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 3. 체면이 만든 결혼
한국에서 결혼은
둘의 일이 아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서로의 삶을 나누기로 결정하는 일,
그 단순하고도 아름다운 과정이
이 나라에서는
너무 많은 눈을 지나야 한다.
부모의 눈,
친척의 눈,
이웃의 눈,
직장 동료의 눈,
사회 전체의 눈.
사람들은 말한다.
“결혼은 집안과 집안이 만나는 거야.”
“체면이 중요하지.”
“남들이 뭐라고 하겠어.”
그 말들은
사랑을 보호하는 말이 아니라
사랑을 가두는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보다
남의 시선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의 행복보다
가문의 체면을 먼저 챙기고,
자신의 선택보다
남들의 평가를 먼저 걱정한다.
그래서 결혼은
둘이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여럿이 간섭하는 일이 되고,
둘이 행복해지는 일이 아니라
여럿이 만족해야 하는 일이 된다.
사랑은
둘만의 세계에서 자라야 하는데
체면은
그 세계에 문을 열어
수많은 사람을 들여보낸다.
사랑은
조용히 자라야 하는데
체면은
사랑을 시끄럽게 만든다.
사랑은
서로를 바라보는 일인데
체면은
남을 바라보게 만든다.
그건 아니잖아요.
결혼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무대가 아니라
둘이 살아갈 집이다.
결혼은
체면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지키는 일이다.
결혼은
남의 눈을 만족시키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지키는 일이다.
체면은
결혼을 화려하게 보이게 할 수는 있지만
결혼을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결혼은
체면을 넘어설 때 비로소
사랑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