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ving with the wife
부부 사이에도 금기가 있다.
예를 들어 동의 없이 친구를 초대한다거나,
노크 없이 화장실 문을 연다 거나,
상대방의 밥을 뺏어먹지 않는다거나,
(바람을 피운다거나, 바람을 피운다거나, 바람을 피운다거나)
나는 오늘 그중에서도 모든 부부가 입을 모아 절. 대.로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강력한 금기 하나를 깨뜨리려고 한다.
글에 앞서 내가 누구인가 보다 우리 아내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대개의 아내가 그러하듯 내 아내 역시 나보다 똑똑하고 논리적이며 심지어 돈도 잘 버는 직장인이다.
좀 더 내 아내의 캐릭터를 표현하자면 바로 '급한 성격'을 가졌다는 것. 내 아내는 여행지에서 구걸하는 사람에게 오만 원쯤을 기부했다 1분이 채 지나기 도전에 "너무 많았다 만원만 줄걸!" 하며 후회하는 사람이다.
물론 나는 아내의 성급함을 탓하지 않는다. 내 충고는 아내의 성급함을 줄여주는 대신 아내의 화를 돋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아내의 모자람이 내가 그녀의 옆에 있어야 할 이유 중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넘침에 매료되었다가 모지람과 사랑에 빠진다.)
그렇다. 내 아내는 훌륭함과 모지람의 양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매력적인 여성이며 동시에 도로 위의 합법적 무법자인 '장롱면허자'다. 아내가 면허를 취득한 것은 2006년 MB정권 때였다. 아내가 장롱면허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속성 학원이 범람하던 시대적 호재를 만난 덕분이었다.
방학을 맞아 시내의 학원들은(그나마 정상적인) 정원이 차 버렸고 아내는 원하지 않은 속성 학원을 선택할 수박에 없었다. 물론 30분이라던 학원은 1시간 30분을 달려 검은 건 흙이요, 푸른 건 나뭇잎이 전부인 지명도 알 수 없는 시골에 도착한 뒤 아내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땐 이미 감기 걸린 환자처럼 덜덜 떠는 오래된 연습차량의 핸들을 잡고 난 뒤였다. 다행히 수강료 먹튀는 아니었는지 아내는 운전이란 걸 배우긴 배웠던 모양이었다. 1번의 실패 후 2번째에 면허를 취득한 감격스러운 그날을 아내는 여전히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날 이후 아내가 잡은 핸들이라곤 모녀 여행을 떠나 잡았던 전동카트가 다였다는 사실. 그런 아내가 면허 갱신을 위해 장롱에서 먼지 묻은 면허증을 다시 꺼내는 것이 '장롱면허 탈출'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