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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Jul 27. 2021

드럽게 재미없네

 가끔 내가 쓴 글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늘 그렇지만 드럽게 재미없다. 바른 표현은 드럽게 가 아니라 ‘더럽게’ 일 것이다. 그런데 왠지 ‘드럽게’ 라고 표현을 해야 조금 더 맛이 산다. 시를 쓰는 주제도 아니면서 대충 문학적 허용이라고 눙치고 넘어가 본다. 이런 표현을 보면 글쓰기를 가르쳐 주시는 작가님이 또 한 마디 하실 것이다. 그래도 그냥 쓸련다. 나는 말을 안 듣는 학생이니까. ‘작가님, 죄송합니다.’     

 


 비슷한 주제의 글을 벌써 몇 번째 쓰는 건지 모르겠다. 주변의 모든 것이 글의 소재가 된다는 아주 그럴듯한 명제 뒤에 숨어 본다. 그리고 최근 내 머릿속을 헤집는 것이 바로 ‘글쓰기’ 자체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몇 번에 걸쳐 비슷한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다.      

 


 머릿속에 맴도는 내용이 있는데, 다른 내용을 쓰는 것 자체가 기만 아니냐고 변명을 해 본다. 사설이 길었다. 여하튼 내 글은 참 재미가 없다. 충분히 인정하는 바다. 그런데 아주 조금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하나 있다. 현재 내 글쓰기의 수준은 말을 글로 옮기는 정도다. 그리고 머릿속에 맴도는 내용을 이렇다 할 문학적 수사 없이 나열만 겨우 하고 있다.     

 


 일단 말을 글로 옮기는 부분에 있어 할 말이 조금 있다. 내가 그리 재미없는 사람은 아니다. 좌중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주변을 꽤 웃게 하는 입담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런 말을 글로 옮기는 데 왜 재미가 없는지 조금 이해가 안 간다. 표현방식의 차이라고 하면 속이 편한데, 그럼에도 근본 내용은 같고 방식은 다르지만 표현하는 사람도 같은데 왜 차이가 나는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더 예를 들면 강의도 적잖이 하는 편이고, 행사 때 사회도 잘 보는 편이다. 강의나 사회를 보는 중에 번뜩이는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기지를 발휘해 청중을 꽤 웃길 줄도 안다. 글이라는 표현방식이 live하지 못해서 그런 건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글을 쓰는 이유 중에 하나가 내가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옮기며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함이었다. 무엇보다도 담아내는 내용이 중요하겠지만 담아내는 방식이라는 측면에서 영 재미가 없으면 누가 봐주고, 공감대를 형성한단 말인가? 인간은 ‘재미’가 보장되면 무엇이든 하는 종족이다. 정확히는 즐기려 한다. 왜? 말 그대로 재미있으니까. 심지어 공부나 일도 재미있으면 어렵지 않게 해 내는 게 인간이다. 공부나 일이 재미있기는 쉽지 않지만 그렇다는 이야기다. 물론 인간의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 중에 재미 말고도 중요한 것들이 많이 있다. 책임감, 목적 등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재미는 분명 중요한 요소 중에 수위를 차지할 것이다.     

 


 그런 재미가 느껴지질 않으니 백날 진솔하게 뭘 써 봐야 누가 봐주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맥이 빠지기도 하고 때려치우고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계속 글을 쓰고 있다. 무슨 배짱인지 모를 일이다. 아집 같기도 하다. 언젠가는 누가 알아 봐 줄 것이라는 막막한 기대, 매일 쓰다 보면 소위 글쓰기 실력이 늘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 ‘아이씨! 꼭 누가 봐야 되나? 내가 내 이야기 쓴다는데 보든 말든 뭔 상관이야.’ 이런 무모함이 묘하게 버무려져 지금도 이런 주제로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되지도 않는 기대가 제일 큰 것 같은데 그럼에도 쓰고 싶다. 재미있게 쓰고 싶다. 들이는 노력에 언제나 응당한 대가가 따르는 세상이 아님을 알지만 그럼에도 세상이 알아 봐 줬으면 좋겠다. 아직 글 쓰는 재주가 박약해 그렇지, 진솔하게는 쓰고 있다. 세상이 조금 빨리 알아볼 수 있게 제발 재미있게 좀 써 보자.      

 


 힘내라! 모자란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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