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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Dec 20. 2023

웅장이 가슴해지는

https://groro.co.kr/story/7231



 전에 다른 글에 한 번 쓴 적이 있는데 초등학교 시절에 축구부로 활동했다. 포지션은 센터백과 골키퍼를 맡았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대표 센터백은 김민재 선수인데 내가 계속 축구를 했다면 김민재의 직속 선배가 됐을 수도 있다. 아, 물론 당연히 축구를 계속해서 국가대표 급의 선수가 됐을 때라는 전제가 깔리긴 한다.


 그런데 아마 축구를 계속했어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을 거다. 모르긴 몰라도 공부를 해서 서울대에 가는 것보다 축구를 해서 국가대표가 되는 게 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난 공부를 했는데 서울대를 못 갔으니 축구를 계속했어도 아마 국가대표가 되진 못 했을 것이다. 상대적인 거라 또 모를 일이지만 여하튼 뭐 지금은 축구 선수가 아니니까 이런 실없는 소리도 해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지난 글의 제목은 ‘손흥민이 내 후밴데’라고 아주 자극적으로 짓기도 했다. 그만큼 한때나마 몸을 담았던 축구계(?)에 애정과 관심이 크다는 소리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뒤에 오는 세대가 앞 세대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보다 경쟁력이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앞 세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단점을 보완하고 개선한 성과를 뒤의 세대가 받아들이고 발전시키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을 십분 감안해도 지금 우리나라의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의 수준과 실력은 그야말로 역대 급이다.


 프랑스 리그 1위 팀의 주요 선수인 이강인, 독일 리그 2위 팀의 주전 수비수인 김민재, 영국 리그 13위 팀의 주전 공격수인 황희찬 그리고 역시 영국 리그 5위 팀의 주장이면서 주전 공격수인 손흥민 까지 그야말로 세계 탑 리그의 수위권 팀에 정말 많은 우리 선수들이 진출해 있다. 그중에서 주요 선수만 나열했음에도 4명이나 된다.


 이 외에도 영국, 독일, 스코틀랜드, 덴마크, 사우디 등 많은 나라의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 선수들이 더 있다. 마음먹고 소위 해외파로 불리는 이들로만 국가대표를 구성할 수도 있을 정도다. 물론 개 중엔 우리 K리그보다 수준이 다소 떨어지거나 비등한 리그도 있지만 그만큼 많은 선수들이 이전에 비해 다양한 국가의 리그에 진출해 있다는 이야기다.


 이 중에 현재 최고는 누가 뭐라고 해도 손흥민이다. 물론 손흥민의 나이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인 시장가치는 아마 김민재가 더 높을 것이고 조만간 이강인이 따라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손흥민이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손흥민은 한국에서 축구를 시작해 중학교 졸업 이후 고등학교 재학 중 정부 혹은 축구협회의 유소년 축구선수 지원책 등에 힘입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아버님과 함께 모든 걸 걸고 독일로 넘어간 걸로 알고 있다. 독일 리그의 함부르크 유스로 시작해 해당 팀의 성인 팀으로 데뷔해 실력을 인정받아 역시 독일 리그의 레버쿠젠(차범근 선수가 활약했던 팀이기도 하다.)으로 이적했다. 이후보다 큰 리그이면서 축구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이 아주 쎈 그야말로 세계 최고인 영국 리그의 토트넘으로 2015년에 이적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꾸준하면서 지속적으로 수준급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독일의 바이에른에서 김민재와 함께 뛰고 있는 케인과 작년까지 영혼의 단짝으로 영국 리그 듀오 기록을 세우기도 했고 해당 리그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정말 많은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여러 가지 부문에 있어 아시아 최초는 거의 다 갈아 치우고 있는 그야말로 ‘리빙 레전드’다.


 정말 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 기억에 남는 건 토트넘 선수들 중에 최초로 홈경기에서 50골, 원정 경기에서 50골, 어시스트 50개를 달성한 선수이기도 하고 영국 리그 역사상 8 시즌 연속 두 자리 득점을 한 7명의 선수 중에 한 명이기도한데 손흥민 보다 먼저 8 시즌 연속 두 자리 득점을 한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말 그대로 ‘월드클래스’급 선수들만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국 리그는 세계 최고의 리그다. 다시 말해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축구선수들이 다 모인 리그다. 그 리그에서 한 시즌만 두 자리 득점을 해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8 시즌, 그것도 연속이라니 이건 뭐 손흥민 아버님은 절대 아니라고 하지만 월드클래스들만 만들어 낼 수 있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손흥민은 지금 현재 영국 리그 5위 팀의 주장이다. 이거 상당히 대단한 거다. 축구계에선 아직 변방이라 할 수 있는 아시아 선수에게, 잊을 만하면 툭툭 아직도 인종차별을 일삼는 대상인 아시아 선수에게 다른 리그도 아닌 영국 리그에서 주장을 맡긴다는 건 인정을 해도 보통 인정을 하는 게 아니라는 소리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고 실질적으로 이를 입증하는 증거로 손흥민의 연봉을 들 수 있는데 지금 현재 손흥민의 연봉은 토트넘 내 1위인가 2위인가 그렇다. 주급이 3억이 넘는 선수다. 연봉으로 치면 150억에 육박한다. 더욱이 최근 주장을 맡은 이래로 팀을 잘 이끌고 있어 더 높은 연봉을 통해 손흥민을 잡으려 한다는 기사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런 기사들 중에 일부는 연봉을 250억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지난해까지 토트넘의 최고 선수이면서 부동의 영국 국가대표 선수인 헤리 케인이 주장으로 팀을 이끌 때보다 더 쫀쫀하게 팀을 잘 이끌어 나가고 있다는 평을 여기저기에서 듣고 있기도 하다. 우승이 고팠던 케인이 팀을 떠날 때 손흥민만 남은 토트넘의 미래는 사실 상당히 불안했다. 토트넘은 최근 몇 년간 지난해 성적이 가장 안 좋았는데 그런 와중에 케인까지 떠나버렸으니 손흥민 혼자 뭘 할 수 있겠나 하는 주변의 의구심이 시즌 초엔 상당했다.


 그럼에도 새로 부임한 감독이 강단 있게 손흥민을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하고 모두의 예상을 깨고 처음 10경기를 치를 때까지는 리그 1위를 달렸다. 물론 지금은 부상선수도 많이 나오고 여러 변수로 인해 5위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지금 현재 성적만으로도 지난 해 보단 낫다고 할 수 있다. 케인도 없는데 아시아 선수가 주장인 팀이 말이다.


 시즌이 끝나고 6위 안에 들면 유로파 리그, 4위 안에 들면 챔피언스 리그에 출전할 수 있다. 즉, 현실적으로 이번 시즌을 6위 안으로만 마무리 짓는다고 해도 손흥민은 손흥민대로 팀은 팀대로 성공적인 시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앞으로 남은 경기가 많아 어떻게 전개가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현재로선 그렇다. 그런 손흥민이 지지난 경기에 죽어라 뛰는 모습을, 그것도 그냥 뛰는 모습이 아닌 팀을 시종일관 조율하는 주장으로서의 모습을 편집해 놓은 유튜브 영상이 하나 있다. 그 영상을 보고 있으면 제목 그대로 웅장이 가슴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야~ 우리 대한민국 선수가, 아시아 선수가! 다른 곳도 아닌 세계 최고의 리그, 축구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이 어마무시한 나라의 리그에서 수위권의 팀을 주장으로서 조율하고 있다니...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별 감흥이 없겠지만 축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거짓말 조금 보태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축구만큼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운동 종목도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UN가입국보다 FIFA가입국이 더 많다고 하지 않는가? 정말 많은 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축구. 없는 나라 사람들이나 있는 나라 사람들이나 누구나 쉽게 공 하나만 있으면, 설령 공이 없어도 발로 대충 찰 수 있는 뭉치 하나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축구. 오히려 없는 나라 사람들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11대 11로 한 번 붙어볼 수 있는 축구.


 그래서인지 민족주의적인 성향이 가장 많이 녹아 있어 전쟁을 일으키기도 혹은 진행 중인 전쟁을 잠시 휴전할 수 있게도 만들었던 그런 축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를 넘어 아시아 전체를 대표하는 ‘아시아의 빛’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그런 손흥민이 이제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선수생활을 건강하게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주장이 된 올해 나만의 마음속의 어워드 수상자로 지명하는 바다.


 ‘흥민이 형, 나보다 13살 어리지만 그냥 형이라고 부를래. 성공하면 형이지 뭐, 다른 게 형인가? 사회에서! 성공도 정도껏 해야 동생이라고 한 번 불러 보지. 이건 뭐, 그냥 흥민이 형이 형 해. 최근에 아디다스 광고 계약 다시 연장해서 2028년까지 한다면서? 현역인 선수가 한 브랜드와 20년을 장기계약 하는 건 메시나 호날두 같은 선수나 가능하다는데... 형 2만 원만, 치킨 한 마리 사 먹게.’


5G 연속 역전당하고 왼쪽 윙어로 돌아간 손흥민의 반응 (Ft. 미키 반더벤 리액션)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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