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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bina Oct 27. 2020

엄마의 기도

   

엄마가 절에 가 불공을 드렸다.

정성스럽게 초를 켜고 향을 피우고 부처님께 경건하게 삼배를 올렸다. 

마스크까지 쓰고 절을 하려니 숨이 막힌다. 다리도 허리도 예전만큼 부드럽지가 않다. 오늘은 쌍둥이 손자 손녀의 8번째 생일이다. 하나뿐인 막내아들이 40이 다 돼 낳은 귀한 자식들이다. 나도 조카들이 예쁜데 엄마는 오죽할까?  

불단에 떡을 올리고 어쩌면 당신은 볼 수도 없을 아이들의 먼 미래를 축복하며 두 손 모아 기도를 한다. 힘들어도 뿌듯하다. 80이 코앞인 노인네의 열정이 대단하다.       


엄마는 딸 둘을 낳고 마지막으로 아들을 낳았다. 삼 남매가 장성해 모두 결혼해 자식을 낳았다. 엄마는 아침마다 자신의 남편을 포함해 자식 사위 며느리 손자 손녀들을 위해 부처님께 기도를 한다. 그 기도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렇게 궁금하지는 않았다. 그저 세상 모든 엄마들처럼 자식들의 건강 부 성공 이런 것들을 위해, 자식들이 손자 손녀들이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당신의 바람을 기도하는 거겠지 싶었다.       


실지로 그랬다. 여동생이 결혼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을 때 엄마는 작은 딸이 절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해 마음의 평화를 찾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를 했었다. 

그런데 기도와 달리 여동생은 남편과 성당에 나가게 되고 엄마는 나를 붙들고 아침저녁으로 정성스럽게 기도를 했는데 어찌 섭섭하게 성당을 나가냐며 펑펑 울기까지 했었다. 

성당이건 절이건 엄마의 정성스러운 기도 덕에 작은 딸이 마음의 평화를 찾았으면 기도가 이뤄진 것 아니냐고 위로를 했었다. 한 동안 엄마의 울적한 마음은 나아지지를 않았다.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편으론 자식을 위한 엄마의 기도도 결국은 자기중심적이네 , 뭐 자기 중심적이지 않은 인간이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이후로도 엄마의 기도는 멈추질 않았다. 무슨 기도를 하냐고 물었다. 이제는 작은 딸이 열심히 성당에 나가 신앙생활을 해서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게 살게 해달라고 기도 한다고 했다.      

엄마의 기도는 자식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자식들 중 그 누구도 당신한테 와서 자신이 뭘 바라는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지 알려주지는 않았다. 엄마도 묻질 않았다. 행여 뭐 그럴 걸 물어보냐고 싫은 소리나 듣지 않을까 싶어서다. 자식들은 부모들 눈치 보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자식을 위한 엄마의 기도는 자신의 직관과 느낌에 의존한다. 엄마의 기도가  번지수를 잘못 찾아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유가 아닐까?       


나는 이제 엄마와 부처님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내가 바라는 것을 기도해 달라고 부탁한다. 

요즘 엄마는 나를 위해 우리 큰 딸 글 잘 써지게 영감과 아이디어를 달라고 기도한다. 왠지 엄마가 기도해 주면 다 이뤄질 것 같아 든든하다.      


자식의 행복을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귀하게 여기며 엄마의 기도가 나의 현실과 잘 부합해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길 나 또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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