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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한창이다. 비가 많이 온다. 장마답다. 걱정도 된다. 수해를 입는 곳이 없어야 하는데... 온 세상이 젖어 있다. 하늘도 공기도 땅도. 식집사로서 매일 물을 줄 필요가 없을 정도다. 오늘 비가 안 오니 물을 줄까 하다가도 어제까지 온 비로 인해 땅이 충분히 젖어 있는 걸 확인하고 그냥 넘긴다. 다음 날이면 여지없이 비가 또 온다. 어제 물을 안 주길 잘했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장마 때는 이렇게 보내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쭉정이가 된, 다시 심은 적환무는 잎이 죄다 뜯기긴 했지만 억척스럽고 건강한 모습으로 잘 자라고 있다. 땅 속의 뿌리가 어떨지 궁금해 뽑아 보고 싶기도 한데 왠지 처음에 확인했던 쭉정이로서의 모습이 그대로일 거 같아 두려워 그냥 지켜보고 있다.
수박은 잘 자라고 있다. 쌍떡잎을 넘어 본 잎에 이어 여러 잎들이 나온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비가 많이 와서 몇몇 땅으로 누운 녀석들도 있었는데 잘 일으켜 세워 줬다. 조금 더 자라 덩굴을 이루면 어떻게 자리를 잡을지 그 모습이 기대가 되기도 하고 심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공간이 넓지 않아 덩굴끼리 이리저리 꼬일 텐데... 아직 오지 않은 미래니 뒤에 가서 닥치면 그때 수습하기로 하고 넘긴다.
기억에 의하면 4월 정도에 아이 유치원에서 받은 바질은 잘 키워 뜯어먹고 있다. 옥상에 두고 키웠는데 얼마 전 바람이 한참 부는 날 일을 마치고 들어와 보니 바람을 못 이겨 화분 채 넘어져 있었다. 잎들도 히마리가 없어 보여 어허~ 끝났나 싶었는데 잘 보듬어 안으로 들여 물 좀 주고 간접적으로나마 햇빛을 볼 수 있게 해 주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파릇파릇 다시 잘 살아났다. 그런 바질이 오늘 보니 하얀 꽃을 피웠다. 직접 본 적도 없지만 순간 나도 모르게 메밀꽃이 생각났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드라마화한 작품의 한 장면이 스쳐 갔다.
바질 꽃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