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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꾼 Sep 25. 2017

06. 성지는 가까운 곳에 있다.

The holy land's in the town.



'스치듯 안녕'

추월한 소나타는 뺨을 스치고 지나간 미풍처럼 무책임하게 사라졌지만, 아내는 그를 잊을 수 없었다.

아내는 그가 남기고 간 추억에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두 볼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아무튼 아내는 가용한 범위 내에 최대치의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왜 저래?"
"정말 못됐다."
"내 눈 앞에 보이지 마."
"야이 나쁜 XX야"


이게 욕이냐고? 욕 맞다.

도로 위의 무법자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릴 아마조네스 같은 외모의 아내였지만 욕에는 별 재주가 없었고,

아내는 분을 삭이지 못해 씩씩 거렸다.




그럼 아내가 잠시 분노를 삭이는 동안 막간을 이용해 도로교통법자동차보험법에 대해 알아보자.

교차로에서 추월을 당한 아내의 분노는 정당한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호구 잡힘이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내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찾아봤다!)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모든 차량의 운전자는 교차로와 터널 안 또는 다리 위에서는
다른 차를 앞지르지 못한다.
-도로교통법 20조-
교차로에서 추월하다 사고 땐 80% 책임
-보험 사례-




하면 안 된다. 사실 나는 접촉사고가 났을 때만 아니면 법적으론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이 빗나갔다.

분명히 필기시험을 앞두고 공부했던 내용 중에 있었을 테지만(확인은 안되지만) 나는 전혀 기억나지도 알지도 못하고 있었다. 경험적으로는 당연히 후방 차량의 책임이 클 거란 걸 알았지만 경험보다 앞서 가장 중요한 법적인 부분에선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보다 아내가 진정되었을쯤에 나는 한 가지 사실에 집 앞에서부터 아내에게 운전을 맡긴 것이 실수였음을 확실히 깨달았다. 우리는 아직 집 앞에서 30m밖에 벗어나지 못했다. (혹은 30m나 멀어졌거나)

나는 아내에게 정열이의 핸들을 넘겨받아 처음 예정돼있던 출발지점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제 와서 밝히는 사실이지만 원래 나는 아내를 집 앞에서부터 운전대를 넘겨줄 의도는 아니었다.


사실 부부끼리 운전연수를 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리스크(=정신적 육체적 가정적 현재진행적 미래지향적으로)가 있지만 가끔 부부끼리 연수를 하고 싶어도 쉽지 않은 이유는, 적당한 연습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아내와 운전하기로 결심했을 때 생각했던 장소는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장롱면허의 성지>로 알려진 버려진 운전연습장이었다. 하지만 집에서 약 50km의 거리, 주말이 아닌 평일날 시도한다고 해도 왕복 2시간 30분은 잡아야 하며 거기에 따른 연료비, 식비 등을 고려하면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곳이었다. 여러 가지로 성지답다. 성지가 성지인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첫째로 인적이 드물다는 것이다(=차량통행이 한적한).


하지만 아내와 나 둘 중 누구도 순례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성지만큼은 아니어도 다양한 주행이 가능하며 다양한 상황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그런 곳을 찾으면 되는 것이었다. 느낌적으로 말하자면,


가깝고, 인적이 드문


어쩐지 서울 하늘 아래는 없을 것 같은 그런 장소가..


있었다. 바로 집 근처에!



그럼 있구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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