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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다.
조용하다.
새벽의 이런 조용함 아니 고요함이 좋다.
모든 사람과 생물이 다 잠들어 있는 시간.
아직 깨어 있는 사람과 생물도 있겠지만 보통은 다 잠들어 있는 시간.
그 시간의 고요함이 좋다.
고요해서 아무도 없는 거 같아 불안하고 두려울 수도 있지만
분명히 모두 다 있는 모두 다 잠들어 있는 사실을 알기에
두렵지가 않다.
혼자가 아닌데 혼자인 거 같은
혼자인데 혼자가 아닌 거 같은 묘한 안정감과 쾌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새벽이 좋다.
혼자만의 그 어떤 상상 속에 빠져들어도
누구 하나 뭐라는 사람도 없고 그 어떤 민망함이나 죄책감도 없다.
이런 시간에 분명하게 깨어 있는 존재가 하나 있다.
아직은 추위를 버틸만한 베란다에 숨 쉬고 있는 몬스테라다.
사실 깨어 있는지 어떤지 의식할 수는 없다.
그저 식물이니까 식물도 생물이니까 살아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하지만 어느 날 아침에 문득 돌아봤을 때
이전에 없던 펼쳐지려고 애를 쓰는 잎을 보고 깨닫는다.
살아 있구나. 깨어 있구나.
고요한 새벽이 외롭거나 두렵지 않았던 내 마음에
너도 한몫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