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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현지 Nov 26. 2022

고요히 꺼내보는 꿈 한 자락

#일상

고요히 꺼내보는 꿈 한 자락


#직장인 극단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아침 출근길이었다. 보통 버스를 기다리면서 마스크를 벗어 손목에 끼어두는 데 그날은 추워서 마스크를 벗고 싶지 않았다. 잠수를 준비하는 사람처럼, 한 시간이 넘는 출근 시간 동안 사람들 틈에 끼어 출렁출렁 흘러가야 하는 날 위해, 버스를 기다리며 시원한 바깥 공기를 충전했었다. 그날의 공기는 시원하지 않고 차가워서 그러지 않았지만. 버스가 도착해, 기사님을 쳐다보지 않았지만 명확한 고갯짓으로 인사를 하고(늘 그런 식의 인사를 한다), 좌석에 앉아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아침 출근 버스에서 직장인 극단을 검색했다. 어제 저녁 8시에 침대에 누운 탓에 잠이 오지 않았고, 잠이 오지 않은 탓에 출근길이 평소보다 지루했고, 지루함은 날 약간 대담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동네 명으로 검색을 해봤다. OO 직장인 극단, XX 직장인 극단. 집에서 갈아타지 않고 오고 갈 수 있는 동네에서 극단 모임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검색하다보니, 이왕 할 거 극단의 작품을 좀 중요하게 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극단의 작품이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메세지를 담거나, 혹은 학부 생활 때 극을 올리고 싶었던 작품을 하고 싶었다. 어차피 힘들 거 결국 결과가 만족스러운 게 아무래도 낫겠지 하면서. 결국 몇 가지 극단들을 후보지로 놓고, 회원 모집 기간을 메모해놓았다. 아무것도 신청하지 않았지만, 다음번의 지루함이 찾아올 땐 무엇인가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버스에서 내렸다. 


#크루즈 여행 

'직장인 극단'처럼 또 남몰래 목표로 삼아두었던 것 하나가 바다를 여행하는 것이다. 바다를 여행하며 바다를 주제로 소설을 쓰고 싶다. 육 개월 정도의 크루즈 여행은 퇴사나, 엄청나게 몸이 아프다던가 하는 그러한 엄청난 일의 반작용으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해봤다(INFP의 상상력이란 직장을 다니지 않는 상황일 때도 퇴사 이후의 삶을 상상하며 흐뭇해하는 정도다). 바다는 늘 나에게 이상향적 공간이다. 고여있지 않고 흘러가는 것, 늘 다른 형태이면서도 변함없는 정체성. 끝없이 펼쳐져 있는 광활한 무언가. 바다를 여행하며 바다에 대해 묵상하고 싶은 소망은 늘 간직하고 있지만, 이 소망은 얼만큼의 반작용으로 시작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꿈 한 자락

토요일 저녁이다. 방에 혼자 앉아 귀를 기울였는데, 귀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 고요를 내가 기다렸구나. 고요에 어울리는 글을 썼다. 거창한 꿈은 싫었다. 이 고요에 어울리는 한 자락 한 자락 셀 수 있는 남몰래 숨겨 두었던 그런 꿈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다. 엉킨 실타래 같은 요즘 내 삶도 그렇게 하나하나 풀어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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