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핥hart Feb 26. 2020

재택 일기 day.01

2020.02.26

work from home?
or home work?



오늘부로 재택을 시작했다.


작업환경이 변하는 게 싫어서, 그냥 회사에서 쓰던 장비를 다 갖고 왔는데, 조립하고 나니까 wifi 지원이 안돼서(요즘 시대에?) 와이프한테 SOS 해서 랜선까지 구해서 세팅 끝.


재택근무  얘기가 스멀스멀 나올 때부터  진짜 상황이 안 좋긴 한가보다는 생각만큼이나, 그래도 재택근무를 하고 싶진 않다는 경각심부터 들었다.


그래서, 차장님한테 저는 그냥 출근할게요 했더니, 다 재택근무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나서,
일단 나도 그냥 재택 하는 걸로 했다. (까라면 까겠습니다.)


프리랜서 작가 생활 3년 동안, 집에서 일했기 때문에 재택근무에 대한 경험이야 차고 넘치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재택근무는 할 수 없이 하는 거지 별로 내 스타일은 아니라는 것.(..그냥 회사가 집 앞에 있으면 좋겠어.)


어디 까지나 '나'라는 개인의 효율성에서 재택근무는 공략하기 어려운 대상이었다.

일단 일터와 쉼터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일하면서 쉬고, 쉬면서 일하는 행태가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나'라는 인간은 믿기에는 너무 게으르고, 누워있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보다는 '행동'에 의지하기로 했다.


작가 시절 "나는 그냥 직장인처럼 일 해야겠다."라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직장 다닐 때처럼 옷도 갈아 입고 출근하는 느낌이라도 내 보려고 카페 가서 커피를 사서 집으로 돌아와서 업무를 시작했는데 그마저도 없었다면 와이프가 진작에 "그럴 거면 때려치워!"라고 했을게 확실하다.


아무튼, 재택근무에 대한 내 소견과는 무관하게 재택이 강제되었고, 더 좋다 말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전처럼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 내가 처한 현실.


물론 출퇴근 시간 2시간을 번다는 건 사실이지만, 출근하면서 얻게 되는 "아.. 회사 가기 싫다" 하면서 내 직책과 업무와 싱크로나이즈 되면서 하루가 시작되고, "아... 야근하기 싫은데" 하면서 얻게 되는 업무 마감에 대한 압박감을 얻는 이점들이 졸지에 사라졌다.



집돌이인 나에겐 집에 가고자 하는 욕망이( 더 자세히는 집에 가서 눕고자 하는 욕망이) 아니면 게으름을 떨쳐낼 만한 수단이 없으니까.


아무튼, 원하든 won하지 않든, 강제 재택근무를 시작한다. 

나 같은 작업자 건 관리자 건, 모두에게 숙제 같은 시간이 될 거 같다. 

이 기간이 짧게 끝났으면 하고 얼른 모두 정상적인 업무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일기가 아주 짧은 기록으로 끝날 수 있길 기대하면서.. 재택 일기 스타트.

    

작가의 이전글 병신년아 잘가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