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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Dec 24. 2023

3. 카페 차리기

 괜찮은 카페가 정말 많다. 1990년대 후반 그리고 2천 년 초반부터 프랜차이즈를 위시한 커피 전문점 그러니까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한 카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커피를 파는 곳은 있었지만 커피를 전문적으로 추출해 판다기보다는 많은 음료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물론 현재의 일반적인 카페도 정말 많은 음료를 팔고 있지만 지금은 누가 뭐라고 해도 커피가 그것도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하는 커피가 메인이다.



 그런 태동기를 거쳐 전국적으로 커피 전문점이 그야말로 우후죽순 혹은 빅뱅처럼 생겨나기 시작한 시기는 2007년 전후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그 해 방영된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영향이 아주 컸다고 생각한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 드라마 방영 이전엔 ‘바리스타’라고 하는 직업명도 없었을 것이다. 혹여 있었더라도 일반적으로 흔히 장래희망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그런 직업명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부분을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나름 증명할 수 있는 있는데 군대를 전역하고 대학교 2학년 복학을 앞둔 시점인 2002년 겨울부터 4학년 겨울방학을 앞두고 취업이 되는 순간인 2005년 겨울까지 대학교 앞에 있는 카페에서 당시엔 흔치 않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해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다양한 커피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알바였지만 내가 하는 일이 바리스타의 일인지 몰랐다.



 기억이란 게 정확할 순 없지만 여하튼 내 기억에 의하면 1학년을 제외한 대학교 재학 기간 내내 카페에서 알바를 했음에도 바리스타라는 직업명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정확하게 그 이후 졸업을 하고 첫 직장을 때려치우고 두 번째 직장에서 일을 하던 2007년 여름 즈음 커피프린스 1호점이란 드라마가 방영을 했고 앞에도 말한 것처럼 그 이후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커피를 파는 커피전문점이 생긴 것은 물론이거니와 바리스타라는 직업명이 일반화 됐다. 심지어 나는 드라마가 방영되던 당시엔 보지도 않았다.



 이후에 일을 하다 영 마음에 차지 않아 다른 일을 해 볼까, 공부를 다시 할까, 공무원을 해 볼까 등등등... 오만 고민을 하다 대학교 시절 알바로 오래 하기도 했고 재미도 있었던, 나중에 업으로 삼아보자 하고 마음만 먹고 실천을 하지 못한 커피 일이 생각나 뒤늦게 30대 초반에 다시 커피 일을 시작했다. 그때 커피 공부를 하는 과정 속에 혹여 뭐라도 배울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어 커피프린스 1호점을 봤다. 개뿔 커피 이야기는 사실 껍데기일 뿐이고 공유와 윤은혜의 사랑 이야기뿐이었다. 드라마에 많은 걸 바랐던 내 잘못이긴 한데 뭐 여하튼 또 재미는 있었다. 그때 커피 책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 카페에서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비로소 바리스타라는 직업명을 있는 그대로 일반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거 같다.



 한동안 카페에서 소위 매니저급으로 일을 했다. 외곽의 조금 한갓진 곳의 카페다 보니 나이도 조금 있고 남자에 자차를 가지고 있으면 참 좋겠다 해서 조금은 특이하게 나를 사장님이 뽑아 주셔서 커피 공부와 커피 추출 연습 등을 많이 하면서 일을 했다.(일반적인 카페는 30대를 웬만해선 뽑지 않는다.)



 그렇게 바리스타로 걱정 없이 즐겁게 커피를 배우면서 만들어 파는 나날을 보냈다. 이러저러한 상황에 의해 다른 카페로 옮겨 가게 됐고 옮겨 간 카페에선 여러 부침이 있었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보다 자세히 소개를 했으니 혹여 기회가 되면 찾아 봐 주면 고마울 것 같다. 여하튼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건 참 좋았는데 돈도 안 되고 그렇다고 카페를 차릴 돈도 용기도 없이 계속해서 커피 일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던 중 그래! 내 원래 꿈이 선생인데, 커피를 가르쳐 보자! 이렇게 생각이 흐르면서 커피 학원에서 강사로 일을 하게 됐다. 커피 학원에 찾아오는 수강생을 가르치면서 학원이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프랜차이즈가 있었는데 오픈하면 사장님들 교육도 하고 추후에 관리도 하는 업무를 맡게 됐다.



 참 재미있었고 이렇게 커피로 끝을 보나 싶었는데 역시 세상일은 그리 녹록지 않고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도 참 많아 결국 정리하고 지금 아이들을 9년째 가르치고 있다. 거의 10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구석에 카페는 아직 운영 중이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오늘내일하고 있긴 하지만 언제든지 새롭게 단장을 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어 섣불리 마음속에 있는 카페를 재단장해 열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정말 언젠가는 분명히 열 것이다.



 가족들과 카페를 가면 인테리어 사진을 찍고 색다른 메뉴를 보게 되면 유심히 살펴보며 어떻게 만들었나 뜯어보기도 한다. 더 나아가 나중에 내가 만약 카페를 한다면 어떤 컨셉과 메뉴로 시작을 해 볼까 하는 생각도 종종 한다. 20대 때의 기나긴 알바의 경험과 30대 초중반을 관통하는 바리스타로서의 경험 중에 괜찮은 것들도 담아 두고 있다. 그때 만들었던 메뉴들의 레시피 북도 아직 갖고 있다. 물론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그때 가면 지금 가지고 있는 레시피 북이 하등 쓸모없을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마시는 음료의 근본은 어딜 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작하기에 좋은 소스가 될 수 있어 보관하고 있다. 사실 그것보다는 내가 언젠가는 카페를 차릴 것이다 하는 어떤 의지를 눈에 보이는 증거로서 간직하는 의미가 더 정확하다.



 카페 이름도 생각해 보고 에스프레소 머신이 기본이 되어야 하지만 머신 없이 핸드드립 바 같은 걸 생각해 보기도 하고 핸드드립으로 추출한 커피를 테이크아웃 해 주려면 어떤 것들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지도 고민해 보기도 한다. 디저트는 어떤 것들을 어느 정도 선까지 준비하는 게 좋을지 등도 고민하고 할 수 있다면 내가 다 하면 좋은데 아내가 제과제빵을 조금 하니 아내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괜찮을 것 같고... 핑계라면 핑계고 변명이라면 변명이지만 지금 당장은 여러 이유로 할 수 없는 꿈같은 카페를 잊을 만하면 한 번, 두 번 생각해 본다.


https://groro.co.kr/story/7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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