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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코스

9주 차

by 이야기하는 늑대

9주 차 교육과 함께 수료식이 진행됐다. 2개월 여 간의 교육이 마무리 됐다. 일주일에 한 번 받는 교육이었지만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와 개인적인 삶 등을 고려하면 일주일에 한 번이 그리 녹록한 건 아니고 실제로도 그랬다. 나름 교육받는 걸 좋아하고 설령 살고 있는 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교육을 진행해도 나다니는 걸 즐기는 성향이라 의례히 괜찮을 줄 알았는데 간만에 받아서 그런지 영 피곤했다.



오히려 두 달 전 첫 교육일에는 그렇게 피곤하지 않았다.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해야 되나? 다른 지역에서 하는 교육이니 평소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전날 보다 일찍 자야 했다. 그렇게 생기진 않았지만 은근히 성실한 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늦지 않게 교육에 참여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교육 주차가 진행될수록 아침에 준비하는 시간과 교육 장소까지 가는 시간이 조금씩 단축되고 익숙해지면서 전날 일찍 자던 모습은 점점 사라져 갔다. 그리고 남은 건 피곤한 평소의 내 모습이었다.



중간에 연휴로 인해 한 주 교육을 쉰 적이 있었는데 그다음 주가 피곤의 정점이었다. 이후로 다시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늦게 자도 괜찮다고 적응한 내 몸은 쉽사리 잠을 청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피곤하긴 했지만 큰 무리 없이 교육 참여를 다 했고 마무리도 잘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마지막 교육 후기를 나름 당당하게 쓰고 있는 중이다.



괜찮은 강의였다. 정확히는 괜찮은 경험이었다. 조금 더 부연을 하자면 많이 배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많이 들은 그런 강의였다. 사실 성인이 돼서 받는 교육이나 듣는 강의라는 건 사실 그 내용이란 게 대동소이하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성인이라는 존재들은 살아남기 위해 무언가에 적응해서 작든 크든 성과를 내 그 결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보니 최대한 익숙하면서 실용적인 방법만 찾게 된다. 이런 삶의 행태가 틀렸다는 건 아니다. 생존의 문제니 옳고 그름을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다만 문제는 소위 매너리즘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매너리즘은 당장은 현상을 최소한 유지하는 것처럼 보여 큰 문제가 없어 보이게 하는 착시를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상유지는 결국 퇴보를 의미한다. 왜? 세상은 늘 언제나 항상 조금씩 전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그게 다른 사람들이건 시스템이건 뭐건 간에 조금씩 전진하는데 현상 유지, 그러니까 가만히 있는다는 건 자연스러운 퇴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서 성인들이 받는 교육이나 강의라는 건 대부분 그런 매너리즘이나 현상 유지라는 익숙한 환경에 매몰된 스스로를 어떻게 하면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가 주된 내용이다.



그런 관점에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조금 남달랐던 점은 교육을 받는 교육생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보통은 이런 교육을 받게 되면 발표를 그렇게 많이 하진 않는다. 물론 많이 하는 교육도 있지만 내가 받은 교육 중에선 단연 최고였던 거 같다. 20여 명의 교육생이 매주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모두 한 번 혹은 두 번 정도 발표를 했다. 그것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2분 혹은 3분이라는 정해진 시간 내에 나름 형식에 맞춰 내용을 집약해 임팩트 있게 발표해야 했다. 사람들 앞에 서서 떠드는 걸 어렵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나조차도 매주 발표를 준비하는 게 그리 만만 친 않았다. 그래서 더 재미있었고 약간의 도전의식도 고취시켜 줬다.



20여 명이 9주 동안 매주 모두 발표를 했다. 어떤 주는 두 번 발표를 한 적도 있다. 다시 말해 200여 편의 짧은 이야기를 들었다는 소리다. 즐겁거나 슬프고 때론 화가 났던 일, 지극히 개인적인 일에서부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업무와 관련된 일 등을 들으며 나는 이런데 저 사람은 저렇구나, 나는 이런 일이 있었는데 저 사람은 저런 일이 있었구나 하면서 매주 공감하고 박수 치며 때론 서로 민망하게 눈물을 짓기도 했다.



인간관계론이라고 해서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어떻게 하면 좋은 관계를 맺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정도의 담론 정도를 다룰 줄 알았는데 이런 발표를 통해 자연스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 혹은 일반적인 의미의 불특정 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이 교육은 들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두서없이 길게 썼는데 9주 간의 교육을 마무리하는 마음이 아직 정리가 덜 돼 그런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꽉 깨물고 조금은 간단하게 정리해 본다.


피곤했지만 재미있었고

힘들었지만 의미 있었고

강사라는 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

좋은 강의였습니다.

교육해 주신 강사님, 지원해 주신 코치님

그리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교육에 참여해

함께 웃고 울었던 교육생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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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roro.co.kr/story/15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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