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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May 04. 2024

라라랜드

https://groro.co.kr/story/9813



 영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글쓰기 이야기다. 같이 글을 쓰는 사람들의 모임 이름이 ‘라라크루’다. 그래서 라라랜드라는 제목을 썼다. 라라크루라는 모임의 ‘라라’는 일상 속에서 밝고 가벼운 이야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보자, 뭐 대충 이런 뜻이다. 크루야 뭐 우리말은 아니지만 다들 아는 뜻일 테고...


 여하튼 지금의 라라를 2년 전 5월에 처음 만난 거 같다. 한참 혼자 글을 쓰다 소위 글럼프 혹은 글태기에 빠져 있던 시기에 정말 우연하게 만났다. 만나기 전 글럼프에 빠지기 전 웃기지도 않게 100일 정도 매일 글을 써서 업로드를 하기도 했었다. 그런 나만의 프로젝트 이후에 글럼프에 빠진 이유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3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매일 글을 써 올려도 글쓰기의 실력이나 삶의 큰 변화를 느낄 수 없어 이거 뭐가 되긴 되겠나? 안 되겠지! 하는 마음 반과 귀찮은 마음 반으로 글을 안 쓰고 있었다.


 이거 이러다 글을 진짜 이제 그만 쓰겠다 싶을 때 라라크루를 만났다. 이전에도 글쓰기 모임을 홍보하거나 인원을 모집하는 글을 많이 봐 왔는데 딱히 관심은 없었다. 그냥 쓰면 되지 뭐 굳이 모임까지... 이랬는데 상황이 상황이라 그랬는지 아니면 뭐에 홀렸는지 모르겠지만 할 것 같지 않았던 글쓰기 모임을 참여하게 됐다.


 한 번의 기수에 3개월 정도 활동하는 건데 특별한 건 없었다. 그저 서로 약속을 통해 일주일에 두 꼭지 정도의 글을 써서 공유하는 게 전부였다. 어렵진 않았다. 100일간 매일도 썼는데 일주일에 두 꼭지 정도야... 이랬고 실제로 한 번도 밀린 적이 없었다. 그렇게 한 기수에 3개월 정도 진행한 모임을 지금 현재 7기까지 이어오고 있다. 21개월, 중간에 한 두어 달 텀이 있던 경우도 있고 해서 거의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참여한 모임이다.


 요즘 들어 정말 글이 쓰기 싫고 이렇다 할 소재나 주제도 못 잡아 처음보다 늦게 글을 써 공유하긴 하지만 일주일에 두 꼭지의 글을 공유하는 걸 빠트린 적은 없다. 그렇게 하자하고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규칙이긴 했지만 크루를 이끄는 대장님이 그렇게 빡빡한 양반이 아니라 잘 쓰면 좋고 못 쓰면 천천히 쓰세요 했음에도 밀린 적은 없다. 요즘 격한 표현 중에 하나인 누가 칼 들고 협박한 것도 아닌데 모임이 좋았던 건지 모임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았던 건지 그저 글을 쓰고자 했던 첫 마음의 마지노선 같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아직 쓰고 있다.


 앞으로도 대장님이 나가라고 하지 않는 이상 계속 함께 할 예정이다. 중간중간 모임을 이끄는 사람답게 이러저러 단발성 이벤트도 잘 진행해 주시는 데 귀찮아서 제대로 참여해 본 적도 없지만 가장 기본 규칙인 일주일에 두 꼭지의 글은 빠진 적이 없어 최소한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 않고 있다고 그래도 되지 않냐고 항변 아닌 항변을 하고 있다. 아 물론 대장님이 뭐라고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괜히 혼자 미안해서...


 4년 전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 포부는 상당히 당당했다. 일정 기간 동안 적당히 글을 쓰면 책을 내고 재수가 좋으면 베스트셀러도 되겠다 싶었다. 가당치도 않은 생각이란 걸 다행히 빠른 시일 내에 깨우쳤다. 그리곤 혹여 좋은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그날을 위해 열심히 연습이나 하자 하면서 다양한 주제(그냥 아무 주제)의 글을 열심히 썼다.


 앞에도 쓰긴 했지만 딱히 좋아하지 않는 표현인 글럼프도 와 봤고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면서 어!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어쩌면 뭐가 될 수도 있겠다 하면서 혹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무언가 이뤄 내려면 스스로의 타고난 재능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러니하게 요즘 들어 글쓰기가 조금은 시큰둥해지기도 한 거 같다.


 이렇다 할 재능이 없으니 백날 연습해 봐야 거기서 거기인 글, 일기보다는 조금 더 나은(글쎄...) 글 정도를 쓰는 건데 이게 연습을 해서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강렬하게 들기 시작했다. 너무 극과 극이지만 소설 같은 걸 보면 이야~ 저런 글을 사람이 쓸 수 있는 건가? 저 길고 긴 글을 사람이 지어낼 수 있는 건가? 그 많은 등장인물들과 사건을 헷갈리지 않고 어떻게 연결해 가는 거지... 처음 설정을 유지할 수 있기는 있는 건가? 등등등.


 이제 일기를 조금 벗어나는 글 정도나 쓰는 놈이 비교 대상을 너무 높게 잡은 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이게 또 돈이 많이 되고 나름 인정을 받는 글이라는 게 창작물이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그 비교대상이 높긴 하지만 소설 같은 창작물을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세상을 살아 보니 이 놈의 세상이란 건 세상에 없던 걸 많은 사람들이 공감대를 형성해 주면 그게 바로 돈이 되는 건데, 그 이 세상에 없던 걸 만들어 낼 재주가 참 없다 보니 열심히 연습해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글쓰기가 점점 뜸해지는 거 같다.


 물론 최근에 이사를 하고 이러저러 문제들이 생겨 수습하느라 정신도 없고 바쁘기도 했지만 여하튼 그건 어찌 보면 부차적인 요소고 내가 과연 4년 전에 글을 써서 먹고살고 싶다는 생각을 이뤄낼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이 가면 갈수록 강렬하게 드는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글은 써서 그저 삶의 기록이라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 희미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런 생각은 더 강화되는 거 같다.


 이게 글이란 걸 써서 뭐가 될지 어떨지 모르겠는데 기록을 남기면 그건 또 나름 나중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아니 의미는 됐고 그냥 나중에 다시 읽어 보면서 피식피식 웃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쓰는 거 같다. 그래서 난 더더욱 라라크루와 함께 해야 한다. 이 모임이 없다면 이 모임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아마 내일 당장 아니 지금 당장 글을 쓰지 않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 살면서 해 보고 싶다는 여러 가지 바람 중에 가장 오래 불고 있는 바람이 아마도 글쓰기가 아닌가 싶다. 그 바람이 현실적인 돈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지만(애초에 있지도 않았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착각을 한) 삶의 흔적과 무늬를 남기는 기록으로서의 바람은 생각보다 오래 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휘~이~잉~ 불어라! 시원하게... 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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