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 2. 조건으로 고른 사랑
사람들은 사랑을 찾는다고 말하지만
정작 찾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그들은
사람보다 조건을 먼저 보고,
마음보다 스펙을 먼저 따지고,
함께 살아갈 가능성보다
지금 가진 것들을 먼저 계산한다.
사랑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일인데
요즘의 사랑은
서로의 조건표를 바라보는 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이 정도면 이 정도는 만나야지.”
“상대는 나보다 더 좋아야지.”
“결혼은 현실이니까.”
현실이라는 말은
사랑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가 아니라
사랑을 포기하기 위한 변명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은 들여다보지 않으면서
상대의 조건만 끝없이 들여다본다.
자신의 상처는 감추면서
상대의 단점은 크게 확대하고,
자신의 부족함은 외면하면서
상대의 부족함은 기준 미달로 기록한다.
사랑은
서로의 부족함을 끌어안는 일인데
요즘의 사랑은
서로의 부족함을 걸러내는 일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말한다.
“요즘은 좋은 사람이 없어.”
“조건 맞는 사람이 없네.”
그건 아니잖아요.
좋은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사람을 조건으로 걸러내는 마음이
사람을 보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사랑은
조건을 맞추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맞이하는 일이다.
사랑은
서로의 삶을 계산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나누는 일이다.
사랑은
완벽한 사람을 찾는 일이 아니라
불완전한 사람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랑을 찾는다고 말하면서
사랑이 들어올 자리를
조건으로 가득 채워버린다.
그래서 사랑은
문 앞에서 오래 머문다.
사랑은
들어오고 싶어 하지만
조건은
사랑을 들이지 않는다.
사랑은
사람을 보고 다가오지만
사람은
조건을 보고 사랑을 밀어낸다.
사랑은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언젠가
사람이 조건표를 내려놓고
사람을 바라보는 날을.
사랑은
조건을 넘어설 때 시작된다.
사람은
조건을 내려놓을 때 보인다.
그리고 결혼은
조건으로 고르는 순간 사라지고
사람으로 고르는 순간 비로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