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에 의하면 한때 ‘복돌이’라는 표현이 한창 사용된 적이 있었다. 지금도 간간히 쓰이는 표현이긴 한데 예전엔 훨씬 더 자주 쓰였다. 여기에서 예전이라 함은 음악이나 게임 등을 CD에 담아 팔던 시절을 의미한다. 이쯤에서 복돌이가 뭘 의미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뜻으로 설명이 아주 잘 나와 있었다. ‘게임, 영화, 음악 따위의 각종 디지털 콘텐츠나 정품 소프트웨어 따위를 불법으로 복제해서 유포하거나 내려받아 사용하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포털 다음 어학사전 참고)’
맞다. 나도 한 두어 번 그래 본 적이 있다. 다른 사람의 창작물이 담긴 CD를 복사하거나 인터넷상에서 유료로 구매를 해야 하는 창작물을 역시 어둠의 경로를 통해 내려받거나 소위 공 CD에 저장한 적이 있다. 다만, 상업적 목적으로 내려받아 또 다른 사람들에게 팔아먹은 적은 없고 그저 나 혼자 보고 듣고 지금은 보관하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조금 웃긴 게 지금은 아주 유명한 방송인인 전현무 씨가 당시 음악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이라면서 예전 방송에 나와 노래를 내려받아 저장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 주면서 인터뷰한 적도 있다.
그러니까 이런 행위가 상업적 목적이 없다면 법에 저촉되는 행위는 아니라는 건데 정확한 건 잘 모르겠다. 지금으로부터 근 20여 년 전 이야기인데 당시 우리나라 일반인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인 거 같다. 저작권이란 개념이 사실 거의 일천했던 시기였던 거 같다. 왜 그랬는지에 대한 사회적 원인을 찾아보고 이해해 보고 싶지만 딱히 와닿는 건 없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사회적인 관점에서 찾아보려 한 이유는 20여 년 전보단 나아졌지만 아직도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에 바르게 안착된 거 같지 않아서다. 최근 OTT 하나 정도는 구독하고 있을 텐데 구독하고 있는 것 마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싸게 아니면 아예 무료로 볼 수 없을까 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나 역시 두 개의 OTT를 구독하고 있는데 하나는 택배회사와 연동이 된 OTT로 시작은 택배의 환불이나 반품 등을 원활하게 이용하기 위해서였고 또 하나의 OTT는 여기저기서 얻을 수 있는 포인트로 구독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다시 말해 순수하게 다른 사람들의 창작물을 그야말로 즐기기 위해 돈을 내는 게 아니라 부수적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현실이 조금 안타까운 이유는 내가 나름 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직 책을 내 본 적은 없지만 인터넷상에 나만의 글을 올리는 나름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임에도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보는 과정에서 저런 마음가짐을 갖고 있으니 일반적인 의미의 창작물을 만들어 내지 않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싶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내가 글을 쓰는 부분을 저작권과 연결시켜 보려 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난 저작권에 대해 솔직히 100% 바르게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아니다.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였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아 그래도 뭐 무료로 볼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 그렇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거 같다. 그런 사람이 글을 쓰고 있다. 그런 사람이 쓴 글도 분명 창작물로서 저작권이란 부분에 있어 보호를 받아야 한다. 단, 실력도 없고 인기도 없는 아마추어 작가라 아무도 내 글을 표절해 가지 않기 때문에 별 걱정은 없는 뭐 그런 정도로 보면 될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누군가가 나의 글을 내 허락 없이 사용한다면 화가 날 거 같다. 엄청난 노력을 들여 쓴 글은 아니지만 여하튼 내 글, 그러니까 내 물건인데 내 물건을 함부로 쓴다는 건 그 물건이 좋은 물건이고 아니고 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허락 없이 쓰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런 관점에서 사실 별 관심도 없었던 저작권을 글을 쓰면서 간간히 생각하게 됐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별 실력도 없는 아마추어 작가의 글이라 그 누구도 가져다 쓰지 않겠지만 만약 가져다 쓰면 이걸 어떻게 대응해야 하지? 아니 누가 가져다 쓰면 그걸 내가 찾아낼 수나 있기는 있나?
더 나아가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요즘 핫한 생성형 AI가 인터넷상에 올라가 있는 내 글을 가져가서 학습한다면 그건 무슨 수로 막을 수 있을지... 예를 들어 누군가가 생성형 AI를 이용해 이러저러한 명령을 내려 글을 쓸 때 AI가 활용하는 내용이 내 글이라고 해도 내가 그걸 알 길도 없고 AI를 쓰는 사람은 이렇다 할 저작권에 대한 인식 없이 편하게 그 글을 활용할 텐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설명하고 가능하다면 제재할 수는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 올라온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생성형 AI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사실 걱정을 넘어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개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인가 하는 우려가 된다.
기술이 발전하면 많은 분야에서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기계 등에 의해 인간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을 때 그래도 창의적인 영역은 조금 낫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지금 흘러가는 상황을 보면 과연 창의적인 분야에서 인간의 자리도 안전한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저작권에 대한 개념도 다시 생각해 봐야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