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07 / 무기력에 빠지다.
5월 1일 공황 장애를 진단받은 나는 인지행동치료 차원에서 열심히 기록을 남기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이후 나는 끊임없는 무기력에 빠져들어갔다.
처음부터 무기력했던 것은 아니었다. 무기력은 가랑비처럼 점점 나를 깊은 바닷속으로 끌어당겼다.
5월 2일 공황 장애를 진단받은 다음날, 나는 열의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병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뜨거운 햇볕도 마다않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공황 장애에 관한 책은 딱 한 권이었다. 다른 책들이 대출 중인 것도 아니었다. 그저 도서관에 존재하는 공황 장애에 대한 책이 정말 그 딱 한 권뿐이었던 거였다.
그 사실에 나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최근 많은 연예인들이나 유명 인사들이 연이어 공황 장애 투병을 공개하면서 공황 장애는 사회인들의 흔한 마음의 질병으로 많이 알려졌다. 나 역시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공황 장애라는 질병에 대한 정보 수집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공황 장애를 다루는 정보들의 대다수는 나처럼 이미 공황 장애를 판정받고 차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닌 아직 본인이 공황 장애임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정보들이 대다수였다.
즉, 나처럼 공황 장애임을 깨닫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 공황 장애를 공부하기 위한 사람들을 위한 정보는 극히 적었다. 물론 의사선생님들의 의학적 지식이 담긴 영상이나 글들은 존재한다. 이 역시 내게 꼭 필요한 정보들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으니 공황 장애라는 병을 알아야 하니깐 말이다.
하지만 그런 정보들만으론 나는 무언가 허전함을 느꼈다. 이유는 나와 같은 투병 경험자, 이를 이겨낸 일반인들의 이야기가 극히 적었기 때문이었다. 유명 연예인들의 공황 극복기는 제법 찾아보기 쉽다. 하지만 그들은 나와 다르다. 공인인 그들의 삶과 나의 삶은 하나하나 나열하며 비교할 필요도 없을 만큼 다른 인생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와 같은 일반인의 공황 장애 극복기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무기력해졌다. 내가 찾는 결과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
불안감은 또다시 나를 조여왔다.
새삼스럽게 공황 장애가 심리적 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불안감은 병세를 악화시켰다.
약을 먹어도 불안감은 여전했다. 그게 또다시 나를 불안하게만들었다.
나는 공황 장애가 맞는 걸까? 약을 먹으면 정말 괜찮아지는걸까?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나는 정말 괜찮아질 수 있을까?
답은 물론 정확하다.
약을 먹어야 괜찮아질 수 있다.
하루, 나는 아침 약을 조금 늦은 시각에 먹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날 나는 그동안 내가 약에 대해 가졌던 의문이 얼마나 멍청했던 거였는지 깨달았다.
약이 없는 시간 동안 나는 또다시 숨을 쉴 수 없었다.
그제야 나는 내가 불안에 떨며 내 병을 의심하는 동안에도 약 덕분에 숨을 쉬고 두통에 머리를 붙잡지 않아도 됐다는걸 깨달았다.
약이 없이 보냈던 반나절은 오히려 내게 약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주었다.
나는 공황 장애가 맞고 아직까진 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물론 약을 먹어도 숨이 답답할 때가 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쓰러질것같고 죽을것같다는 감각은 확실히 약을 먹고나서 많이 사라졌다. 나는 확실히 공황 장애를 인식하고 좋아지고 있다.
물론 나는 아직까지 공황 장애에 대해 잘 모른다.
도서관에 하나뿐인 공황 장애 책을 빌려왔지만 밀려오는 무기력과 병에 대한 불안감에 차마 책을 제대로 읽지 못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황을 인식하고 스스로의 긍정적 변화를 인지한 지금이라면 제대로 책 속 내용을 대면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나는 약을 먹으면 졸리고 아직까지 증상이 모두 완화 되진 않았지만 글로 정리할수록 조금 더 확실히 알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만일 나와 같이 공황 장애를 겪고 있는 일반인 있다면 또는 공황 장애를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꼭 정신병원을 망설임 없이 찾아가길 권한다.
당장 당신의 숨통을 꾹꾹 눌러오는 고통을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완화시켜줄 테니깐 말이다.
나는 내일 또다시 정신병원에 간다.
의사선생님과 약속했던 일주일이 지났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 일기는 내일 의사 선생님께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잘 몰라서 내 생각을 정리할 겸 적은 내용이라 내용이 조금 중구난방이 됐다. 하지만 나는 내일 선생님께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정리했다.
선생님 저는 숨 쉬는 게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완벽하게 숨을 편히 쉴 수는 없어요. 이따 끔식 여전히 숨이 턱턱 막혀오고 심호흡을 해도 숨이 쉬어지지 않습니다. 약을 먹으면 끊임없이 졸음이 찾아오기도 해요. 하지만 확실히 조금씩 나아지는 증상들을 인식할수록 긍정적인 내일을 꿈꾸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심한 공황 장애를 겪고 있는 지금 현재에서 예후가 좋은 공황 장애가 되도록, 이후에는 극도의 긴장 상태나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공황 발작을 이겨낼 수 있는 그날까지 저는 계속해서 일기를 써나갈 겁니다. 말이 아닌 글이라도 이런 나의 다짐이 내 스스로를 다잡게 하고 또 나와 같은 누군가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