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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똥 Jun 17. 2024

나의 직무는 무엇일까?

난 누구 여긴 어디

나에게 많은 번역 업무가 주어지기 시작했다. 해외지사를 관리하던 당시 팀에서는 외국 자료 번역일을 했다. 거기에 새로운 자료가 계속 추가되어 사원 시절 내 주 업무는 번역이 되었다. 그렇게 번역한 자료는 해외영업팀과 임원에게 이메일로 공유하였다.


이후 재경 쪽으로 인사이동이 있었는데 그때도 연결회계 관련 자료를 번역하라는 지시가 떨어지는 등 나에게 계속해서 번역 업무가 주어졌다.


처음에는 원래 해야 하는 재경 업무에 플러스로 번역까지 떠 앉게 된 거라 힘들고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어느샌가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되었다.


번역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번역을 모를 때는 번역이 앵무새처럼 외국 화자의 말을 그대로 모국어로 옮기는 것 혹은 그 반대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에 남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고 싶지 않다고 오만하게 오해했었다.

막상 실제로 번역을 해보니 한-영, 영-한 번역은 일대일 대응 형식으로 번역이 되지 않았다. 같은 말도 전혀 다른 표현으로 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이 과정에서 나는 창작 욕구가 충족되어 재미있었다.




예시)

Poland ceased to exist as an independent country.

이 문장을 번역하면 어떻게 될까?


폴란드는 독립국으로서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라고 번역했다면 영어를 아주 잘하는 사람일 수는 있어도 번역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 문장은 한국말로는 어색한 번역투이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독립국으로서의 주권을 잃었다.


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회사원으로 일하면서 얻은 가장 큰 결실은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영어를 좋아하고 번역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다. 30대가 되어서야 나는 뒤늦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대학의 전문번역 과정에 등록하며 그 첫 발을 내디뎠다.


근데… AI가 번역가를 대체하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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