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13 / 공황 발작이 일어났다.
어젯밤, 그러니깐 5월 12일 늦은 저녁 평소처럼 잠자리에 들려고 할 때 공황 발작이 일어났다.
5월 1일 날 공황 장애를 진단받고 나서 처음으로 일어나는 공황 발작이었다. 스스로가 공황 장애임을 인지하고 난 뒤 일어난 첫 발작이었다. 그동안 나름대로 공황 장애에 대한 공부도 하고 완치를 위한 인지 행동 치료도 찾아보고 노력했는데 갑작스럽게 찾아온 발작 앞에선 모두 소용없는 일이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발작 앞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밀려오는 죽을 것 같은 공포감에 가빠지는 호흡을 살기 위해 간절히 내뱉으며 스스로를 끌어안은 채 팔뚝을 긁었다. 팔뚝이 긁히며 느껴지는 통증만이 내가 아직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마치 나사를 돌려 빼듯 내 척추를 기준으로 내 영혼을, 내 숨통을 돌려 빼내는 것 같았다. 이상한 말이지만 당시 내가 느꼈던 공포감은 정말 이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내 영혼만이, 내 숨통만이 빙글빙글 어지럽게 나를 떠나 공전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발작이 어떻게 멈추었는지, 어떻게 다시 잠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이렇게 죽고 싶지도 이렇게 살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만 들었던 것 같다.
당시 나를 감싸는 공포감에서 내가 공황 장애라는 걸 인식한다는 건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저 이 발작이 공황 발작이라는 것을 아는 것뿐. 평소에도 뜬금없이 나타나 내 숨통을 조이는 이 고통의 이름을 알게 됐을 뿐 그 이상으로 나를 공포감에서 구제해 주지는 못 했다.
그게 참 이상했다.
나는 나아지기 위해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인지 행동 치료도 찾아보고 있는데 이 뜬금없는 공포감이라는 고통에서 벗어나질 못 하고 있다.
이전에 섰던 일기에서 나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아직까지 그 의문은 현재 진행형으로 나에게 질문하고 있다.
나는 나아질 수 있을까? 나이지고 있는게 맞을까?
발작이 일어난 뒤인 13일, 오늘은 여러모로 힘든 날이었다.
아침의 시작은 언제 끝났는지도 모를 발작의 끝을 인지하는 것으로 시작됐고, 아침 약을 먹을 때는 처음으로 신경 안정제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어제도 이 약을 먹고 누웠는데 발작이 일어났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하지만 나는 약을 꿀떡 집어삼켰다. 지금은, 지금 당장은 이 약이라도 없으면 난 정말 숨을 쉴 수가 없다.
하지만 약은 내 의문에 배신감이라도 느낀 건지 평소와 다른 강한 부작용을 나타냈다.
평소에는 강한 졸음과 무기력함 정도였다면 오늘은 처음에는 가볍게 손이 살짝 떨리더니 이내 온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이 강하게 떨린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온몸이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때 덜컥 겁이 났다.
나는 정말 예후가 좋지 못 한 공황 장애 환자 일 수 있겠구나.
예후가 좋지 못 한 공황 장애 환자들을 설명할 때, 나는 항상 여러 가지 항목에 해당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만했던 거였다. 금방 괜찮아질 수 있을 거라고...
나는 앞으로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죽음의 공포와 만나야 한다. 그게 당장 오늘 저녁일 수도 있고 당장 5분 뒤 일 수 도 있다.
공황 장애를 진단받고 난 뒤, 첫 발작으로 너무 비약적인 생각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공황 장애를 진단받기 전부터 잦은 발작이 있었다. 그때도 지금도 공황 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짧았고 그때뿐인 순간들이었기에 나는 가볍게 여겼다. 그 순간들이 모여 지금처럼 가만히 있어도 호흡을 막는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가져다 줄줄 몰랐던 거였다. 지나간 시간에 대해 후회를 잘 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그 순간들 만큼은 후회스럽다. 그때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정신과를 찾아갔다면 조금 더 예후가 좋지 않았을까? 신경 안정제를 먹으면서 뜬금없는 발작에 고통받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내 정신과 진료는 아직 일주일이 더 남았다.
나는 그때까지 지금 먹는 약으로 이 고통을 버텨야 한다. 더 강한 약도 내 이야기를 덤덤히 들어주는 의사 선생님도 아직까지 만나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구체적으로 정리할 시간이 주어진 걸지도 모른다. 선생님께 뜬금없는 발작이 일어났던 사실과 발작 이후 심리적인 불안감이 더 강해졌다는 걸 글로 적음으로써 좀 더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깨달았으니 말이다.
나는 뜬금없이 길을 지나가다 만나는 동네 고양이들이 이유 모를 신남으로 직각으로 올린 꼬리를 보는 게 즐겁고, 비 오는 날 우산에 떨어지는 토독거리는 빗소리를 좋아한다. 오늘은 그 두 가지를 모두 함께 즐긴 날이었다. 이런 즐거운 순간들이 더 부각되는 삶을 살고싶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발작에 대한 공포가 아닌 오늘 만났던 귀여운 치즈 고양이의 동그란 눈과 우산을 토독거리던 남부의 가뭄을 해갈해 준 단비의 인사 소리가 내 일기장에 더 가득한 그런 날이 하루빨리 내게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