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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0도의 풍경

by 고운로 그 아이


바깥은 영하 10도

보일러도 추워서 덜덜 소리를 낸다

목표 온도까지가 힘겹다



겨울바람은

창틀을 쉴 새 없이 쥐고 흔든다

난방이 잘 되는 옆집, 음악 전공자가

쇼팽의 피아노곡 '겨울바람'을

얇은 옷차림으로 완주하는 동안

나는 창문을 사이에 두고

겨울바람과 씨름을 벌인다

버티던 문풍지는 결국 백기를 휘날린다



겨울바람에게 내준 집 안은

지구를 거꾸로 돌려 빙하기로 향하고

모서리마다 바람이 쳐 놓은 거미줄은

호시탐탐 온기를 사냥한다

호호 불며 겨우 쥐고 있는 내 손아귀도

체온을 빼앗겼다



창문에 입김 불어 쓴다

'너무 추워요'

활강하던 햇살이 나를 향해

뜨겁고 강렬한 빛 한 줄기를

휙 던져 준다

나는 동아줄 마냥 친친 감고

빙하기 한가운데서 간신히 탈출한다

발 밑으로 멀어져 가는 얼음집을 보면서



혹한에 까무룩진 나

입을 오물거리며 불러보는 그 이름

, 봄볕, 봄날









지난 한 주간은 혹한의 시대였다. 최저 기온 영하 10도, 낮 최고 기온도 영하에 머물러 있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여도 세대마다 열효율에 차이가 커서 우리집 같은 경우에는 16도까지 내려가는 방이 있다. 이 방에는 난방기를 들여 놓았다. 바깥이 영하 10도쯤 되면 거실도 가만히 앉아 있기가 힘들다. 외풍이 있기 때문에 더 춥다. 보일러 온도를 최대치로 높일 수는 없기에 내복을 한 겹 더 껴 입는다. 이번 겨울 들어 이 정도 추위는 없었던 것 같다. 내복을 꺼내 든 것은 처음이다.


지금은 바깥 기온이 영상 1도이다. 어쩐지 추운 느낌이 1도 없다. 봄이 오긴 오는 것 같다. 한두 차례 꽃샘추위도 만만치는 않겠지만 혹한을 기억하는 몸이 그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 주지 않을까?

이번 시는 지난 강추위를 넌더리 치며 쓴 시이다.



쇼팽의 에튀드 Op.25, No.11 (작품 번호 25에 11번째 곡)은 겨울바람이다.

쇼팽의 겨울바람은 아름답고 격정적으로 휘몰아친다. 쇄도하는 음의 흐름에도 대가들의 타건 하나하나가 명료하게 들린다. 임윤찬, 손열음의 연주곡을 차례로 들어 본다.


https://youtu.be/hnPQ1FaeiLI?feature=shared


https://youtu.be/jUbd6ADaE7w?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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