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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로 그 아이 Mar 18. 2024

그 아이

2019년 지하철 시 게시작

서울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창작 시가 게시 되어 있다.

매년 6월 중순 경에 공모하는데 '내 손안에 서울'이라는 사이트 내에서 공모전을 검색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선정 작품 수는 해마다 다른데 200여 편까지도 뽑다가 작년에는 100편으로 많이 줄어들었다.

해마다 시민 창작시의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

지원자 수는 늘어나는데 모집 수가 줄어 드니 당연한 일이겠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 시는 '세상에서 가장 큰 시집'이다. 나의 시가 이 거대한 시집에 실린다는 건 참 멋진 경험이다. 지금까지 써 둔 시가 있다면 서랍 속에 잠재우지 말고 이 거대한 시집에 '발행'해 보기를 추천한다.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에 나의 시가 걸려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마음으로 2018년 처음 응모해 보았으나 노력이 부족하여 탈락했고, 이듬해에 엄마를 소재로 한 동시를 써서 선정이 되었다. 시를 쓰다 보니 시조 형식이 규격 내에 꽉꽉 채워 넣기에 좋았다. 엄마를 그려 내려면 더 많은 얘기가 필요하다.


이 시는 나에게 너무 소중하다. 내가 있기 이전 엄마가 있었고, 엄마가 되기 이전에 엄마는 한 아이였다. 그 아이의 평범하지만 내게는 놀랍도록 특별한 삶을 상상 속에서 소환해 보았다.


나는 이 시를 정말 정말 많이 수정했었다. 엄마께 헌정하는 마음으로 썼다.  다 쓰고 나서 보면 참 쉽게 쉽게 쓴 것 같아 보이지만 나는 마치 조각상 하나를 완성해 내듯 다듬는데 혼신을 다했다.


엄마는 몇 년 전 돌아가셨지만 여전히 내 삶에 건재하고 있다.  어쩌면 엄마라는 존재는 내 삶의 처음, 중간, 끝, 모든 부분을 받치고 있는 튼튼한 기둥일지 모른다. 엄마가 내게 주신 큰 사랑은 내가 평생 먹고 살 마음의 양식이다. 그래서 나는 엄마를 추억하는 것이 참 즐겁다. 앞으로도 나는 엄마와의 많은 추억을 쓰게 될 것이다.


2019년 말부터 2022년 말까지 게시되었던 '그 아이'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아이



눈이 큰 그 아이는 속눈썹이 길어서

성냥개비가 두 개씩이나 올라갔대요

또르르 내 눈에서는 미끄럼만 타는데


같이 배울 테야 떼쓰며 간 학교에서

그 아이는 언니 무릎에 앉아서는

사르르 솜사탕 같은 단꿈을 꾸었어요


나뭇잎 콩콩 찧어 맛나게 소반 짓고

새 꽃신 챙겨 신고 해지도록 뛰놀 때

까르르 동구 밖까지 넘치던 웃음소리


만날 수는 없지만 보고플 때면

주저 없이 내 맘 속으로 달려와 주는

내게는 단짝인 아이, 어릴 적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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