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bina Oct 25. 2020

Gracias a la vida

   

남은 삶을 사랑과 기쁨 속에서 꽃 피우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딸아이가 왔다. 거의 두 달 만이다.

올 초에 취업 한 딸은 혼자 사는 선배 언니와 함께 지낼 거라며 독립을 했다.


친정 부모님과 함께 집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음식이 입맛에 맞는지 다들 맛있게 먹었다. 푸짐한 한 상차림을 후딱 해치우고 식당 옆 카페에서 디저트로 커피와 팥빙수를 먹었다.

     

노인네가 되면 어딜 가던 사람 구경을 하며 남의 얘기를 한다.

"저 집은 아빠가 지방에 근무하나 보네, 딸들이랑 엄마만 왔어. "

옆 테이블에서 빵을 먹고 있는 또래 여자 아이 둘과 아이들의 엄마처럼 보이는 여인을 보며 아버지가 얘기했다.

"아이고 아버지 듣겠어요. "

"저 사람은 우리 아들처럼 배가 남산만 하구먼."

앞 테이블의 덩치 큰 젊은 남자를 보며 엄마가 보탠다.

"엄마 좀! 들으면 어쩌려고...  "  

웃음이 나오고  황당하기도 하다. 나도 저럴까? 잠시 나를 돌아본다.     

남편과 딸은 늘 그렇듯 서로 소 닭 보듯 멀뚱하다. 각자 주문한 것을 집중해서 먹는다.      

소란한 카페 이층. 차갑고 달달한 팥빙수와 뜨겁고 쓴 커피를 앞에 두고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남편과 딸아이. 혹여 당사자가 들을까 걱정되는 주관적인 추측성 대화를 아랑곳하지 않고 이어가는 부모님. 그리고 나머지 네 사람을 살피는 나.           


부모님을 모셔다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티브이를 켜 놓은 채 어느새 거실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운동하고 새벽까지 술을 마셨으니 피곤했을 거다. 코까지 골며 단잠에 빠졌다.     

딸 애도 방문을 열어 놓은 채 지 방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젊은 청춘도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고 했다.     

식탁 의자에 무릎을 포개고 앉았다. 조용하고 나른한 일요일 오후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깜박깜박 졸다가 일어나 시계를 보니 벌써 6시가 다 돼간다.      

돼지고기와 묵은지를 넣고 김치찌개를 끓였다. 밥을 안치고 계란찜을 했다. 음식이 익어가는 냄새가 폴폴 난다. 딸이 일어났다. 깨우지도 않았는데 남편도 일어났다. 밥상을 차렸다.

김치찌개와 계란찜 오징어 젓갈 고사리나물로 차린 소박한 밥상.

딸아이는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과 따끈한 국이나 찌개에 반찬 한 두 가지만 있으면 맛있게 밥을 먹는다. 세 식구는 말없이 저녁을 먹었다. 맛있게 먹어주니 고맙다.

입가심으로 내준 파인애플 몇 조각을 먹은 딸은 가겠다고 채비를 한다. 유산균과 딸애가 좋아하는 백화점에서 사 온 쿠키를 챙겨 주었다. 딸은 그렇게 온 지 채 반나절도 되지 않아 집을 나선다.

 


버스 정류장 가는 길까지 함께 갔다. 피곤해서 택시를 탈거라고 했다. 택시비 2만 원을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문자라도 하라는 당부를 했다. 횡단보도를 향해 걸어가는 딸아이의 뒷모습을 한 참 쳐다본다. 진짜 다 자랐네, 그래 이젠 어른이지. 괜히 코끝이 찡하다.      

늦여름... 해가 지려고 한다.  오늘은 내 생일.  50년 전 딱 이맘때쯤 내가 태어났겠구나. 감사합니다.      


     -2019년 늦여름 내가 태어난 날 쓰다

작가의 이전글 Gratitud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