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이 만화가 되다.

웹툰 작가 데뷔 비하인드 스토리.

by 핥hart

형들과 함께 보물섬을 찾아 헤매고 마침내 아이큐 점프의 드래곤볼을 보면서 나는 만화가를 꿈꾸었다.

그때가 내 나이 10세 전후, 절친했던 상욱이(지금은 꽤 알려진 인디밴드 '제 8 극장의 보컬)와 연습장에 삐뚤빼뚤한 네모칸에 각자의 이야기를 담은 나름(?)의 만화를 그리며 놀았던 시절이었다.

다이어트고고의 조재호 작가님 팬입니다.

돌이켜보면, 당시의 상욱이는 스토리나 그림체의 개성이 나보다 훌륭했다. 물론 조그만 시골의 어린 그림쟁이들의 그림실력이 대단할 리가 없겠지만 당시만 해도 전교에서 그림실력이라면 손꼽았던 둘이었다. 그 시절의 그림을 소개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그 시절의 연습장들은 사라져버린 지 오래다.

가운데가 보컬 서상욱


초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상욱이가 중국으로 떠난 뒤 우리는 대학생이 되고서야 다시 해후할 수 있었다. 당시에 상욱이는 '매지컬 미스터리 투어'라는 밴드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유년기를 함께 친구의 시선이 아니어도 멋있어 보였다. 부끄럽게도 상욱이가 음악으로 삶을 그리고 있을 그 시기 나는 유학과 군복무로 정체성이 희미해진 상태였다.


미술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있었기에 주변에는 웹툰 작가도 애니메이션 감독도 있었지만 그들의 역량에 비하면 내가 한없이 부족해 보였기 때문에 내 자신감이 바닥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가 2005~6년쯤이었으니 자그마치 10년이 더 지나서야 나는 만화가로 데뷔했다.


첫 데뷔작 <남은 생에 스무번쯤>


물론, 내 꿈은 계속 변해왔지만 10세 때 최초의 꿈이었던 만화가가 되는데 자그마치 22년이 걸린 셈이다.(이제는 만화가보다 웹툰 작가라는 말이 더 익숙해졌다.) 꿈을 이뤘다고 팔짝팔짝 뛸 나이가 지났다고 생각해서 대신 폴짝폴짝 뛰었다. 더군다나 브런치에서 글로써 표현해왔던 것들을 만화로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했다. 짐작하듯이 이 만화는 '중년 여성의 삶'에 관한 옴니버스 드라마다.


이 만화를 준비하면서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두 가지였다.

1. 과연 이 주제로 재미있는 게 나올까?

2. 네가 뭘 안다고 여성의 삶에 대해 얘기하느냐?

내 마음속 피딱지


조금은 다른 질문이지만 두 질문에 대한 내 답변은 동일했다.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였다는 것. 사실 업계 담당자분들을 만나기 전에 지인들의 의문부호 섞인 까임을 당하며 나는 더욱더 이 이야기를 꼭 연재시켜야겠다고 다짐했다. 친구들의 까임이 결국 정식 연재까지 오는데 큰 원동력이 된 셈이다.


반면에 만화를 연재하기 위해 만났던 담당자님들의 질문은 한 가지 정도로 압축되었다.

1. 어떻게 이 주제로 만화를 그릴 생각을 했나요?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답변과 함께 나는 담당자님의 도움을 받아 서두르지 않고 연재 준비를 시작했다.

배너에 사용할 이미지, 커버 이미지를 그렸고 노안이어도 볼 수 있도록 폰트 크기를 대폭 수정했다. 이미 그려뒀던 분량이 적지 않았던 터라 수정하는데만 일주일 정도가 걸렸다.(사실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지 얼마 되지 않아 조금 게으름 부렀던건 사실이다.) 필명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원래는 내 이름을 그대로 쓸려고 했지만 19금 만화를 그리게 된다거나, 다소 변태적인 성향의 만화를 그린다거나(부끄럽다는 뜻이 아니다.) 했을 때 나로 인해 불편을 겪을지도 모를 이들을 위해 필명을 따로 쓰기로 했다. 김한량, 김수다, 무슈 킴.. 꽤 많은 후보군이 있었는데 이거다! 싶은 게 없었다. 그러다 김똔또(똔또는 스페인어로 바보, 멍청이라는 말이다.)로 결정이 나는 듯했다. 그때 아내가 제안 한 필명이 "쓰담"이었다. 내 만화가 누군가의 마음을 쓰다듬듯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느낌이 든다고. 그렇게 내 필명은 "쓰담"으로 결정되었다.



10월 23일 금요일 00시. 자정이 되면서 드디어 웹툰 오픈되었다. 나는 설렘반 불안반으로 잠이 잘 오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눕자마자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고 한다. 꿀잠을 자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나는 리뷰를 확인했다. 하나라도 좋으니 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감동!!!

나는 오분에 한 번씩 새로운 리뷰가 등록되지 않았을까 확인하며 하루를 보냈다. 지인부터 소식이 뜸하던 친구들까지 연재 소식도 알렸다. 고맙게도 다들 관심을 보여줬고 카톡으로 소감도 보내왔다.(리뷰로 남겨달라고 했더니..) 고맙게도 다들 응원해 주었고 나는 하루 동안 그 기분을 만끽했다. 데뷔하는 날은 두 번 오지 않으니까.


이제 고작 한 발짝이지만 내가 남긴 족적이 어느 날 분명한 선이 될 때까지 앞으로 걸어 나가 보려고 한다.





<남은 생에 스무번쯤> 웹툰 바로 가기:

http://m.mrblue.com/webtoon/detail.asp?pid=wt_mylife20_wz&_AD=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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