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똥 Oct 23. 2021

두 시간 동안 식사하는 법

프랑스식 코스 요리

초콜릿 무스는 냉장고에 너무 짧게 보관하지도, 길게 보관하지도 말아야 해




          

  프랑스인들은 대화와 토론을 좋아한다. 프랑스인들은 요리와 음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프랑스의 식사 시간은 보통 두 시간이다.     


  나는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편이라 아침을 거르고 학교에 갔기 때문에 프랑스인들이 아침을 어떻게 먹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아침은 간단히 먹지 않을까?     

  하지만 점심과 관련해서 놀라운 일화가 하나 있는데…. 그날은 학교를 안 가는 날이라,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 그 집에는 쌍둥이 초등학생 아이 두 명이 있었는데, 둘 다 나이에 맞지 않게 매우 의젓하고 예의가 발랐다. 예상치 못하게 친구네 홈스테이 아주머니가 집으로 돌아오셨다. 점심을 먹으러 왔다고 했다.     


  점심시간이 두 시간이다 보니 프랑스에서는 점심시간에 집에 가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 파리에 사는 내 친구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집에 가서 점심을 먹는다.(파리는 생각보다 매우 작다) 공기업이냐 사기업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파리 은행에 다니는 내 친구는 10시 출근 6시 퇴근인데 그중 12시부터 2시는 점심시간, 그러니까 사실상 일하는 시간은 여섯 시간이라고 한다.          


도대체 뭘 어떻게 먹길래 2시간이 걸리느냐..?     

  프랑스인들이 코스 식으로 식사를 한다는 것은 유명하다. 실제로 겪은 바로는 순서대로 딱 맞추어 먹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맞춰 먹는 편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 홈스테이 집에서 어떤 식으로 식사를 했는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아주머니는 우선 많은 양의 샐러드를 준비해주셨다. 드레싱을 잔뜩 뿌려 고소한 맛이 나는 미국식 샐러드와는 다르게 상큼하게 씹히는 채소의 식감이 일품이었다. 나는 샐러드에 들어간 아삭아삭한 오이를 좋아했다. 샐러드와 함께 바게트도 썰어 내놓으셨지만, 살이 찌니 한 조각 이상 먹지 말라는 주의를 늘 주고는 하셨다.     

  샐러드를 먹고 나면 꼬꼬방(포도주에 삶은 닭요리)과 같은 본식을 내놓으셨는데,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경우에는 전채요리로 에스카르고(달팽이 요리)를 먼저 내놓으시기도 하셨다. 본식을 먹을 때 주의점은 아주 천천히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식사할 때 대화가 없더라도 함께 먹는 것을 중요시 여긴다. 프랑스에서는 한입 먹고, 쉬고, 말을 잔뜩 하고, 또 한 입 먹고 하는 식이었다. 음식의 맛이 어떤지 향이 어떤지 식감은 어떤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고, 이 음식이 유래한 지방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화를 했다. 한 입 먹으려 하면 계속 대화거리가 생겨 먹을 새가 없는 느낌이었다.     


  프랑스에서는 대화를 오래 하면서 음식을 먹기 때문에 먹는 도중에 음식이 식는다. 그래서 음식을 다시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다시 따뜻해진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시간으로 치면 샐러드를 먹는데 30분, 본식을 먹는데 한 시간 정도 왔다. 그리고 후식도 나왔다.     


크리스마스 저녁식사, 샐러드는 꼭 빠지지 않았었다. 전채요리로는 에스카르고를 먹었고 본식으로는 오리 요리와 감자를 먹었나 보다.


  홈스테이 아주머니는 요리를 잘하셨는데 못지않게 베이킹도 잘하셨다. 디저트로는 파운드케이크 같은 것을 구워주시거나 초콜릿 무스를 만들어주셨다. 바쁘실 때는 요플레를 주실 때도 있었다. 아주머니는 주로 디저트를 맛있게 먹는 법(파운드케이크에 요플레를 부어 먹으라든지), 초콜릿 무스를 만드는 법 등을 알려주셨고, 설명하는 데 30분이 걸렸다.     


  요즘 나는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샐러드를 사는데, 다 먹기까지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가끔씩 프랑스에서 경험하던 두 시간짜리 수다스러운 식사가 그리워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