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몰아쳐도

일어나라

by 무똥

수업을 하다보면 옆 교실에서 선생님들이 언성을 높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때때로 몇몇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교무실에 불려와서 혼나기도 했는데

나는 그 모습을 옆에서 곁눈질로 지켜보며 마음 아파 하기도 했었다.

요즘 아이들은 함부로 못 혼내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나는 혼낼 때도 무서운 척만 하는데

어떻게 다른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휘어잡는 걸까?

가끔씩은 학원에 아이가 선생님을 너무 무서워 한다는 전화가 오기도 했다.


보다못한 선생님들이 나에게 한 마디 했다.

"리사 쌤은 왜 애들을 안 혼내세요?"


일단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아이들을 분명히 혼냈다.

하지만 그 방식이 소리를 지르는 방식이 아니라

단호하게 말하며 진지한 표정을 짓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내 방식이 꼭 옳았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그렇게 했던 것은 크게 세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아이들이 그렇게 큰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혼나는 이유는 주로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치거나

숙제를 해오지 않거나 하는 일이 가장 흔했다.

물론 장난을 치는 행동은 다른 아이들 수업에

방해가 되므로 하지 말라고 강하게 말했고

숙제를 해오지 않는 경우는 따로 불러서

왜 숙제를 안 하는 건지 무슨 이유가 있는 건지를 물어보고

동기부여를 하려고 했다.


둘째, 내가 크게 혼냈을 때 아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없었다.

내가 가르친 아이들은 주로 초등학교 1-3학년 아이들이었다.

그 나이의 아이들은 굉장히 작고 말랐다.

얼굴은 동그랗고 참쌀떡처럼 귀엽다.

나를 화나게 할 때가 없던 것은 아니나 그렇게 약해 보이는 아이들에게

내가 크게 화를 내서 아이들이 상처를 받게 된다는 것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셋째, 화를 낸다고 내 말을 들을지 확신이 없었다.

관찰한 결과 아이들은 보통 혼나도 또 혼날 짓을 하는 것 같았다.

어떤 아이들은 오히려 혼나서 더 위축되어 악화되는 것 같기도 했다.

긍정적인 결과가 보장된 것이 아니라면 내가 에너지를 들여

크게 화를 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었다.

애초에 나는 조용한 성격이라(글쟁이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소리지르는 것 자체가 내 성격이랑은 맞지 않는다.


요즘 나는 화초 네 개를 열심히 키우고 있다.

예전에 나는 여러 화초들을 의도치 않게 죽였었기 때문에

혹시나 탈이 날까 전전긍긍하면서 키우고 있는데

이 녀석들이 내 우려보다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아이들은 햇살만 받아서는 자랄 수 없고

적정량(반드시 적정량)의 비바람도 있어야

튼튼하고 건강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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