에서 학습적인 습관이나 의지 등이 잡히지 않는다면 학원에 보내 봐야 도로아미타불일 뿐이다. 물론 그런 부분까지 학원에 보내면서 잡히길 원하는 건 알고 있다. 더 나아가 아예 그런 부분을 잡아주겠다는 학원도 여럿 있다. 그런데 말입니다. 15년 전후를 살아오면서 오전과 오후 대부분의 시간을 다른 곳도 아닌 공부를 목적으로 모인 학교에 가면서도 잡히지 않은 학습적인 습관과 의지 등이 몇십만 원 더 낸다고 잡히길 바라는 게 오히려 욕심이 아닐까요?


 물론 안 그래도 해야 될 것도 많고 챙길 것도 많은 부모에게 그런 부분까지 신경 쓰라고 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부모가 못 하는 부분이니 돈을 내고 교육서비스를 받는 것도 맞다. 다만 학생 스스로의 미래 그리고 내 아이의 미래를 안정적이면서 그럴듯해 보이는 시스템 속에 맡기려는 안일한 생각과 행동이 너무 강한 거 아닌가 싶다. 나도 딸아이를 가진 부모고 아직은 그 아이가 이 무시무시한 교육현장에 들어서기 전이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하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니까 더더욱 이런 이야기를 나 스스로도 나중에 소용돌이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떠들고 다짐해야 한다.


 이렇게 진부하고 뻔한 해결방법이랄 것도 없는 어떤 관점 정도의 전환이 아니라면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긴 상당히 힘들다. 아니면 지극히 극단적인 그래서 거의 독약에 가까운 극약처방을 해야 그나마 겨우 어떠한 형태로든 학생 혹은 성적의 변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극약이 주는 한계는 분명하기 때문에 역시 마땅한 해결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굳이 해결책을 찾자면 학생과 부모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그 방법과 목표 혹은 목적이 뭐든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함께.


https://groro.co.kr/story/7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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