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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로 그 아이 May 21. 2024

좌초지종이라구요?

좌초될 위기

아침 6시 10분쯤 기분 좋게 눈을 떴다.

나는 갑자기 일어나면 맥박이 급상승하기에 잠에서 깬 후에 누워서 심호흡을 하고 스트레칭도 하며 충분히 안정이 되었을 때 기상한다.


오늘도 누워서 이 생각 저 생각하고 있는데, '좌초지종'이란 글자가 불쑥 눈앞에 나타났다. 이게 왜 떠오르지? '자초지종'이나 '좌충우돌'도 아닌 것이 어디서 이런 말이 나왔나? 싶었다.

순간 나는 화들짝 놀랐다. 어제 연재 글에 이 단어가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설마 아니기를 바라며 브런치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아닌 게 아니라 좌초지종이라고 해놓은 거였다. 말 그대로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느낌이었다.

'과연 브런치스토리에서 이런 실수를 해도 되는가?'


나는 내 글을 발행하기 전에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 주지 않는다. 남편, 자식들이 내 글을 보는 것은 왠지 부끄럽다. 평소에 몰랐을 나의 내면을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의 작가이신 류귀복 천재작가님의 브런치 글에서 보았듯 가족들에게 끈질기게 검토를 요청하는 습관은 이런 오류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맞춤법 검사 기능을 습관적으로 돌리는데도 한자어 오류는 잡아내지 못했다.

테스트 삼아 이심점심, 이억만리, 설상가산, 옹고지신, 간지덕지, 고진감레, 청출어남, 좌초지종.. 등을 써 놓고 맞춤법 검사를 해 보니 이역만리, 온고지신, 청출어람만 잡아 냈다.


그럼 나 자신은 왜 발견을 못했을까? 음지에 꼭꼭 숨어 있는 것 같이, 열 번을 검토해도 눈에 안 들어오는 복병 같은 단어가 있다. 그런 경우 있지 않은가, 중요한 순간에 안 보이던 실수들.


지인들과의 메신저에서 간혹 맞춤법 오류를 접할 때 살짝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왜승모, 오회말카드, 괴자번호 같이 유머로 떠도는 것이 아니라 해도 말이다. 때로는 애교로 봐줄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라고 하거나 '데''대'라고 하는 정도라면.

하지만, 작가라고 불리는 사람이 공개적인 곳에서 어처구니없는 오류를 범했다면 어떨까.


브런치스토리 글에서 좌초지종을 본 작가님들은 어떤 느낌이었을지 궁금하다.

이른 아침 패닉이 왔던 나 자신처럼 혹시라도 충격에 빠지지 않으셨을까 두렵다. 브런치스토리는 작가로 불리는 사람들이 진심을 담아 성의껏 작성한 정제된 글을 올리는 곳이기 때문에, 이런 실수가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궁금하고 송구스럽다.

내 작가님들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벌써 이해하셨는지 모르겠다.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




오늘 하루종일 류귀복 작가님의 책을 들고 있었다.

요즘 이 책을 읽고 곱씹어 보곤 한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위로가 된다. 한 줄 한 줄이 명언이어서 인용할 구절을 고르기 어렵다.

방사선사로 근무하는 류작가님의 팀에는 남자 직원이 4명, 여자 직원이 22명이 있다. 밸런타인데이 때 초콜릿 선물을 받은 남직원들은 화이트데이 때 그보다 인원이 월등히 많은 여직원들에게 선물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류 작가님의 심혈을 기울인 문구로 인해 작은 초콜릿 선물이 큰 기적을 일으켰다. 이 문구 하나로 여직원들은 폭발적 반응을 보이며 하루종일 꽃처럼 환하게 웃었다.

꽃밭에서 일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태어나도 다시 결혼하고 싶을만큼 사랑하는 아내에게는 꽃과 초콜릿을 선물하며 짧은 글이 적힌 카드로 행복의 긴 여운을 남겼다.

초콜릿보다 달달한 인생을 만들어 주는 아내여서 고맙고 사랑해.♡






류 작가님 글에서 영감을 받아 나도

부족한 내 글을 봐주시고 용기 주시는 작가님들께 이 기회에 한마디 남기고 싶다.

저의 브런치에 작가님의 꽃 발자국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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