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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의 내용으로 열 꼭지 조금 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브런치에 브런치 북으로 발행을 하기도 했다. 그로로에 역시 같은 글을 그대로 올려 두었다. ‘실패는 성공했다.’ 말 그대로다. 40년이 넘는 삶을 돌아보니 얼마만큼의 성공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고 실패만큼은 확실하게 몇 건을 한 걸 확인할 수 있었고 나름 기록해 보고 싶었다.
기록 의도는 그런 거다. 우리는 늘 언제나 항상 성공만 부르짖는다. 나 역시 그렇다. 그래서 보통의 사람들은 웬만하면 실패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한다. 이미 지나간 일 이야기해 봐야 뭐 바뀌는 것도 없고 마음만 아프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성공한 일은 역시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나름 영광스러운 그리고 일정 부분 뿌듯함도 주는 과거이기에 돌이켜 보는 맛이 꽤 있다. 물론 그 돌이켜 보는 뽕맛에 과하게 빠지는 것도 문제긴 한데, 실패한 일을 돌이키며 머리를 감싸고 이불을 차는 것보단 낫다.
우리 삶은 분명히 여러 성공과 실패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무수히 많은 실패 속에 성공이 가끔 드리울 뿐이다. 가뭄에 콩 나듯,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열 번의 시도 중에 여덟아홉 번은 실패하고 개중에 한 두어 번을 겨우 성공할 뿐인데 그 성공이 삶의 전부인양 행동한다. 어쩌면 그 한 두어 번의 성공을 이루기 위해 여덟아홉 번의 실패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한 두어 번의 성공이 중요한 건지 여덟아홉 번의 실패가 중요한 건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표현 중에 하나인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에 비춰 보면 한 두어 번의 성공보다 여덟아홉 번의 실패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중요한 실패는 늘 언제나 항상 삶 속에서 없었던 것처럼 치부되기 일쑤다.
그래서 뭐 그런 실패를 긍정적으로 어쩌고 저쩌고 이런 뉘앙스는 아니고 그냥 있는 그대로 내 삶을 이루는 일부로 받아들이자 이런 이야기다. 그런 실패가 있건 없건 간에 난 지금 존재하지 않는가? 지금 나의 존재 자체가 만족스럽건 그렇지 못하건 간에 여하튼 난 존재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런 실패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부족하고 부족한 나란 존재를 바꾸어 나가는 데 있어 조금 도움은 되지 않을까? 아니면 말고! 뭐 이런 마음으로 성공한 실패들을 돌아봤다.
원래 계획은 유년시절부터 20대 초입 까지를 1부 그리고 20대부터 지금 까지를 2부로 구성해 글을 쓰려했다. 하지만 2년 정도 전에 1부를 끝낸 이후로 귀찮아서 2부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성공한 실패를 주제로 글을 쓰겠다는 계획조차 결국 지금 이 시점에선 실패다. 멋지지 않은가? 스스로가 스스로의 글에서 밝힌 내용을 증명하는 모습이.
남은 삶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살아온 만큼은 더 살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바탕으로(내가 유일하게 진심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점이 살아온 날만큼 아니 그보다 조금은 더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바다.) 예상해 보건대 앞으로도 어마무시한 실수와 실패를 할 것이다. 최근에만 해도 이사 오면서 인덕션을 처음 쓰게 됐는데 스테인리스 재질의 냄비를 잘못 쓰다 냄비 바닥도 태우고 새로 산 인덕션 표면도 누렇게 눌게 만들어 상당히 짜증이 났었다. 다행히 전용 세제로 지워지는 신기한 경험을 통해 가슴을 쓸어내리긴 했다.
이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대출을 하면서 이사를 하면서 인테리어를 하면서 정말 많은 선택 속에 실수와 실패를 많이 하면서 멘탈이 깨져 나갔는데 그럼에도 얼레벌레 수습하고 이사 온 집에서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면 실패는 결국 삶을 이뤄 가는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실패를 딛고 일어서면 성공까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별스럽지 않게 굴러가는 삶을 확인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미루고 미룬 ‘실패는 성공했다.’ 2부는 언제쯤 쓸까 아니 정확히는 언제까지 미룰까를 고민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실패를 한다고 해서 괜찮은 건 아닌데 뭐 어쩌겠어? 부족한 놈이 살아가는 게 그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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