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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똥 Oct 23. 2021

친절한 웨이터를 찾아서

저기요~저기..ㅈ..

프랑스인들은 정말 못 됐어.




  미국 미네소타에서 인턴을 하던 초반, 나는 플로어메이트들을 제외하고는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혼자 쓸쓸히 동네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때우고는 했다. 여느 날처럼 음료를 시켜 앉았는데 옆자리에서 불어가 들려왔다. 슬쩍 곁눈질을 하니 백인 여자가 동양인 남자에게 불어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 자꾸 신경이 쓰여 결국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Etes-vous francaise?(엣트부프헝쎄즈, 프랑스인이세요?) 여자는 웃으며 프랑스인이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오펠리와 나는 친구가 되었다.     


  프랑스인은 반미주의일 것이라는 편견과 다르게, 오펠리는 미국을 굉장히 좋아했다.(지금은 미국인과 결혼 3년 차로 아직도 미네소타에 살고 있다) 오펠리는 이따금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미국이 좋아. 프랑스인들은 정말 못 됐거든.” 파리에 처음 여행을 갔던 때가 떠올랐다.     


  나는 파리 공항에서 TGV를 타고 앙제로 갔기 때문에 만성절 방학에서야 진짜 파리에 방문할 수 있었다. 파리는 정말 아름다웠다. ‘이런 곳이 존재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황홀했고, 앙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세련된 느낌이었다.     


  쎄느 강 근처에 도착해 한 프랑스 식당에 들어갔다. 큰맘 먹고 전채부터 후식까지 코스를 시켰다. 앙제에 있을 때는 식당에 가도 파스타, 쌀국수, 걀레트 이렇게 단품만 시켰는데, 파리에 온 김에 제대로 프랑스식으로 먹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음식은 더할 나위 없었다. 서비스가 문제였다.     


  전채요리로는 6 Escargots(에스카르고)를 시켰는데 고소한 버터에 절여 구워진 쫄깃한 달팽이 맛이 일품이었다. 에스카르고를 먹을 때에는 달팽이 껍데기를 잡고 안에 달팽이를 빼먹을 수 있는 집게와 같은 도구가 함께 나온다. 나는 이 도구를 사용하기가 좀 힘들어 사용법을 물어보고자 웨이터를 불렀다. 아무리 불러도 웨이터는 오지 않았다. "Garcon?(갸흐쏭, 저기요?)" "J’arrive(자히브, 가요)" 몇 번 짜증스러운 대답이 반복된 후에 나는 포기하고 음식을 먹었다.     


전채요리로 먹었던 에스카르고, 집게가 함께 서빙된다.


  본식으로는 Confit de canard(콩피드꺄나흐, 오리 콩피)를 시켰다. 야들야들 부드러운 살코기가 담백하게 맛있었다. 후식으로는 과일 타르트를 먹었는데 개인적으로 절임 과일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다 먹지는 못했다.


정말 맛있게 먹었던 오리 콩피


다 남겼던 과일 타르트


  음식이 매우 맛있었기 때문에 만족하고 계산을 하려는데 웨이터 두 명이 서 있었다. 한 명은 다른 손님의 계산을 해주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식당 내부를 둘러보며 자신을 부르는 손님이 있는지 살피고 있었다. 나는 계산을 하던 웨이터 앞에 섰다. 그 사람이 계산 담당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옆에 있던 다른 웨이터가 나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나한테 오라고! 나한테! 내가 계산해주겠다고!”     


  60유로나 내고 식사를 했는데 이런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어이가 없었지만, 말싸움을 해서 득이 될 게 없었으므로(이길 자신도 없고) 계산을 하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프랑스 웨이터에게 받았던 대접은(모든 웨이터가 그런 것은 아니다) 불쾌해서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는데, 미국에서 이 기억이 떠오르자 씁쓸했다. 미국은 팁 문화가 발달해있다. 내가 받은 서비스의 질에 따라서 웨이터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웨이터들은 한껏 웃는 얼굴로 자주 테이블로 와 “How are we doing?(필요한 것 없으세요)”라고 묻는다. 어떤 질문이나 요구를 해도 친절하게 응대해주는 것이다.     


  둘 중에 어느 문화가 더 낫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프랑스의 웨이터들은 현지인에게도 불친절한 경우가 꽤 많다고 한다. 혹시 불친절한 웨이터를 만나더라도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무시해버리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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