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산책을 하겠어요

쉬는 법을 다시 배우는 중입니다

by 투게더미


요즘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하루가 끝나면 지쳐 있었다.

쉬고 있는데 쉬는 것 같지 않았고,
괜찮아지려고 애쓰지 않는데도
계속 회복 중인 기분이었다.


언제 다시 울적해질지 모르는 마음이지만
그래도 이 상태를 조금 더 오래 붙잡고 싶다.
올바른 에너지로 나를 살피는 연습을 해보고 싶어서.


휴직 후 거의 매일
낮잠을 자든 말든 새벽 한두 시쯤에 눈이 떠졌다.


축시(丑時).
귀신이 돌아다니기 좋은 시간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괜히 생각도 더 많아졌다.
그 시간에 떠오르는 생각들은 늘 과했고,
나는 그걸 하나하나 붙잡느라 지쳐 있었다.


혼자 살았다면 불을 켜고 뭔가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가만히 누운 채로 핸드폰을 보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몸은 침대에 있고 싶어 했고,

정신은 자꾸만 어딘가를 다녀왔다.


그 모습을 보며
‘왜 이렇게 가만히만 있으려고 하지’ 하고
스스로를 다그치던 시간도 있었다.
그 지탄이 한탄으로 바뀐 건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


기분이 바뀌는 데에는
아주 작은 걸음들이 필요했다.
매번 힘들다가 살 만해지면
‘어쩌다 괜찮아진 거지?’ 하고 돌아보려 해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 기록을 하려고 했지만
정작 가장 힘들 때는
아무것도 쥘 수 없었다.
줄이 풀려버린 밧줄처럼
생각을 붙잡을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알았다.
나는 쉬는 법을 몰랐던 게 아니라,
나를 가만히 두는 걸 허락하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정리해 본다.
언젠가 다시 힘들어질 나를 위해.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방법


등이 배기고 허리가 아플 때까지 누워 있었다.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고 나에게 허락했다.


먹고 싶을 때 먹고, 먹기 싫으면 억지로 먹지 않았다.
대신 물은 몸을 일으킬 때마다 조금씩 마셨다.


도움이 되는지 따지지 않고 보고 싶은 걸 그냥 봤다.
판단하지 않고 눈을 떴다.


하늘을 봤다. 바깥을 봤다.


옷을 입고 신발을 신었다. 햇볕이 무서워도 낮의 풍경을 봤다. 사람과 나무와 바람을 스쳤다.


소리를 들었다.
개 짖는 소리, 아이들 웃음소리,
분리수거장에서 나는 둔탁한 소리까지.


썼다.
깨어 있을 때든,
잠결에 떠올랐던 생각이든
문장으로 옮겼다.



3주가 넘게 걸렸다.

내 에너지를 되찾기까지.


하지만 자만하지 않으려 한다.
이 기분이 영원할 거라 믿지 않기 때문에.
아마 다시 울적해질 것이다.


그래서 남긴다.
그때 다시 돌아와
다시 시도해 보기 위해서.


어제는 정말로 봄 냄새가 났다.
공기의 온도와 바람의 속도가
계절을 알려주고 있었다.
달력이 없어도 시간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괜히 뿌듯해졌다.


무엇이 중요한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나답게 사는 법도,
잘 사는 법도 여전히 흐릿하다.


그래도 오늘은
먹고 싶은 걸 먹고
해가 조금 더 떠 있을 때
동네를 걸어볼 생각이다.


언젠가 나만의 산책로가 될지도 모를 길을
찾으러 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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