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숙제
https://groro.co.kr/story/13751
밀린 숙제 시작이다.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다.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모임이다. 함께 한 지 30개월이 넘은 거 같다. 3개월을 한 기수로 삼아 진행했는데 1기부터 10기까지 했으니 최소 30개월이고 하나의 기수가 끝나고 다음 기수로 넘어갈 때 한 두 주 정도 텀이 있는 경우가 있어 거의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함께 글을 써 왔다.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10기가 끝나고 조만간 11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11기가 끝나면 아마도 확실히 3년을 넘을 것 같다. 이런 모임을 지금까지 이어 온 주최 측(?)도 대단하고 나름 잘 따라온 나도 대단한 거 같다.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글을 썼다. 최소한의 원칙은 그래도 글을 쓰자고 모인 거니 못해도 일주일에 두 편의 글은 써서 공유하는 거였다. 처음엔 함께 한 계기 자체가 글을 쓰기 시작하고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다 글럼프에 빠져들 즈음 다시 한번 강제적으로라도 글을 쓸 수 있는 동력을 찾고자 한 것이기에 열심히 썼다. 사실 글럼프에 빠졌다고는 하나 일주일에 두 편 정도의 글을 쓰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아! 오해하면 안 되는 건 두 편의 글을 쓰는 게 어렵지 않다고 한 거지 잘 쓴다고 하진 않았다.
그렇게 1기부터 시작해 지난 9기까지 최소한의 목표인 일주일에 두 편 쓰기는 매 기수마다 달성했다. 중간에 합평회라는 것도 세 번 정도 참여했다. 동일한 행위를 통해 세상을 함께 보고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과정은 뭐랄까 그냥 단순하게 좋다 이런 표현을 넘어 참 따뜻함을 느꼈다 정도까지는 표현을 해야 할 거 같다.
그런데 이번 기수는 최소한의 목표인 일주일에 두 편 쓰기를 실패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번 주가 12주 차로 마지막인데 10주 차부터 밀려 있다. 즉, 지금 쓰는 글이 10주 차 첫 번째 글이다. 사실 이걸 밀린다고 주최 측이 모임에서 나가라고 하진 않는다. 일주일에 두 편 쓰기는 최소한의 원칙으로 다소 밀리더라도 일단 지속적으로 쓰기만 하면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엔 크게 위배되지 않는다는 아주 유연한 입장을 취해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함께 해 온 시간이 있고 또한 9기까지 목표를 달성한 스스로를 생각해서 밀리긴 했지만 자발적으로(밀린 숙제 하는 놈이 쓸 표현은 아닌 거 같은데...) 기한 내에 쓰기로 했고 기특하게도 그 첫 번째 밀린 숙제를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쓰는 글이 사실 죄다 글쓰기 싫다는 주제인데 그런 상황이 영향을 준 것도 있다. 다만 위기는 또 기회라고 이번 위기를 디딤돌 삼아 다시 한번 글쓰기의 동력으로 삼아보려 한다.(아... 너무 교과서 같은 표현 오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