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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ro, 바질 꽃

by 이야기하는 늑대

https://groro.co.kr/story/10952



장마가 한창이다. 비가 많이 온다. 장마답다. 걱정도 된다. 수해를 입는 곳이 없어야 하는데... 온 세상이 젖어 있다. 하늘도 공기도 땅도. 식집사로서 매일 물을 줄 필요가 없을 정도다. 오늘 비가 안 오니 물을 줄까 하다가도 어제까지 온 비로 인해 땅이 충분히 젖어 있는 걸 확인하고 그냥 넘긴다. 다음 날이면 여지없이 비가 또 온다. 어제 물을 안 주길 잘했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장마 때는 이렇게 보내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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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정이가 된, 다시 심은 적환무는 잎이 죄다 뜯기긴 했지만 억척스럽고 건강한 모습으로 잘 자라고 있다. 땅 속의 뿌리가 어떨지 궁금해 뽑아 보고 싶기도 한데 왠지 처음에 확인했던 쭉정이로서의 모습이 그대로일 거 같아 두려워 그냥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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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은 잘 자라고 있다. 쌍떡잎을 넘어 본 잎에 이어 여러 잎들이 나온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비가 많이 와서 몇몇 땅으로 누운 녀석들도 있었는데 잘 일으켜 세워 줬다. 조금 더 자라 덩굴을 이루면 어떻게 자리를 잡을지 그 모습이 기대가 되기도 하고 심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공간이 넓지 않아 덩굴끼리 이리저리 꼬일 텐데... 아직 오지 않은 미래니 뒤에 가서 닥치면 그때 수습하기로 하고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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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의하면 4월 정도에 아이 유치원에서 받은 바질은 잘 키워 뜯어먹고 있다. 옥상에 두고 키웠는데 얼마 전 바람이 한참 부는 날 일을 마치고 들어와 보니 바람을 못 이겨 화분 채 넘어져 있었다. 잎들도 히마리가 없어 보여 어허~ 끝났나 싶었는데 잘 보듬어 안으로 들여 물 좀 주고 간접적으로나마 햇빛을 볼 수 있게 해 주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파릇파릇 다시 잘 살아났다. 그런 바질이 오늘 보니 하얀 꽃을 피웠다. 직접 본 적도 없지만 순간 나도 모르게 메밀꽃이 생각났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드라마화한 작품의 한 장면이 스쳐 갔다.



바질 꽃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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