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만나다

소우주의 모임

by 무똥

나는 여덟 개 반 총 55명의 아이들의 담임이 되었다.

저 레벨반 세 반과 고 레벨반 다섯 반을 맡게 된 것이다.


저 레벨 아이들에게는 파닉스와 이를 활용한 간단한 스토리를 가르쳤다.

수업 시간에는 PPT 자료를 활용하여

그림을 보며 그림에 대해서 내가 질문을 던지면

아이들이 대답을 하는 식으로 적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게끔 유도했다.

레벨이 낮다고 해서 모든 아이들이 같은 특성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아이들은 본인이 영어를 아주 못한다고 생각해서 쑥스러워하는 경우도 있었고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수업시간에 장난을 치며 영어로 노는 걸 좋아하는 경우도 있었다.

영어 실력 자체는 높지 않지만 앉는 자세라든지 글씨체가 굉장히 바른 어른스러운 아이도 있었고

이 전에 학원을 다닌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상담 시 들었는데도 다음 레벨 아이들과

비슷한 실력을 보여주는 아이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고레벨이라고 해도 다 같은 케이스가 아니었다.

단어 시험이나 여러 테스트를 목숨 걸고 보는 은호(가명) 같은 아이도 있었고

그것보다는 야구부 활동에 더 관심 있고 영어 점수에는 영 낙천적이기만 한 진우(가명) 같은 아이도 있었다.

고레벨부터는 영어를 꽤 많이 이해하게 되기 때문에 영어로 말을 하는 것에

자신감을 가지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이 꽤 있었지만

반면에 수줍음이 많아 수업 시간에 입을 꾹 닫고 있어 나를 너무 힘들게 하던 아이들도 있었다.


보통 남자아이와 여자 아이의 차이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는데

어느 정도 성별에 따라 경향성이 있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성별이 성격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요소도 아니었다.


효빈(가명)이라는 아이는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성격이 굉장히 섬세해서

나는 수업 시간에 감히 그 아이를 혼낼 수 없었다.

그렇게 했다간 효빈이는 나에게 수업이 끝날 때까지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릴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따로 불러 살짝 주의를 주는 방식으로 지도했다.


반면 여자 아이 중에도 수업 중 훈육에 따르지 않는 경우에는

짐짓 더 엄한 표정을 지으며 한 번 더 혼냈다.


이렇듯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다 소우주였고

그 우주를 만나고 알아가는 과정이 나에겐 하나의 수련과 같이 느껴졌다.


아이들에게 정말 많이 배웠다.


"그런데 리사 쌤은 왜 애들을 안 혼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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